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이번 주 중 당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을 공식 혁신안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에 송부하기로 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최고위 회의에 정식으로 상정할 경우, 김 대표는 응답을 해야 한다. 혁신위와 김 대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조만간 분수령을 맞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론은 혁신위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 인사들이 대대적으로 불출마 선언이나 험지 출마를 선택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 어젠다를 선점하는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그리고 친명과 비명계 간 갈등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지도부 및 친윤 험지 출마(2호 혁신안)에 대한 공식입장 표명 예정

이와 관련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27일 비공개회의를 갖고 당 혁신위원회가 그동안 제안한 혁신안들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최대한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변화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혁신위가 제안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여러 혁신안에 대해 상당 부분 의미있는 혁신안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혁신위는 이날 당 지도부에 4호 혁신안과 5호 혁신안을 보고했다. 4호 혁신안은 상향식 공천 원칙, 모든 지역구에 대해 전략공천 원천 배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금고 이상 전과자의 공천 원천 배제 등을 담았다. 5호 혁신안은 과학기술 전문가 인재에 대한 전략 공천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공천 관련 혁신안은 지도부의 긍정적 입장을 공관위가 최대한 수용하고, 선거 관리 차원에서 잘 적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면서도 혁신위가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에 대해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지도부에서 따로 이야기되지 않았다"며 "혁신위가 최종적으로 정리해 건의·요청하면 종합적으로 판단해 다시 한번 의견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의 험지출마 및 불출마를 공식 혁신안으로 보내오면 최고위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지난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 보고회를 개최해 울산 출마 의지를 강조했다는 해석에 대해 "2호 혁신안(주류 불출마 또는 험지행)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각자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라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5일 오전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의정활동 보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5일 오전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의정활동 보고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 일단 혁신위에 힘실어주기...인요한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 등 반영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같은 입장 정리를 통해 혁신위에 일단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김기현 대표보다 혁신위 활동에 대해 긍정평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야(與野) 주요 인사들을 평가한 여론조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김기현 대표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나온 사퇴 요구에도 버티던 김 대표가 혁신위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성인 1001명에게 실시한 조사에서 혁신위원장으로서 인요한 위원장의 역할 수행 평가는 긍정(42%)이 부정(39%)보다 높았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의 역할 수행에 대해서는 긍정(26%)보다 부정(61%)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한정할 경우 차이는 더 벌어졌다. 인 위원장(65%)에 대한 긍정 평가는 김 대표(46%)보다 19%포인트 높았다. 무당층(無黨層)도 인 위원장(30%)에 대한 긍정 평가가 김 대표(18%)보다 훨씬 높았다. 이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김기현 대표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채널A 캡처]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한 긍정 평가가 김기현 대표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채널A 캡처]

혁신위, 불출마‧ 험지 출마 권고안 최고위 상정 시기 두고 격론 벌여

지난 23일 혁신위 회의에서 박소연·이젬마·임장미 등 비(非) 정치인 출신 혁신위원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일하게 험지 출마를 시사한 후, 최고위 안건 상정을 요구해야 동력이 유지된다고 봤다. 이날 혁신위 회의에서는 불출마‧ 험지 출마 권고안을 바로 최고위에 상정 요구할지, 일주일 뒤에 요구할지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것으로 전해진다.

김경진 혁신위원이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고 발언하면서 내부 갈등은 격화됐다. 무력감을 느낀 혁신위원들의 사퇴설까지 불거졌다. 혁신위는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기 해체까지 거론하며 압박에 나섰다. 김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17일 따로 만나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에 대한 속도 조절 필요성에 공감하며 충돌이 잦아든 것처럼 보였지만, 일주일 만에 양측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혁신위를 직접 출범시키고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공언했던 김 대표는 자신을 향한 ‘험지 출마 요구’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반응을 넘어 ‘무시’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고심 깊어진 김기현 대표, 일단 버티기 돌입?

당초 중진 및 친윤 인사들이 거취를 결정하더라도 혁신위의 요구에 등 떠밀려 결단하는 모양새는 피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당 지도부와 친윤 인사들이 선당후사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는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가 혁신위 요구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 25일 울산에서 3차례나 의정 보고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현직 당대표가 의정 보고회를 하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하루에 의정 보고회를 3차례나 한다는 점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의정 보고회를 한다니까, 왜 하냐고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어서 황당하다”고 말하며, 사실상 울산 출마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됐다.

국민의힘 지지층 간 총선 승리 전략 두고 논쟁 가열

국민의힘 지지층의 기류는 혁신위 입장에 동조하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혁신위원회 내부 갈등 및 3명의 혁신위원의 사퇴설 등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24일 채널A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김기현 대표가 당을 위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면 본인이 결단을 해야 한다”면서, 김 대표의 용퇴를 주장했다. 이 위원은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 속에서 당 대표가 무엇을 내놓을 것이냐? 그에 대한 답을 안 하니까, 나라도 사퇴를 하겠다”면서 혁신위원들의 사퇴 압박을 옹호했다.

반면 조상규 변호사는 “김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투표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사람인 반면, 혁신위는 선출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선출직으로 뽑힌 당대표를 나가라고 하는 건 헌법적으로 맞지도 않는 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실패에 대한 책임, 당의 혁신에 있어서 본인의 거취가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는 본인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나온 사퇴 요구에도 버티던 김 대표가 자신이 발족한 혁신위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것은 모양새가 너무 좋지 않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인 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어제 바빴다고 말하자 고생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인 위원장이 김 대표에게 어제 바빴다고 말하자 고생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

성일종 의원은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내려놓을 때는 내려놔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24일 MBC 라디오에선 "김 대표는 당을 위해 큰 결단을 하실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김 대표의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혁진 변호사는 25일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지금이 혁신위와 당 지도부가 싸울 때냐?”면서 질타했다. 연이어 정 변호사는 “혁신위와 김기현 지도부는 운명공동체인데, 그 사실을 김 대표만 모르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가 울산에서 5선을 하든, 장제원 의원이 부산에서 한번 더 하든 관심이 없다”며 “오직 관심은 내년 총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김 대표나 장 의원은 내년 총선보다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선당후사’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 변호사는 지적했다.

함께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는 우파 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상당한 분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동조했다. 어떤 우파 유튜브는 ‘김기현 체제를 흔들지 마라, 낙동강 벨트는 장제원이 지켜야 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준석만 붙잡고 있는 거 아니냐’고 비판한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결국 김기현 장제원 권성동 이런 분들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장 의원이 부산 나가고, 권 의원이 강릉 나가고, 김 대표는 울산에서 5선 한다면 개혁 공천할 때 누가 따르겠냐”는 주장을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는 중진과 친윤 그룹이 험지 출마를 한다면 ‘바람이 불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럴 경우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이슈를 주도하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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