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론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단 나흘만에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큰 입장 변화를 보임으로써, 양측의 연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상대를 높이 평가하며 회동 가능성을 열어 놓자, 신당 창당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상대를 높이 평가하며 회동 가능성을 열어 놓자, 신당 창당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사람 간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먼저 언급한 쪽은 이준석 전 대표이다. 연대까지는 아니어도 소통 가능성을 내비친 이준석 전 대표와 달리, 이낙연 전 대표는 당초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준석의 선택= 송영길과 조국은 외면해도 이낙연은 잠재적 파트너로 인식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6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 부분도 있지만,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은 부동산 등 여러 정책에서 신뢰를 못 받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이낙연 전 대표가 생각이 좀 다르다면 그런 걸 들어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보수 쪽에서 보기에도 온건한 민주당 쪽 인사"라며 "이낙연 전 총리, 김부겸 전 총리 이런 분들은 내가 싫어할 이유도 없고,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낙연 전 대표와 최근 만났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없고, 아직 만날 계획도 없다"며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발언도 많이 하시니 이낙연 대표가 밝힐 기회도 있지 않겠나"라고 은근히 응답을 유도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이날 인터뷰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에 대해서는 “같이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는 점이다. 송 전 대표나 조 전 장관보다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낙연의 변화= 이준석과 대화할 생각 없다더니 나흘 만에 ‘매우 드문 인재’라며 손짓

이준석 전 대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6일 서울 삼육대에서 특강을 한 후 '이준석 전 대표와 대화할 생각이 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짧게 답변했다.

이랬던 이낙연 전 대표가 불과 이틀만인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는 데 그분이 가진 장점도 필요하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10일에는 좀 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우리 정치에 매우 드문 인재다”며 “시기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 이어서 10일 재차 "때가 되면 만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오영훈 제주지사 아들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뒤 밖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결혼식의 하객으로 참석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소통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MBN 캡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결혼식의 하객으로 참석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소통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MBN 캡처]

이낙연의 ‘화답’ 지켜본 이준석= 신당 창당을 위한 공동 주도권 시사

지난 6일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던 이낙연 전 대표가 회동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준석 전 대표도 반색하고 나섰다.

이준석 전 대표는 10일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든 아니든 이낙연 전 대표와 만나서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디지털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 뒤 MBN 인터뷰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할 여지가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낙연 대표님께도 결단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생각을 듣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신당 창당에 관한 질문에는 "그렇게 되면 내 울타리가 아닐 것"이라며 "이 전 대표처럼 대통령 빼고 모든 직위를 경험하신 분이라면 적어도 같이 그리는 울타리가 돼야 할 것이다. 내가 울타리를 쳐놓고 들어오시겠습니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에게 주도권을 일정 부분 넘길 수 있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MBN에 출연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신당 창당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MBN 캡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MBN에 출연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신당 창당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MBN 캡처]

‘이준석-이낙연 공동 신당’ 창당 가능성에 정치권 이목 집중

두 사람이 상대를 높이 평가하며 회동할 가능성을 열어 놓자, 공동 신당 창당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연대 및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당의 전직 대표를 지낸 두 사람이 창당할 경우 단숨에 제3지대 구심점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이념적 교집합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손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창당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이다.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탈당하지 않고 신당을 창당할 수 없다"며 '27일 데드라인'을 재확인했다. 자신과 함께 탈당할 인사들이 더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 현역 의원을 포함한 기존 여권 인사들의 합류 여부가 미정이라는 점에서 신당 창당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측근 4인방을 칭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그룹에서도 탈당 및 신당 창당에는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이다. 김민석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무총리와 당 대표를 지낸 분이 민주당도 아닌 제3 세력을 해야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 혼선"이라며 "지금은 엄중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 전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도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사람 각각이 (신)당을 만들지 아직 불투명하다”고 밝혀,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동 신당’ 창당의 최대 걸림돌은 정체성 혼란

한 정당이 제 역할을 하려면 공통의 가치관과 이념 지향 등을 기반으로 하게 된다. 거대 양당의 대표를 지냈던 두 사람이 이런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향점은 ‘비명’이고 이준석 전 대표의 지향점은 ‘비윤’인 상황에서,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 7일 채널A ‘정치 시그널’에서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원래 정치적인 지향이 같은 사람이 모이는 게 당 아닌가요? 이게 저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싶다”고 일침을 놓았다. 보수당의 당대표였던 이준석 전 대표가 민주당의 당대표하고도 같이 당 만들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두고 ‘정치공학적인 계산만 있다. 흥정만 있다’며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이준석 신당이 거론되는 데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사진=채널A 유튜브 캡처]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채널A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이준석 신당이 거론되는 데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사진=채널A 유튜브 캡처]

여야 주류는 이낙연-이준석 공동신당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치적 교집합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두 전직 대표의 연대 가능성과 관련해 "'낙석 연대'가 아니라 '낙석 주의'가 된다. 주의해야 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이낙연- 이준석 전 대표 간 연대 움직임에 관해 "낙준연대, 이렇게 되면 교섭단체 가져간다. 아주 파괴적인 타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낙준연대’ 성사돼도 공동 신당 주도권 문제 해결 어려워

설령 두 사람이 ‘낙준연대’에 성공한다 해도, 앞길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각종 보도가 지칭하듯,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고, 이준석 전 대표가 합류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두 사람의 정치적 위상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의 표현대로’ 대통령 빼고는 전부 다 해본 정치인이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는 국회의원 배지도 한번 달아보지 못한 0선의 전직 당대표이다. 뿐만 아니라 세력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이런 구도를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2일 CBS라디오에서 “공천에 대한 지분 싸움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 신당 창당 후의 갈등을 미리 예상한 것으로 관측된다.

평소 이준석 전 대표는 ‘본인이 직접 뭔가 주도하는 스타일’로 통한다. 이를 두고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은 ‘투탑은 안 된다’라고 얘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른 사람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같이 그리는 울타리가 돼야 할 것이다. 내가 울타리를 쳐놓고 들어오시겠습니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낙연 전 대표의 주도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낙준갈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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