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임 이후 발생한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75일 만에 해소된 것이다. 조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이르면 11일 대법원장으로 취임한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민주당도 이례적으로 긍정 평가

조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재석 292명 중 264명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 찬성 147표가 필요했으나, 이보다 117표가 더 많은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와 민주당도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5~6일 이틀간 진행된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임명동의안 통과는 예정된 수순으로 관측됐다. 조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 대신 사법부 주요 현안에 대해 집중 질의가 나왔다. 도덕성이나 자질에 대한 검증도 이어졌지만, 이와 관련한 시비는 없었다. 조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취임하면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수 체제의 병폐인 ‘재판지연’과의 전쟁 나설 듯...조국, 윤미향 재판 빨라져?

특히 조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현행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로 ‘재판 지연 문제’를 꼽았다. 임기 동안 재판지연에 대해 전쟁 수준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장기미제 사건을 특별히 집중관리하고, 1심 단독 재판 범위를 확대해 1심 재판을 빨리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조 후보자의 뜻에 따라 일선 판사들의 재판 속도가 빨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거의 유명무실해진 것이 사실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이 일선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당장 내년 2월의 정기인사부터 조 후보자가 맡게 되므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장이 재판지연 해소에 의지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관리를 하게 되면, 판사들이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의 재판부에서는 친민주당 계열의 사람들에 대한 재판은 계속 늦어지고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윤미향 의원, 최강욱 전 의원 등의 1심 선고는 이례적으로 늦어진 사건으로 꼽힌다. 최근 선고된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의 1심만 해도 3년 10개월 만에 나왔다. 따라서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는 친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재판이 더 이상 지연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형사합의 33부,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병합하면 ‘재판지연’에 해당돼

조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빅이슈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대표와 관련한 재판 중 대장동‧ 위례 신도시‧ 백현동‧ 성남 FC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 김동현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관련 심리가 시작된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재판은 2027년 대선때까지 1심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다. 게다가 김동현 재판장은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 대상도 아니다.

다만 병합하지 않았던 위증교사 재판도 김동현 부장판사가 담당하고 있다. 검찰의 병합 반대와 여론을 의식한 김 부장판사가 현재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위증교사 재판은 두세 번 정도면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김 부장판사는 ‘선고는 병합해서 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겨둔 상태이다. 따라서 끝까지 병합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김 부장판사가 위증교사 선고를 대장동 사건 등과 병합할 경우 사실상 ‘재판지연’에 해당된다. 조 후보자가 강조하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위배되는 셈이다. 물론 이 대표의 경우는 ‘신속하지 않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한 대목이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강규태 부장판사가 심리 중인 선거법 재판도 주목된다. 현재 1심이 1년 3개월째 진행중이다. 강 부장판사는 내년 2월 정기 인사 대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기 인사 이후에 1심이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인 관련 재판지연 해결하려면?...내년 2월에 이념성향 강한 ‘문제적 법관’ 물갈이 필요해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 후보자가 ‘재판지연 문제를 전쟁 수준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김명수 체제하에서 특정 이념 성향을 보인 판사들의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판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1심을 길게 끌어온 정치인 관련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 2월 판사 정기 인사 때 ‘문제적 법관들’이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럴 경우 이재명 대표가 목표로 하는 2027년 대선 출마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위증교사 재판만 해도 김동현 부장판사가 재판을 질질 끌면서 1심 선고를 늦춘다고 하더라도, 무작정 지연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희대 사법부의 등장, 이재명의 재판지연 전략에 치명타 될 듯

또한 김동현 부장판사가 위증교사 재판을 다른 재판에 병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김 부장판사도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고 나면, 아무래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늦어도 내년 말에는 위증교사 재판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위증교사가 ‘사법방해’에 해당하는 만큼, 징역 2년 혹은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정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조희대 사법부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재판지연 전략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2027년 대선 재출마의 꿈은 무너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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