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이 "허위사실 공표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서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기존 주장을 포기한 셈이다. 국토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이 ‘사실상 허위사실 공표를 시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 [사진=연합뉴스]

대신에 ‘설령 허위라고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방어막을 펴기 시작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성남시 직원들에게서 불리한 발언이 계속 나오자, 기존 논리가 뚫릴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국토부의 협박에 의해 식품연구원 부지를 4종이나 종상향했다고 주장해온 이 대표가 ‘허위사실 공표를 사실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측 궤변= 국회증언감정법은 ‘거짓 답변’도 처벌 안해 VS. 검찰= 소신 발언 보호가 법 취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앞서 이 대표의 변호인은 6일 재판부에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이 대표가 이 사건 허위사실 공표로는 처벌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이 대표가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한 발언이 허위라 하더라도 이를 토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증인보호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국회증언감정법 제9조 제3항은 '국회에서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사람은 이 법에서 정한 처벌을 받는 외에 그 증언·감정·진술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변호인은 "이 조항에 나오는 '불이익한 처분'에는 형사처벌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증인이 자유롭게 증언할 수 있도록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같은 의견에 대해 "이 법은 증인의 자유로운 증언을 담보하려는 취지이지, 범죄 행위까지 보호해 치외법권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변호인의 주장은 독자적 견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변호인측의 법조항 해석이 일종의 궤변임을 지적한 것이다.

해당 조항은 증인이 여러 불이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소신껏 발언하도록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 위증이나 거짓 답변을 방임하는 것과는 무관한 조항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국회증언감정법은 국회에서 한 증언 등으로 인해)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법문헌을 해석하는 원칙에 따라 이번 사건에 처분에 (해당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국정감사에서) 자유롭게 증언하고, 증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이 법률들(국회증언감정법)이 만들어졌다”며 “국회에서 위증했을 경우에는 자율적으로 국회에서 고발하도록 해야지, 국회에서 증언한 사람에 대해 어떤 고발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행정부에서 죄가 된다거나 안 된다고 관여한다면 국회의 자율권 등을 보장하는 입법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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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인섭이 형’이라고 부르는 ‘성남시 허가방’, 내년 1,2월 중 1심 선고 받을 듯

백현동 개발은 2015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 지방 이전이 계획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만든 사업이다. 당시 성남시는 자연녹지였던 해당 용지를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했는데, ‘성남시 허가방’으로 알려진 김인섭 씨가 이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 김옥곤)는 지난 1일 김인섭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사건 12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다음 공판기일인 15일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뒤 재판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11월10일 김 부장판사는 "내년 2월 재판부 이동이 있는데 (지금 맡고 있는 백현동)사건을 넘기고 갈 수는 없다"며 "나머지 증인들이 안 나오는 경우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취소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1심 선고를 1월 중, 늦어도 2월에는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펜앤드마이크 12월 3일자 ‘이재명 옥죄는 ‘허가방’ 김인섭 1심 선고 ‘임박’, 총선정국 ‘태풍’ 몰고 오나’ 제하 보도 참조.

이와 관련해 정혁진 변호사는 9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김인섭 재판이 조만간 결론이 나올건데, 지금 헛소리 했다가는 그냥 골로 가겠구나 라는 생각에서 ‘국회증언감정법 9조 3항을 찾아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측 변호인이 나름대로 논리를 편 것 같긴 한데, 개인적으로 패착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국토부 협박 있었다”고 위증한 사실 입증되면 ‘위증죄’로 추가 기소될 수 있어

정 변호사에 따르면 국회증언감정법 9조의 타이틀은 ‘증인의 보호’라고 한다. 국회에 증언을 하러 오는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으로, 이런 장치 없이는 국회에 증언하러 오지 않는 경우를 대비한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또 정 변호사는 ‘불이익한 처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이익한 처분은 ‘행정처분이나 인사상 조치는 면제되지만, 형사처벌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국회에 나가서 선서해 놓고 거짓말한 것이 드러났을 경우, 위증죄로 처벌은 받지만 징계 같은 ‘처분’은 받지 않도록 증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 변호사에 따르면, ‘이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으로 위증죄로 추가 기소될 가능성’까지 높아졌다는 설명이 된다.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공직선거법위반죄’ 처벌 가능성 높아져

하지만 정 변호사는 당시 이 대표의 지위는 ‘증인’보다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지위’에 더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후보로서 거짓말을 해서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위반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증언감정법 9조 3항과 관련한 판례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어떻게 결론이 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법률적 논쟁보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대목은 이 대표가 ‘국토부의 협박에 의해서 용도 변경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 관련 공무원들의 전부 ‘국토부의 협박이 없었다’고 주장하자, ‘내가 거짓말(위증)을 한 건 맞는데 증언감정법 9조 3항에 따라 처벌은 안 돼’라고 주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금까지의 방어 논리를 이 대표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정혁진 변호사의 지적대로 ‘패착’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대표는 ‘국토부의 협박에 따라 용도 변경을 했다’는 주장을 국정감사에서만 한 게 아니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당시는 ‘국정감사의 증인’으로서가 아니라 ‘대선후보’로서 발언을 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표가 명백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된다.

따라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의 2가지 축에서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는 이미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강규태 부장판사가 2월 인사 이동 전에 선고를 내리게 될지, 내린다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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