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방검찰청이 4일과 5일 이틀째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수원지검은 4일 오전 경기도청 도지사실과 총무과를 비롯해 법인카드 사용처 등 10여 곳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이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4일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이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4일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채널A 캡처]

수원지검이 경기도청 압수수색 시작한 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북콘서트 열려

수원지검은 4일 오전 9시 20분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40분 가량 압수수색을 진행한 데 이어, 5일에도 진행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근무하던 당시 이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의 신고를 검토하던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번 사건을 검찰로 이첩한 뒤 첫 강제 수사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이끌어낸 당사자는 조씨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원지검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던 지난 4일, 조씨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명 대표 부부의 법카 유용 의혹을 다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천년의상상 간) 북콘서트를 열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조씨는 “북콘서트를 시작하기 전에 뉴스 속보를 봤다”면서 경기도청 압수수색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에 참가자들은 환호했고, 조씨는 “국민 모두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차례 기각 끝에 첫 ‘법카 유용’ 압수수색 영장 발부돼...숨은 공로자는 공익제보자 조명현

그동안 얼굴과 실명을 가린 채 공익제보자로만 알려졌던 조씨는 지난 10월 19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발로 무산되자 전날인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조씨는 경찰에 의해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

당시 조씨는 “죄에 대한 인정과 사과, 그에 따른 책임 없이 여전히 굳건하게 국회의원이 되고 민주당 대표가 돼 활발히 활동 중인 이 대표이기 때문에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국정감사 참고인 요청은 제겐 두려운 일이었다”며 “많은 고민 끝에 큰 용기를 내 참석을 결정했는데 (참고인 채택) 무산으로 그 용기를 다시 접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두려워 제가 국감 참고인으로 나가는 것을 기필코 뒤엎어 무산시키는 것인가”라며 “보잘 것 없는 힘이지만 이렇게라도 나서서 올바른 대한민국이 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보려 이 자리에 섰다”고 주장했다.

조명현의 신고서= 이재명의 법카 유용 지시와 묵인 행위 조사를 요청

이에 앞서 조씨는 지난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대표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지시와 묵인 행위를 조사해달라며 신고했다.

신고서에는 "피신고인(이재명 대표)은 경기도지사라는 직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공적 업무에 사용돼야 할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횡령 또는 횡령하도록 지시하거나 횡령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배우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권익위는 이 대표에게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해당 사건을 대검찰청에 넘겼고, 대검은 이를 수원지검에 이첩했다. 지난 10월 23일 수원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조씨는 조사에 앞서 "법카 유용의 주어가 이재명으로 바뀐 것"이라며 이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조명현에게 법카 사용을 지시한 5급 배모씨는 1심서 유죄 선고 받아...김혜경씨 수사는 진행중

당시 조씨에게 법인카드 사용을 지시한 상관인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배모씨는 지난해 9월 해당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8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배씨와 검찰 모두 항소해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검찰은 배씨와 공범으로 지목된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다. 김씨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당시 배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로 소고기나 초밥 등 자신의 음식값을 지불한 사실을 알고도 용인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배씨의 법인카드 유용 규모는 2000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1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조씨는 “거짓말보다 바른 말이 편하다”며 “이 대표는 진실을 말해 편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조씨는 이 대표와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에 대해서 다룬 책을 출간하며, 이 대표를 지속적으로 저격했다.

수원지법이 마음 바꿔 압수수색 영장 발부한 까닭은?...조명현의 1인 시위가 역할?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김동희)는 지난 10월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경기도청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수원지법이 11월초 이를 기각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기각된 이유’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안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이후 조씨는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 하라"며 수원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1일 조씨는 "증인과 증거가 명백하게 있는데 왜 수사조차 할 수 없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시키냐"며 "기각 사유는 무엇이냐"고 사법부에 되물었다. 그러면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했는데 어느 곳에도 눈치보지 않고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정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조명현씨가 지난달 21일 수원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3-11-21.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조명현씨가 지난달 21일 수원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3-11-21.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법원이 한 차례 경기도청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가, 두 번째에 발부를 한 데에는 조씨의 영향이 지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5일 채널A에 출연한 이종구 정치평론가는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해서 이전과 이후가 틀린 모멘텀이 하나 있다”면서 “그게 바로 조명현 씨”라고 밝혔다.

김혜경과 배모씨 간의 공범관계에 초점 맞추던 수사, 조명현의 ‘직격’ 이후 급변해

이 평론가는 “조명현씨가 지난 10월 나서서 이 모든 것들은 이재명 지사가 알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이재명 지사를 직접 직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권익위가 고발을 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조씨가 나서기 전까지는 김혜경 씨와 배모씨의 공범관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수사가 진행돼 왔지만, 조씨의 등장 이후 이재명 지사의 연루와 여죄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조씨의 폭로로 이 대표가 아침식사로 먹은 ‘황제급 샌드위치’와 ‘청담동 일제샴푸’ 등 이 대표가 법인카드를 유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따라서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이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혐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조씨의 공로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조씨는 4일 국회에서 북콘서트를 연 데 대해서도 “부패행위를 고발한 제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이 국회에서 북콘서트를 할 경우, 책을 팔 수도 없고 후원금 모집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불이익을 감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일 조명현 씨는 자신의 저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북콘서트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4일 조명현 씨는 자신의 저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북콘서트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조 씨는 저자의 변에서 법카 유용의 진실을 세상에 널리 알림으로써 자신이 탄압받는 피해자가 아니라 당당한 승자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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