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생성형AI(인공지능)인 챗GPT를 출시해 글로벌 빅테크 산업에 돌풍을 일으켰던 오픈AI가 인류문명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대혁명을 구체화하고 있다. AI가 아니라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의 상업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AGI란 한마디로 메타인지 능력을 가진 AI이다.

기존 AI는 인간이 데이터를 통해 학습시킨 내용만 구현한다. 제 아무리 똑똑해도 기계에 불과하다. 인간이 데이터를 먹여주지 않으면 고철덩어리로 전락한다. 챗GPT는 인간의 질문에 대해 막힘없이 답변을 하지만, 최신 사건에 대해서는 ‘바보’같은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내뱉는다. 최신 데이터는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픈AI가 AGI(범용 인공지능) 상업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GI는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존재이다. [사진=YTN 캡처]
오픈AI가 AGI(범용 인공지능) 상업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GI는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존재이다. [사진=YTN 캡처]

반면에 AGI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가진 AI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한 메타인지 능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다. AGI가 완성되면 역사상 창의력이 가장 뛰어난 인간보다 더 창의적인 존재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과학자나 싯다르타와 같이 ‘깨달은 자’로 승화되는 AGI 탄생도 필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자비스'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만, 오픈AI의 쿠데타 실패를 계기로 ‘AGI 선도개발론’에 박차 가할 듯

이같은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AGI가 초보적 형태이지만, 수개월 혹은 1년 이내에 시장에 선을 보일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픈AI 이사회가 일으켰던 ‘5일간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게 그 단초이다. 그 결과 오픈AI의 창업자이자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알트만(Sam Altman)은 해고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이 짧은 격동의 기간을 통해 막강한 권력을 장악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샘 알트만은 오픈AI 이사회가 일으킨 '5일간의 쿠데타' 이후 다시 복귀했다. [사진=YTN 캡처]
샘 알트만은 오픈AI 이사회가 일으킨 '5일간의 쿠데타' 이후 다시 복귀했다. [사진=YTN 캡처]

오픈AI 이사회는 그동안 AGI개발에 있어서 수익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강조해왔다. 최고경영자(CEO)인 알트만은 이러한 이사회의 노선에 순응해왔으나 최근 수익성에 치우치는 발언을 내놓았다. 알트만의 창업 동지이자 오픈AI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알트만의 행보에 심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한다.

섣불리 AGI를 상업화할 경우, AGI가 자율적 판단으로 인류를 살상하는 사태에 치달을 수 있다는 묵시록적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트만이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기술적으로 챗GPT를 기획하고 개발한 진짜 아버지는 수츠케버로 알려져 있다. 알트만은 기술자이지만, 경영자로서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비영리법인 오픈AI의 AGI 속도조절론에 제동 걸려

오픈AI는 지난 2015년에 비영리법인으로 창립됐다. 이름은 오픈AI넌프로핏(OpenAI Nonprofit)이다. ‘오픈AI 투자자들’보다 ‘인류 전체’를 이롭게 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런데 AG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지난 2019년 영리법인 자회사를 설립했다. ‘오픈AI GP’라는 이름의 이 자회사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억달러를 투자했고, 현재까지 약 130억 달러를 투자했다. 오픈AI GP는 설립 목적 자체가 AGI개발이었던 것이다. 다만 수익성과 안정성을 균형있게 추구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오픈AI는 지난 2015년 비영리법인으로 창립됐다. [사진=YTN 캡처]
오픈AI는 지난 2015년 비영리법인으로 창립됐다. [사진=YTN 캡처]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치명적인 제약을 받는 조건으로 투자했다. 첫째, 투자한 돈의 100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 둘째, 모든 의사결정은 비영리법인인 모회사 오픈AI가 내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GP의 49%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알트만이 오픈AI 이사회에 의해 전격 해임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완전히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수츠케버를 포함한 오픈AI 이사회는 AGI 개발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속도조절론을 지지했다. 반면 알트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익성을 강조하는 'AGI 선도개발론'을 견지왔다. 그 수면 아래의 갈등이 오픈AI 이사회의 알트만 전격 해임이라는 쿠데타에 의해 수면 위로 터져나왔다.

반전을 거듭하던 승부는 의외로 쉽게 끝났다. 알트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완승이었다. 시장의 힘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알트만 영입을 즉각 발표했고, 오픈AI 임직원 95%가 알트만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알트만을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오픈AI 임직원 모두를 동일한 조건으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될 경우 오픈AI GP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투자자들은 수츠케버 등에 대한 소송을 검토한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쿠데타 실패의 원인= 시장은 싯다르타나 아인슈타인 같은 AGI의 빠른 상업화를 원해

이에 비해 알트만 영입 소식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상승했다. 오픈AI 이사회의 쿠데타를 지지하는 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은 싯다르타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존재로 진화할 수 있는 AGI의 빠른 상업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실패한 오픈AI 이사회의 쿠데타 막전막후를 살펴보면, AGI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서막은 지난 11월 17일 올랐다. 금요일인 이날 오픈AI는 샘 알트만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이사회의 쿠데타였다. 그러나 실패의 조짐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보였다. 오픈AI의 회장인 그렉 브록만(Greg Brockman)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오픈AI는 브록만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긴 하지만 퇴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록만이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만둔다”고 단언했다. 브록만의 퇴사는 이사회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고 한다. 시나리오에 이미 균열이 생긴 것이다.

