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관리위원장 및 위원 권한 강화 추세에 전략공천 보다 경선(競選)이 대세

 

얼마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김기현 대표에게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대표는 즉각 이를 거부했다.

인요한 위원장의 요구는 혁신위가 중진 및 윤핵관 의원들의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출마를 요구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 등으로 벽에 부딪히자 직접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이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로 받아 들여졌다.

주요 정당의 총선후보자 공천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더없이 중요한 행위로, 특히 출마 당사자들에게는 정치생명이 달린 일이다.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거대 양당정치에, 선거까지 극심한 양당대결 양상을 보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텃밭, 영 호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많은 정치인들이 본선(本選) 못지않게 공천이라는 예선(豫選)에 더 목을 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12월중에 공천관리위원회를 조기 출범시키는 것을 고려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정당의 22대 총선 공천방향 및 실행기구인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출마희망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선거가 거듭될수록 공천방식은 과거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실세 등에 의한 ‘내려꽂기’, 하향식 공천이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공천관리위원회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당원 및 일반 국민들의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이 대세를 이루는 모습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 대승을 거둔 2020년 21대 총선때 민주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은 5선 중진 원혜영 의원이 맡았다. 하지만 실제로 당시 공천작업을 주도한 것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 친문 실세들이었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병도 윤영찬 윤건영 고민정 장경태 김영배 민형배 같은 사람들이 대거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이유이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의 이같은 친문계 위주 공천은 당 안팎으로부터 적지않은 반발을 샀지만, 논란이 되는 지역에서는 경선을 붙였고, 무엇보다 총선에서 대승을 거둠으로써 가려진 측면이 크다.

황교안 대표가 이끌었던 미래통합당은 당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게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겼다. 김형오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등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공천을 차단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권성동 의원등 탄핵을 주도했던 사람들 또한 공천을 주지않았다.

고향에 출마하려는 홍준표 김태호 등 중진들에게 끝까지 공천을 주지않고 수도권이나 험지출마를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황교안 대표는 역대 어느 당 대표보다 공천을 통해 자기사람을 심는데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김형오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요구한 ‘공천불간섭’ 조건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4년차에 치러진 2016년 20대총선은 촛불사태 및 탄핵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된 선거였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은 친박계 색채가 강한 이한구의원이었다. 이한구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및 그 보좌관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을 배제하려고 했고, 이에 김무성 대표가 당 대표 직인을 들고 잠적하는 소위 ‘옥쇄들고 나르샤’ 파동이 발생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원인이 됐다.

20대 총선 여당 공천에는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 실세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18대 총선 공천에 대한 복수전의 성격이 강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두달 뒤인 2008년 5월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측의 ‘친이계’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대립했던 ‘친박계’를 ‘공천학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켰다.

당시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안강민 변호사였지만, 실제 공천은 친이계인 이방호 사무총장을 앞세운 정권 실세 이재오 의원이 좌우했다.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재오 의원을 찾아갔고, 그의 노트에는 공천해줄 사람 및 후보군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18대 총선때는 민주당에서도 또다른 의미의 공천학살이 발생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박재승 변호사는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 및 ‘호남 현역 30% 물갈이’를 공천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에따라 물갈이 대상 의원 11명은 공천 심사조차 받지 못했고, 현역의원 24명이 탈락하는 ‘공천 피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시간이 흐를 수록 정권 실세들이 자기 사람을 내려꽂는 실세공천 내지 낙하산 공천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다.

지난 총선때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모두 서울의 49개 선거구 중 13곳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했다. 직전 20대 총선때는 경선지역이 10곳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천심사에 참여하는 공천관리위원들의 영향력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21대 총선에서 김형오 위원장의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대부분 지역의 공천자 및 경선여부 결정이 공천관리위원들의 합의제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역 정치인들은 손에 피를 뭍이지 않을 수 없는 공천관리위원장을 가급적 맡지 않으려고 손사레를 친다. 낙천자들과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될 수 밖에 없다쳐도, 파격적으로 공천을 받은 사람도 “잘되면 제탓, 못되면 남탓”이라는 말대로 고마워하지 않은 것이 정치판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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