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27일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신의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이 27일 당무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여야가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국민의힘 당무감사는 원외(院外) 당협위원장은 물론 무서울 것 없는, 기세등등한 국회의원까지도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당무감사를 하면 자신의 지역구 살림살이는 물론 소소한 활동내역까지 샅샅이 드러나게 된다.

당원을 얼마나 많이 모집해서 교육하고 활동을 했는지, 당에서 지시한 현수막을 갯수대로 만들어 정확한 장소에 달았는지는 물론 중앙당에서 내려간 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경리장부까지 뒤진다.

그런가 하면 당원들을 상대로 의원 및 당협위원장에 대한 평가, ‘뒷담화’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예컨대, “지난번 지방선거때 시의원 공천은 당 활동을 더 오래하고 신망이 높은 A를 했어야 하는데 의원의 친척뻘인 B를 공천하는 바람에 말이 많다.” “국회의원 사모님이 늘 당협 사무실에 나와 잔소리를 하는 등 자기가 국회의원인줄 안다” 등등.

여기에 해당 지역의 당 지지도와 의원 또는 당협위원장의 개인 지지도를 조사하고 상대당 후보와 모의대결을 붙여 보기도 한다.

이런 당무감사 결과가 당협위원장의 교체는 물론 선거에서의 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되다보니,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당히 엄격하면서도 혹독하게 진행되지만 당무감사의 결정적 약점은 보안성이 없다는 것이다. 감사위원장은 현직 국회의원이 아닌, 객관적 인물을 골라 임명하지만, 감사에 동원되는 실무자들은 중앙당이나 시·도당의 사무처 요원들이 주가 되기 때문이다.

당무감사에 앞서 비밀을 지키겠다는 ‘보안각서’는 물론, “감사와 관련해 어떤 청탁이나 향응을 받지않겠다”는 ‘청렴각서’까지 제출하지만 비밀은 오래가지 않는다. 감사원 같은 공무원 조직이 아닌 정당조직의 특성 때문이다.

예컨대, 감사를 맡은 지역의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이 오랫동안 당 사무처에서 함께 일한 선배일진대, “야! 그것 대충좀 봐줘” 라거나 “나는 점수, 순위가 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어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는 것이다. ”여의도에는 비밀이 없다”는 말은 공무원 사회와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정치판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국민의힘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27일 총선을 앞두고 지난 8월부터 실시한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하위권에 속하는 당협위원장 46명을 공천관리위원회에 보고해 공천탈락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무감사위가 전국 253개 당협위원회 중 사고 당협 등을 제외한 204곳 당무감사 결과, 22.5%인 46명의 당협위원장의 당협 활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신 위원장은 "46개 하위 당협 이외에도 원내 국회의원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와 정당 지지도를 비교했을 때 개인의 지지도가 현격히 낮은 경우 문제가 있음을 공관위에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여론조사 점수가 나빠도 당협 활동 점수가 좋으면 권고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데, 총선에서는 경쟁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 지지도가 현격히 낮은 경우에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달라고 공관위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하위 46명의 공천 배제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권고한 46개 당협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배제할지, 다시 조사할지는 공관위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번 당무감사 결과 현역 국회의원 1위는 배현진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1위는 나경원 전 의원이라는 사실 외에는 그 어떤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27일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이번 당무감사 결과 하위권 대부분이 대구 경북과 부산 경남 등 영남권이며 이에따라 공천에서 배제될 의원 20여명의 이름이 담긴 ‘찌라시’가 나돌았다. 이에대해 당에서는 “전혀 사실과 맞지않는 명단”이라면서 “누가 이런 악의적인 명단을 만들었는지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당무감사 결과 발표 몇일 전부터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컷오프 대상 22명에 포함됐다“는 소문이 번지기도 했다.

그동안 각 정당은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당무감사와 이를 반영해 공천심사를 진행할 공천심사위 구성을 최대한 선거에 임박, 늦춰서 하는 추세를 보였다. 공천작업이 일찍 시작될수록 온갖 소문과 마타도어가 나돌고 탈락 예상자들은 탈당을 감행하는 등 온갖 분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공천파동은 늘 선거에 적지않은 타격을 주곤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거의 모든 국회의원 총선에서 여야 주요 정당의 공천심사위 구성은 빨라야 선거 두달전, 선거 한달전까지도 공천완료가 안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와 비교하면 22대 총선에 대비한 국민의힘의 움직임은 매우 빠른 양상이다. 심지어 공천심사위원회를 12월중에 출범시킬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총선준비를 서두르는 것은 최대한 빨리 후보를 내세워서 해당지역의 표갈이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오는 12월12일은 선거 120일전 예비후보 등록일로 이때부터 웬만한 선거운동은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발생한 것처럼, 현역의원을 겨냥한 출마예상자들의 공세와 같은 부작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가 ”공천탈락자들을 모아서 신당을 만들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자칫 이준석 신당에 힘을 보태주는 뜻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당무감사에서 배현진 나경원 두 여성 정치인이 나란히 1위를 차지한 것을 두고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도권의 국민의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배현진 의원의 서울 송파을은 고급 아파트도 많고 우리 당의 지지율이 워낙 높은 곳이라서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나경원 위원장의 동작을은 만만치 않은 곳인데 뜻밖“이라면서 ”부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국민의힘 인사는 ”최근 정치권의 추세를 보면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여성 의원이나 여성 당협위원장이 더 꼼꼼하게 지역현안을 챙기고 당원들에게도 살갑게 잘해서 인기가 높은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얼마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서 영남권 중진 및 윤핵관 인사들의 수도권 험지출마론이 나오자 92대의 버스, 4000여명의 당원을 동원해 세과시 행사를 한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상 지역구의 순위 또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