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일 오후 5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회 인준을 받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날 오후 2시38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지 2시간20여분 만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사법부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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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8일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의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내년 1월1일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오는 12일부터 18일까지 두 대법관의 후임 제청 대상자를 천거받는다고 이날 밝혔다.

대법원이 서둘러 제청 절차에 착수했으나 대법관 2명의 퇴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당분간 공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관 임명은 법원 내부 추천 절차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므로 통상 3개월가량 소요된다.

대법원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9월 24일 퇴임하고 후임 대법원장의 취임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대법관 제청을 위한 사전 절차를 밟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취임식도 속전속결 식으로 진행, 3년 반 동안 재판 지연 등 당면 현안 해결해야 

조 신임 대법원장은 임명된 지 사흘만인 11일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임명장을 받고 닷새만에 취임식을 가진 것에 비하면 ‘속전속결’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 대법원장은 앞으로 3년 반 임기 동안 사법부를 이끌면서 재판 지연 문제를 비롯한 당면 현안을 해결하고 사회적 갈등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본래 기능도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헌법에 따른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이지만 만 70세가 정년이다. 조 대법원장은 1957년 6월 6일생으로, 2027년 6월이면 정년이 도래해 퇴임해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짧은 임기 문제가 지적되자 "기간이 문제가 아니고 단 하루를 하더라도 진심과 성의를 다해서 헌법을 받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재판하지 않는 게 관행인 법원장에게 장기 미제 사건 맡길 예정

조 대법원장은 산적한 현안 가운데 재판 지연과 사법부 인사 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사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재판 지연'을 꼽았다.

조 대법원장은 ‘사건의 난도가 높아지고 재판의 충실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는데도 법관이 충분치 않은 것’을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법원이 사건을 많이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는 "취임하면 우선 장기 미제 사건을 특별히 집중 관리하겠다"며 "법원장에게 최우선으로 장기 미제 사건의 재판을 맡길 생각"이라고 밝혀 주목됐다. 지금까지 법원장은 재판을 하지 않았지만, 취임하면 법원장에게 최우선적으로 장기 미제 사건을 맡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만큼 재판 지연 해소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연구모임이 득세했던 김명수 대법원의 적폐 청산도 이뤄질 전망

지난 5일과 6일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법원 내 연구모임’과 관련해서 법관이 특정 성향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모임을 하면 안된다는 견해를 피력해, 사법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모으게 했다. 그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특정 연구모임이 대법원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판사의 정치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기는 국민들의 ‘사법 불신’과 관련해 "법관은 절대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이나 모임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조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판사들의 정치 성향에서 비롯된 ‘재판 지연’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대표는 물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조국 전 장관의 재판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돌 하나 들겠다는 조국, 항소심에서 4년 이상 선고될 가능성 점쳐져

특히 조 전 장관은 지난 4일 광주 북콘서트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 선언하며, “돌 하나를 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자신의 SNS에서는 ‘오른손에 큰 돌 하나를 들고 용산을 겨냥하는 듯한 만평’을 공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오른손에 큰 돌을 들고 용산을 겨냥한 듯한 만평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사진=조국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오른손에 큰 돌을 들고 용산을 겨냥한 듯한 만평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사진=조국 페이스북 캡처]

이에 대해 서정욱 변호사는 8일 채널A에서 “내년 총선에 나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취지인데,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으로 돌 던질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이 ‘신속한 재판’을 계속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의 항소심도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조 변호사가 미국인 교수를 증인으로 부른다는데 말도 안 되고, 재판부가 곧 재판을 끝낸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항소심 실형이 그대로 확정되서 교도소로 갈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본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시작된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재판은 한 달에 1번씩 진행되고 있다. 11월 20일에 진행된 5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선고 가능한 날짜를 2월 8일로 전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3부 재판장인 김우수 부장판사는 지난 달 20일, “이 사건은 기록이 방대하고 쟁점이 많기에 공판기일을 무한정 끈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혁진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펜앤드마이크TV에서 조 전 장관의 항소심 결과에 대해 “형량 늘고 법정 구속 된다”고 전망했다. 정 변호사는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징역 4년을 받았다”면서 “지방대학 교수가 징역 4년 받았는데,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2년이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1심에서 조국이 받은 유죄 혐의만 8개에 달해...조희대 대법원 ‘형량’ 늘리고 ‘법정 구속’ 갈까

정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1심에서 입시관련 혐의 6개가 유죄로 인정됐고, 딸 장학금 수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감찰 무마 직권남용 혐의를 포함해 총 8개가 유죄로 인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저히 징역 2년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혁진 변호사(왼쪽)는 지난달 23일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조국 전 장관의 항소심 결과에 대해 전망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TV 캡처]
정혁진 변호사(왼쪽)는 지난달 23일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조국 전 장관의 항소심 결과에 대해 전망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TV 캡처]

정 변호사는 “내가 재판장이라고 하면 2년이 아니라 4년, 6년 혹은 그보다 훨씬 강한 형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만 해도 1심에서 구속이 안 됐지만 대법원 판결에서는 법정 구속됐다는 점을 들며, 조 전 장관도 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형기준을 따져보면 2년은 말이 안 되는 형량인데다, 1심과 2심에서 공히 실형이 나오면 대법원에서 바뀔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정 변호사는 “내년 2월 담당 재판부에서 아마 법정구속을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징역 2년형이 나오면 ‘땡큐’하면서 살다 나오면 되고, 4년이나 6년이 나오더라도 감수해야 한다고 조 전 장관에게 제안했다.

그런 상황에 있는 조 전 장관이 ‘신당 창당’을 고려한다는 점에 대해 정 변호사는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신당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 정 변호사는 “조송 신당, 무슨 범죄자 신당이냐?”고 꼬집으며, ‘조송, 말 그대로 죄송’하다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취임 이전인 상황에서도 정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항소심 결과에 대해 ‘형량 늘고 법정 구속 간다’고 예견했다. '대법관으로서 원칙론자로 정평이 날 정도로 법과 원칙에 바로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력을 보여온' 조 대법원장 체제 하의 재판부는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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