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 출석해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환노위 위원들은 SPC그룹의 산재예방 계획 등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허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려 나와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부산 연제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DL이앤씨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등의 중대재해 발생으로, 허 회장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8월 제빵공장에서 20대, 50대 근로자가 잇따라 사고사한 것으로 증인으로 나서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이날 근로자들의 사고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1년 반 동안 7건의 사고가 나서 8명이 사망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라고 묻자 이 회장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안전 비용의 경우 올해 작년보다 29%를 증액했고, 내년에도 20% 이상 증액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도 "저희가 부족해서 산재 사고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직원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교육을 더 많이 하고 (노동자 작업 중) 위험한 부분은 기계 설비로 대체해서 우리 작업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환노위 위원들은 SPC그룹이 불성실하게 자료제출에 임했다면서 허 회장에게 항의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재조사표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재원인분석 및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제목을 포함해 8~9줄"고 지적했다. 진성문 민주당 의원도 사망사고 발생 이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설비개선 예산과 안전을 위한 예산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비교해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2년 연속 국내 노동자의 생명을 잃게 만들었고 수백명의 산재사고를 방치하면서 해외 사업확장에 따른 산재 예방관리, 해외안전시스템 설비 구축 양해각서 체결을 이유로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다"며 "국내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인 채 산재예방관리를 위해서 해외출장을 갔다는 것이 모욕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해외에 있을 당시 제출된 해당 자료 최종적으로 검토했나"고 질의했고 허 회장은 "처음 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에게 산재 사망사고 현장을 방문한 적 있느냐고 질의했고 허 회장은 "샤니는 퇴직한지 5년됐다. 5년 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SPL 공장(SPC 계열)도 확인해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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