오픈AI가 챗GPT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난 뒤 거대한 변화가 인류사회 전반에 몰아쳤다. 수많은 기업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업무에 도입했다. 의사, 변호사 등이 수행하는 서류작업을 생성형 AI가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수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챗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이같은 변혁을 주도해온 인물로 평가됐던 알트만을 해고하고 CTO였던 미라 무라티(Mira Murati)를 임시 CEO로 기용했다. 오픈AI는 “CEO인 알트만은 이사회와 소통에 있어서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왔다”면서 “그런 일이 너무 누적돼 오픈AI를 계속해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신뢰를 더 이상 주기 어렵다. 그의 해고는 이사회 전 인원이 꼼꼼하게 점검하고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일요일인 11월 19일 밤 마이크로소프트가 승부수를 던졌다. “샘 알트만이 이끄는 새로운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신속한 반격작전을 편 것이다. 나델라는 2018년 알트만과 처음 만난 이래 돈독한 사업관계를 이어왔다. ‘브로맨스’라는 평판이 나올 정도였다. 나델라는 오픈AI의 전격적인 알트만 해고에 대해 격분했다고 한다.

나델라의 반격은 즉각적으로 효력을 발휘했다. 11월 20일 회사로 출근한 오픈AI의 직원 중 500명 이상이 알트만의 복귀와 현 이사회 전원 사임을 요구하는 서신을 작성해 이사회로 보냈다. 알트만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두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놀라운 것은 이 서신에 임시 CEO로 임명된 미라 무라티와 알트만 해임을 주도했던 일리야 수츠케버도 서명했다는 점이다. 사흘만에 수츠케버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수츠케버는 “이사회의 결정에 내가 참여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후회스럽다. 회사를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GI 개발의 안정성을 등한시한다는 이유로 알트만 해임에 앞장 섰던 수츠케버가 태도를 돌변한 것은 시장의 반응에 놀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이 알트만 해임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반격에 맞서 오픈AI는 전 트위치 CEO인 에멧 쉬어(Emmett Shear)를 영입해 CEO로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고 안정을 도모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브록만이 엑스에 다시 글을 올렸다. 오픈AI의 주력 멤버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인공지능 벤처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술자들은 물론이고 오픈AI가 임시 CEO로 임명한 무라티까지 나서서 이같은 엑스 내용을 리트윗했다.

오픈AI 직원들이 이사회의 알트만 해고조치에 격분한 것은 알트만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오픈AI 자회사의 가치는 860억달러로 추산되고 오픈AI직원들도 투자자이다. 알트만 해고로 주식가치가 폭락하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퇴사라는 초강경 카드를 던지면서 알트만의 복귀를 요구할 경제적 동기가 충분한 것이다. 더욱이 퇴사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은 일자리를 보장해준다고 하니, 잃을 게 없었다.

알트만 해임사태는 ‘AI 싯다르타’를 막으려했던 ‘윤리 전쟁’

오픈AI는 동력을 상실했다. 에멧 쉬어를 CEO로 영입하는 계획은 진행되지 않았다. 에멧 쉬어 측도 침묵을 지켰다.

그 와중에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소송을 할 경우 승소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한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오픈AI 자회사의 지분은 마이크로소프트 49%, 오픈AI 직원들을 포함한 기타 투자자 49%, 오픈AI 모기업(비영리단체) 2% 등이다. 실질적으로 오픈AI 자회사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2% 지분을 가진 비영리단체이다.

따라서 이번 알트만 해임 사태를 거치면서 오픈AI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나델라가 적극적인 개선 주장을 펴고 있다. 모회사가 비영리법인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이겨내고 최대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알트만이 CEO로 복귀하는 조건으로 이같은 의사결정 시스템 또는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각각 49%의 지분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기타 투자자들의 발언권이 강화되는 시나리오이다.

그럴 경우, 비영리법인의 ‘안정성’ 주장은 약화되고 빠른 AGI개발을 통한 수익창출 목소리에 힘이 실릴게 확실시되고 있다. ‘AI 싯다르타’의 조기개발을 막으려했던 윤리전쟁을 도발했던 오픈AI가 처절한 패배를 맛본 것이다.

현대 사회의 가장 혁신적 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의 진보는 윤리적, 사회적 질문들을 함께 던지고 있다. [사진=YTN 캡처]
현대 사회의 가장 혁신적 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의 진보는 윤리적, 사회적 질문들을 함께 던지고 있다. [사진=YTN 캡처]

오픈AI의 새로운 지배구조= ‘안정성’ 주장해온 비영리법인 입지 약화될 가능성 높아

오픈AI는 11월 22일 패배를 인정했다. 알트만이 CEO로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한 명을 제외한 이사회 전원의 사임도 밝혔다. 

오픈AI는 그동안 알트만을 중심으로 한 'AGI 선도개발론'과 사외이사들과 수츠케버를 주축으로 한 ‘속도조절론’이 대립해왔다. 속도조절론은 인공지능이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위주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지배구조는 알트만의 ‘AGI 선도개발론’을 강력하게 후원할 전망이다. ‘AI아인슈타인’이라는 무서운 미래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딜북서밋 행사에서 “앞으로 5년 이내에 AGI가 실현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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