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당무회의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후보자들의 본선 진출 규정을 바꾸기로 의결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현행 60대 1에서 20대 1로 축소한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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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권리당원의 표 가치가 3배 가량 높아졌다. 이는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대다수인 권리당원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포석으로 풀이됐다.

이재명, 권리당원 표 가치는 재빨리 높이고 선거구제 개편에는 침묵

이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사안에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이 대표가 선거제 개편에는 침묵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계는 물론 김두관 의원을 포함한 친명계 일부까지 가세해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제’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72명까지 늘어나 이 대표를 압박하는 상황이지만, 이 대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29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원총회가 선거구제를 획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병립형과 준연동제 사이에서 실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의원제 축소 의결, 내년 8월 이재명 대표 재선을 위한 포석?... 비명계는 강한 반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7일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대의원제 축소를 의결했다. 현행 규정에 의하면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 25%, 일반당원 5%의 비율로 전당대회 투표가 진행된다. 당 지도부는 규칙 개정을 통해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합해 총 70%의 비율로 반영하되, 대의원과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20대 1로 축소했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1대 1로 맞춰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친명계 인사들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표 등가성' 차원에서 권리당원 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는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안으로 제안했는데, 당시 박광온 원내대표는 “현 시점에서 대의원제 폐지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비명계는 지도부의 이같은 의결이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일 뿐만 아니라, 친명계가 내년 8월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이재명 대표 체제가 공고해지고 현 원내지도부도 사실상 친명 체제로 구축되자, 당 지도부가 이를 틈타 대의원제 권한 축소를 밀어붙인다는 것이 비명계의 주장이다.

일부 비명계에서는 ‘지도부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다른 의도가 의심된다’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가 대의원제 비중 축소를 통해,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재선을 노리는 포석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혈안이라는 비판인 셈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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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는 유튜브 일부 목소리와 당 팬덤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당내 민주주의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은 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이 탐탐칙 않을까

이처럼 이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대의원제 축소는 신속하게 밀어붙인 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에는 침묵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의원 발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대표가 의총장을 빠져나가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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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상희 의원은 황급히 이 대표를 불러세워서 “어디 가시냐?”고 제지했지만, 이 대표는 아무런 답 없이 의총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선거제도에 대해서 아무런 공식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위성정당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이탄희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 입장 표명이 느려지면, 당대표 개인에도 좋지 않다”면서 “리더십을 명확하게 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연동형 선거제 유지’에 앞장서고 있는 이 의원은 28일 내년 총선에서 용인정 지역구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금지법 채택’을 압박하며 험지 출마를 시사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그동안 우리 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동형 비례제를 사수하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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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명파 72명은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요구 VS. 이재명측, ‘국민의힘 35석 승리’ 시나리오 흘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병립형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을 했을 경우 국민의힘에 35석이 뒤진다는 내용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이 대표 측에서 이 내용을 슬쩍 흘렸다는 관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을 하면 국민의힘에 뒤진다는 사실을 알려, 위성정당 방지법을 추진하는 의원들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 고수와 위성정당 포기에 찬성하는 민주당 의원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72명으로 급증해, '병립형 수용'을 검토중인 이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모양새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은 27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가 지금 병립형 비례를 가지고 국민의힘과 곧 야합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며 "설마 사실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날 국회 앞 계단에 서서 결의한 의원님 중 오늘까지 72명이 서명을 마쳤다. 약속을 지키겠다고,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연동형을 지키고 다시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서명했다"며 "나머지 의원님들도 모두 서명해 달라. 그리고 72명 서명파 의원들과 함께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내 의원들의 요구대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제’를 고수할 경우, 눈앞에서 35석을 잃게 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72명의 의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의 눈치보기로 여야 선거법 협상은 난항 거듭

이를 두고 국민의힘 김재섭 전 청년최고위원은 28일 채널A에서 “이재명 대표는 해야 하는 대답은 안 하고, 하고 싶은 대답만 한다”면서 “당을 장악하고 강성 팬덤들이 당을 이끌 수 있게 하는 데는 자신있게 대답한다”고 비판했다. 대의원제 축소는 신속하게 결정한 이 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본인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계산중’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전 청년최고는 “이 대표가 대단히 비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 대표가 선거제에 대해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정치를 제대로 하겠다라는 입장이 없다’는 것과 동일하게 들렸다”고 지적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12월 12일이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11월에는 여야 합의를 끝내 선거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민주당 의총에서도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가 예정돼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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