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대표직 사퇴 선언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내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4인방은 14일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명(비이재명)·친명(친이재명)계 등 계파를 아우르는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부 체제를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의원. [사진=연합뉴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의원.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비주류 4인방, 이재명 대표 사퇴 및 ‘통합 비대위’ 요구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심판을 위해 한 발만 물러서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당 대표가 선당후사(先黨後私)하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며 "이 결단에는 친명, 비명 모두 합류할 것"이라며, 원칙과 상식 네 사람도 조건 없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친명 일색인 현재 지도부로는 진정한 통합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당 대표와 지도부, 586 중진들이 각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들의 기자회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접 거론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 대표의 무죄를 믿고 싶지만, 많은 국민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어떻게든 리더십 리스크를 해결해 반드시 총선에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 준엄한 민심"이라고 밝혔다.

원칙과 상식 소속 4인방이 이 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함에 따라, 이 대표가 3가지 리스크에직면한 ‘삼면(三面)초가’의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의 ‘삼면(三面)초가’= 민주당 내 압박, 국민의힘 혁신 물결, 사법리스크 등이 옥죄어

첫 번째 리스크는 민주당 내부로부터의 압박이다. 원칙과 상식 소속 4인방의 요구 외에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의 압박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 번째 리스크는 국민의힘의 혁신 물결이다. 국민의힘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대표가 각각 불출마 선언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국민의힘 발 압박이 거세졌다.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성민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 체제로 똘똘 뭉쳐서 내년 총선까지 갈 가능성은 극히 낮고 비대위 전환 가능성이 제법 크고, 그 타협에 실패하면 분당할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다음날인 14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다음날인 14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박 평론가는 “이제 이재명 대표가 결단을 해야 한다”며 “문재인의 길을 갈 것이냐, 황교안의 길을 갈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가 비대위를 수용하는 등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35%로 본다면서, “2016년 문재인 민주당 대표는 전권을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줬고, 2020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한 채 3인 선대위원장 체제를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표의 선택에 따라 당시 민주당은 대승을 했고, 황교안 대표의 선택에 따라 당시 미래통합당은 대패했다는 사실을 소환했다. 2016년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만들지의 여부는 오로지 이 대표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이 박 평론가의 설명이다.

이 대표를 압박하는 세 번째 리스크는 ‘1심 선고가 코앞에 닥쳤다’는 점이다. 서정욱 변호사는 13일 채널A에서 “김기현 대표도 사퇴하는데, 이재명 대표는 왜 사퇴 안하느냐?”면서 “누구 리스크가 더 크냐? 김기현 대표는 사법리스크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미리보는 이재명 판결’이 1월 중에 네 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4개의 재앙= 대장동, 백현동, 불법 대북송금, 위증교사 등 4개 재판 1심 선고 예상

첫째는 이미 나온 김용 판결이다. 지난달 30일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이 대표의 경선 자금을 불법 수수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됨에 따라, 검찰 수사를 통해 김 전 부원장을 거쳐 이재명 대표 경선캠프에 유입된 자금의 사용처가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는 백현동의 김인섭 재판이다. 백현동 로비스트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선고가 1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한국식품연구원이 매각한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김 전 대표의 청탁을 받아 민간에 특혜를 준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다. 김 전 대표가 유죄를 받을 경우, 이 대표가 국토부의 압박 없이 김 전 대표의 로비에 따라 식품연구원 부지를 상향해준 것이 인정되기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에 치명타가 된다.

셋째는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과 관련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재판이다. 현재 이 전 부지사 재판은 공전 중이다. 지난 10월 23일 이 전 부지사 측은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항고·재항고장을 거듭 제출했다. 지난 11일 수원지검은 재판부 기피 신청 신속 결정 요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기피신청에 대한 대법원의 기각 결정 지연은 곧 기피신청의 인용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조만간 재판이 재개되면, 1월 중에는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서정욱 변호사의 분석이다.

23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법무법인 KNC 김현철 변호사)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는 사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3.10.23.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법무법인 KNC 김현철 변호사)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는 사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3.10.23. [사진=연합뉴스]

넷째는 김진성 씨 위증 판결이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와 김씨의 위증 혐의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지난 11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날 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8일 오후 3시에 첫 정식 공판을 연다”고 밝혔다. 당일 재판부는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원하는 김씨의 입장을 감안해 김씨에 대한 서증조사 절차를 이 대표와 분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씨에 대한 선고는 1월중에 내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4개 재판의 1심 선고만으로도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은 치명타 입을 수 있어

이 4가지 재판의 1심 선고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에 심각한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부의 달라진 태도에 주목된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의 병합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별도로 열겠다고 결정하면서도 선고에 대해서는 ‘병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재판을 질질 끌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랬던 재판부가 지난 11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김진성 씨의 재판을 분리해서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혁진 변호사는 13일 유튜브에서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이 공판준비기일을 한 버 더 달라고 했는데도, 딱 잘라서 거절했다. 그리고 1월 8일부터 본 공판을 시작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처한 3가지 리스크를 이 대표가 어떻게 돌파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혁진 변호사는 “이 대표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1년반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 대표의 혐의가 한두 개가 아니어서 보통 사람 같으면 진작에 나가떨어졌을 텐데, 이만큼 버티는 게 대단하다”면서 “10개가 넘는 혐의 중에서 위증교사만 딱 걸려서 치명상을 입으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처럼 다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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