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달 30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를 모두 일부 유죄로 판단, 벌금 7000만원 및 추징금 6억 7000만원도 명령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3.11.30.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3.11.30. [사진=연합뉴스]

당일 재판정으로 향하는 김 전 부원장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선고를 앞두고 심경 한마디’를 부탁하는 기자들에게 웃으면서 “선고받고 나서 말씀드리겠다”며 무죄를 자신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은 법정 구속됐고, 기자들에게 심경을 밝히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에 의해 구속된 이후 1년의 재판 끝에 1심 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보석을 취소하고 다시 법정구속했다. 김 전 부원장은 선고 기간 내내 미간을 찌푸리며 굳은 표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죄 선고에 충격받은 김용, 2심에선 자신의 형량 낮추는 데 집중할 듯

김 전 부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때문에 2심 재판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가 관심사이다. 이와 관련, 이번 1심 유죄 선고에 충격을 받은 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의 신임에 부응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신의 형량을 낮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두 갈래이다. 우선 2021년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무렵 대장동 일당에게서 6억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이다. 또 2013년·2014년 성남시 의원 시절 대장동 특혜 대가로 1억 9천만 원 뇌물을 받은 혐의이다. 이중 재판부는 7천만 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명절에 줬다는 2천만 원은 진술이 부정확하고, 시의원 임기가 끝나던 무렵 건너간 1억 원은 뇌물이 아닌, 이재명 당시 시장의 선거자금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지방의회 의원 출신 정치인과 개발업자가 오래도록 인허가를 매개로 유착해, 청렴성과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진술이 다 인정됐다며 항소하기로 했다. 김 전 부원장 측 김기표 변호인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 이렇게 받았다고 지금 판결이 나서 정말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다투면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재판부, 김용의 기대와 달리 유동규 진술에 신빙성 부여

김 전 부원장이 무죄를 자신한 이유는 ‘유동규 전 본부장 발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김 전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 진술에 '놀아났다'는 입장이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 증거가 없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무죄 입증을 자신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서정욱 변호사는 2일 유튜브 채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일부 진술에서 오락가락하는 점을 들어, 유 전 본부장의 발언을 믿겠는가 이렇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김명수 체제 하에 임명된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여러 가지를 믿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조병구 부장판사는 정진상 전 정무실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도 심리중이다. 지난 5월 정 전 실장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지적하는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을 향해 격분하며 “모든 것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 여러 차례라 헷갈린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른 기억과 혼재한 것이지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맞서기도 했다.

금품의 최종 전달자인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인 진술을 하는 데다, '자금원'이었던 남욱 변호사, 전달자 역할을 한 정민용 변호사 등 관련자들의 진술도 일치하는 것이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정 구속된 김용, 5년 징역형에 알거지 되는 선고받아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무죄를 자신한 김 전 부원장은 판사의 선고를 들으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봤다가, 굳은 표정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김 전 부원장은 ‘나 이제 죽었구나’ 하는 심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김 전 부원장 입장에서는 결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가족들 걱정이 앞섰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에 대해 “김 전 부원장이 추징금만 해도 6억7천만원인데, 현재 신고 재산이 8억원에 불과하다”면서 “5년 징역에 알거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용이 처한 ‘죄수의 딜레마’= ‘이재명과의 의리’ 지키면 높은 형량에 추징금도 갚아야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에게 들은 말이라며 “김 전 부원장 부인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부인과 다르다. 김 전 부원장 부인은 김용에게 ‘왜 이재명하고 의리를 지켜야 돼?’이런 입장”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김 전 부원장은 ‘유동규처럼 불어가지고 무죄 받아볼까?’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1심 선고에서 법원이 판단한 것처럼 ‘받은 돈을 전부 이재명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썼다’고 인정하게 되면, 추징금은 최종적으로 수혜자에게 간다는 것이 서 변호사의 설명이다. 서 변호사는 “받은 돈을 이재명 대표의 경선자금으로 썼다고 하면, 형량도 1~2년은 줄어들기 때문에, 김 전 부원장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높은 형량이 유지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이 김 전 부원장에게 뇌물 명목으로 기소한 1억 9천만원에 대해 법원은 7천만원만 유죄로 판단했다. 2천만원에 대해서는 진술이 부정확하고, 1억 원은 뇌물이 아닌 이재명 당시 시장의 선거자금이라고 봤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의 경우 1억만 넘어도 10년 이상이 선고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 의식한 김용, 항소심에서 진술 변화할 가능성?

게다가 김 전 부원장이 이런 결심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으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최근 ‘김용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발언이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와 정치공동체는 정성호가 정치공동체”라며 “김용‧정진상은 정치적 공동체라기보다는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또는 (경기)도지사 때 그 심부름을 하던 참모들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 전 부원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이 대표를 대신해 정 의원이 ‘선긋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는 2020년 김 전 부원장을 두고 “제 분신과 같은 사람”이라며 “아주 유용한 재목”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에 대해 서정욱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은 정진상 전 실장과 달리 이 대표와 한몸은 아니다. 따라서 김 전 부원장이 충분히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항소심에서) 진술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한 1심 선고 이후 민주당 내에서 일부 의원들은 김 전 부원장의 선고가 이 대표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며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박성준 대변인은 “김용 전 부원장과 관련된 재판이기 때문에 당에서 따로 입장을 낼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