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 승리를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재 전쟁’ 막이 오르고 있다. 총선 승리는 집권 중반기 이후 국정운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이다. 그런 만큼 ‘인물 대결’을 통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 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강성 지지층인 ‘개딸 그룹’에 의한 정치 극단화라는 문제로 인해 새로운 인재 발탁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재 전쟁’은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변수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교체된 6개부처 장관 대다수가 ‘험지’보다 ‘텃밭’ 출마 거론돼

윤 대통령이 4일 단행한 6개 부처 개각은 그 신호탄이다. 내년 4월 총선에 출마설이 무성한 장관들이 교체대상으로 발표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 6명이 그들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보수여당의 텃밭이나 강세지역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현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출마가 유력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이 위치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지만, 당내 공천이 곧바로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총선 기여도가 거의 없는 선거구이다.

추 부총리는 이미 지난 8월 1일 대구 달성을 방문해 사실상 ‘3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날 휴가를 맞아 찾은 달성군청 기자실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인사권자인 대통령 결정 사안으로 현재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면서도 “올 연말쯤이면 지역으로 내려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측근인 박민식 장관은 분당을 도전 의사를 분명히하고 있다. 분당을에 20년 넘게 살고 있는 박 장관은 보훈처에서 장관급으로 승격된 보훈부를 맡아 ‘정율성 기념 사업’에 제동을 거는 등 이념적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분당을은 경기도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현역이지만 ‘보수텃밭’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30일 대통령실 인사를 통해 용산을 떠난 김은혜 전 홍보수석도 분당을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김 전 수석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로 출마해 김동연 현 지사에게 석패했을 정도로 ‘경쟁력 있는 무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의힘 열세지역인 수원에 뛰어들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수원 지역구 5개 의석은 현재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김 전 수석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최고위층 선에서 전략적 판단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비례대표 출신의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서초을 지역구,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중-영도가 각각 거론된다. 이 장관이나 조 장관 모두 총선 승리에 대한 기여효과는 거의 없는 지역구 출마가 거론되는 셈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충남 천안을 출마설이 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천안 3개 지역구는 모두 야권이 가져갔다. 국민의힘으로는 탈환대상 지역구이다. 정 장관 정도만 험지 출마로 평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윤 정부의 초기 내각을 구성했던 장관들 대부분이 험지가 아닌 텃밭에서 출마를 한다면, ‘인재 발탁’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텃밭’ 행렬 속에서 ‘희생’을 선언한 원희룡의 선택이 최대 이슈

이같은 ‘텃밭’ 행렬 속에서 ‘희생’을 선언한 원희룡 장관의 선택이 이번 개각의 최대 이슈이다. 이재명 대표와 인천 계양을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인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대장동 일타강사’를 자처하며 ‘이재명 때리기’ 선봉에 섰던 원 장관은 ‘희생과 헌신’을 강조하고 있다. 험지에 뛰어들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승리를 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는 두 갈래이다. 하나는 민주당 강세지역인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대표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이는 원 장관을 내년 총선의 최대 스타로 만들어주는 시나리오이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대표와 맞대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막중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승리할 경우 원 장관은 단박에 한동훈 법무장관에 버금가는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정의당 대표를 지낸 심상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출마 가능성이다.

원희룡, 당장 계양을 출마 선언은 보류...총선 전략의 큰 틀 속에서 역할 정립을 강조

원 장관은 4일 개각 발표가 난 뒤 국토부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총선 출마와 관련해 “이 정부의 국정운영에 가장 큰 책임감 느끼는 사람 중의 하나이고, 가장 오래 당의 간판을 달고 선거를 치를 사람으로서 걸맞는 책임 다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희생과 어려움이 따라도 앞장서고 솔선수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외연확장론에 대해서는 “정치는 결국 국가운영에 관한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넓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이다. 보수 통합과 중도로의 확장은 제가 생각하는 정치의 기본 방향 중의 하나이다”면서 “정치 일선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당연히 그런 역할을 최우선에 두고 움직일 생각이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험지출마론에 대해서는 “그 질문 속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니 알아서 해석해달라”고 직답을 피했다.

“해석이 어려우니 직답을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앞서가면 선택을 할 수 없다. 포괄적으로 이야기 한 것은 아직 장관직 수행도 짧아도 20일 남아 있고. 특정한 위치를 짚어서 말하기에는 책임범위와 정치인으로서의 무게가 그것보다는 열려 있어야 한다는 자세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양을 출마를 당장 선언하기에 앞서 여당의 전반적인 총선 전략이 짜여지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나리오 1= 실제로는 당선 가능지역 선호?...한동훈 거취와 연동될 듯

원 장관의 선택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측이 있다. 첫째, 원 장관은 ‘희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낙선 가능성이 높은 선택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오랫동안 다져오고 이재명 대표가 물려받아서 굳혀온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당선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당선 가능지역에서 선거를 치르려는 게 원 장관의 본심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의 선택은 한 장관의 거취와 연동돼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4일 개각의 방점은 원 장관에게 찍혔지만, 연말연초 추가 원포인트 개각을 통해 한 장관이 교체될 경우, 더 많은 대중적 관심이 예상된다. 한 장관을 어떻게 기용할지의 문제와 원 장관의 ‘희생 방식’이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시나리오 2= 계양을에서 정면승부...이재명의 선택이 변수

하지만 원 장관이 이 대표와의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 자체가 결과와 무관하게 ‘큰 장사’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재명과 대결을 선택한다면 원희룡은 그 자체로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간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이 도망가지만 않는다면 원희룡과의 대결은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분당갑에서 대결하자”는 안철수 의원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강세지역인 계양을에서 ‘손쉬운 승부’를 벌였다. 그가 내년 총선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에 따라 원희룡의 정치적 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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