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옥중 생활을 담은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를 27일 출간하면서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서적 출판 비즈니스’가 화제에 올랐다. 조 전 장관 그리고 딸 조민씨에 이어 정 전 교수까지 책을 냈는데, 조 전 장관의 인세 수입만 해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연봉을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27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옥중생활을 기록한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옥중생활을 기록한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전 장관이 2021년부터 지금까지 펴낸 책은 총 4권이다. 출판계에서는 지금까지 조 전 장관이 받은 인세만 해도 1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민씨가 지난 9월에 펴낸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라는 책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조국, 조민에 이어 정경심도 27일 출간...영치금으로 극세사 이불도 장만해

그런데 정 전 교수까지 출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정 전 교수의 책을 낸 보리출판사에 따르면, 책의 부제는 '깊은 절망과 더 높은 희망'이다. 책은 정 교수가 한 평 남짓한 독방에서 웅크린 채 손바닥만한 종이에 띄운 편지이자 일기이다. 시와 같은 자기 고백 형식으로 내밀한 감정을 기록했다고 알려진다.

"여보 / 오늘 밤은 각자의 슬픔을 / 슬퍼합시다 / 내 슬픔이 너무 커서 / 당신 슬픔도 너무 클 것을 알기에 / 오늘 밤은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 당신도 슬픔에 겨워 어쩔 줄 모를 테니까요…"

남편인 조 전 장관에게 보낸 편지 형식 외에도 3년 2개월 동안 겪은 구치소 생활, 종교적인 만남, 육십 년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등도 담았다. 많은 이들이 보내준 영치금으로 극세사 이불을 장만해 따뜻한 겨울을 보내 감사를 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정 전 교수가 펴낸 책까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그럴 경우 ‘출판’이 이들 가족의 ‘패밀리 비즈니스’로 자리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8월 펴낸 조국의 ‘디케의 눈물’은 20쇄 돌파...9월 출간된 조민의 에세이는 한 때 베스트셀러 1위 등극

조민씨의 에세이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가 9월 출간과 동시에 조 전 장관 지지층의 구매력에 힘입어 첫 주에 판매 순위 5위에 올랐고, 이후 조 전 장관의 저서 ‘디케의 눈물’을 제치고 온라인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해 부녀가 나란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이 지난 8월에 펴낸 ‘디케의 눈물’은 현재 20쇄를 돌파한 상태이다. 조 전 장관은 현재 '디케의 눈물' 전국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고, 오는 12월 4일 광주에서 올해 마지막 북 콘서트를 갖는다. 지난 11월 초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양산의 ‘평산책방’에서 사인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디케의 눈물'은 출간 직후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는 한때 아빠의 책(디케의 눈물)을 제치고 온라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빠의 책을 잠시 제압한 당시 조민씨는 유튜브에서 "아버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 멘트를 밝히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딸 조민씨의 책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소개. [사진=조민 인스타그램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딸 조민씨의 책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소개. [사진=조민 인스타그램 캡처]

조국 일가의 서적 출간은 정치적 편가르기를 기반으로 삼아...사법체계 능멸하는 결과 낳아

정 전 교수의 출간에 보수 진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 전 교수는 딸 조민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고 조씨의 입시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8월이지만 지난 9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자는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다.

문제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정 전 교수가 저서에서 ‘독방생활이 억울했다’는 식으로 토로한 게 마치 ‘무죄’라는 주장처럼 들릴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계층은 이 같은 호소에 공감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따라서 조국 일가가 서적 출간을 통해 시도하는 정치적 편가르기가 사법체계를 능멸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정 전 교수는 올해 2월, 아들 조원 씨 입시비리 관련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1년이 추가됐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2심이 진행 중이어서 형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정 전 교수는 지난 11월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자녀 입시비리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이들 가족의 행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일가가 사는 법이 대단하다”면서 “쌍끌이가 아니고 조민씨까지 삼(3)끌이”라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인세로 10억원 땡기고, 조민씨는 유튜브에서 땡기고, 이번에는 정 전 교수까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조 전 장관이 재판정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2021년 이후로 책을 4권이나 출간한 점을 비판했다. 정 전 교수의 출간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4년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건, 법관들이 보기에도 사실관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범죄자가 ‘나 혼자 슬퍼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힐난했다.

정경심은 3년간 영치금만 2억4천여만원 받아...열받은 교도관들 통해 알려져

더욱이 정 전 교수가 책에서 ‘영치금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한 것처럼, 3년 2개월 동안 구치소에서 받은 영치금만 해도 2억413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전 교수의 영치금과 관련해 이 위원은 “정경심 전 교수의 영치금 문제는 당시 구치소에 있던 교도관들이 너무 열받아서 알려진 거다. 정 전 교수가 편안하게 독방에 있으면서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아가는 것을 제보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이어 이 위원은 “정 전 교수가 독방에 갇혀 있는 걸 무슨 탄압이라도 받은 것처럼 생각하는데, 독방은 정 전 교수의 사회적 지위를 배려해줘서 가는 것”이라며 “잡범들하고 같이 있으면 신고식해야 하고, 아침에 밥상오면 밥상도 차려야 하고 여간 힘들지 않다”고 설명했다. 독방에 갇혀서 억울했다는 정 전 교수의 주장이 적반하장격 태도임을 꼬집은 것이다.

‘멸문지화’ 겪는 희생양 프레임 만들어 ‘조국 비즈니스’ 성공시켜

조 전 장관 가족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함께 출연한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재판을 성실하게 받으면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형량 관리를 해야 하는데, 조 전 장관이 그렇게 일부라도 죄를 인정하면 ‘앵벌이 비즈니스’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이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탄압으로 멸문지화의 수난을 겪는 희생양이라는 프레임으로 가야만 ‘앵벌이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신 전 의원의 주장이다.

이현종 위원은 조 전 장관의 출간에 대해 ‘조국 비즈니스’라고 규정했다. 조 전 장관이 책을 내면 양산 책방하는 문 전 대통령이 팔아주고, 오마이뉴스는 조 전 장관의 북콘서트를 생중계해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팬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좌파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꼬집었다. 조 전 장관이 책을 낼 때마다, 지지자들은 책을 한 권씩 사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평산책방에서는 '디케의 눈물, 조국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평산책방에서는 '디케의 눈물, 조국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비즈니스에 정 전 교수가 동참함에 따라, 정 전 교수의 책도 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의 책 판매량 집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할지 주목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