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 중시하는 일본의 ‘실버 민주주의’ 참고해야

지난해 지방선거때 40,50세대와 60대 이상 연령별 투표 양상
지난해 지방선거때 40,50세대와 60대 이상 연령별 투표 양상

내년 422대 총선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실버 민주주의(Silver Democracy)’의 시작을 알리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노동경제학자인 야시로 니오히로 교수는 몇 년전 실버 민주주의라는 책을 통해 고령자, 노인이 더 이상 정치적 약자가 아닌 정치적 강자가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각종 선거에서 가진 표()가 많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1031일 기준으로 대한민국 60세 이상 인구는 1390만여명, 전체 유권자 대비 31.4%로 나타났다. 18~39세 인구는 이보다 0.3%P 낮은 31.1%였다.

이같은 60세 이상 유권자 비중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성향이 압도적으로 높은 40,50 중년 유권자 비중 37.5%보다는 낮다. 하지만 고령층일수록 높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장차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해 가장 최근 공개된 지난 18.19일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의 전국 정당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52.7%였다. 반면 40,50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각각 58.9%52.3%40,50세대의 평균 민주당 지지도는 55.6%였다.

당시, 이 조사에서 전체 민주당 지지도가 44.6%로 국민의힘 38.8% 보다 5.8%P 높게 나온 주된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60대 이상과 40,50세대간에는 역대 선거에서 꾸준히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223월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40,50세대의 투표율은 76.1%였고, 60세 이상은 84.,4%였다.

아직까지 전체 인구, 유권자 수는 60세 이상이 40,50보다 적지만 실제 투표하는 사람은 더 많거나 많아질 것이 분명한 추세다.

이같은 고령층 유권자의 증가, 실버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는 집권 여당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보수성이 강한 한국의 정치지형 때문이다.

문제는 꾸준히 이들 고령층의 덕을 봐온 우리나라의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실버 민주주의에 따른 현상을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에 부응할 준비, 태세가 되어있느냐는 점이다.

2016년에 있었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브렉시트 결정은 고령자들에 의한 실버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투표에서 20,30 세대는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EU잔류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보수당 지지층인 고령층의 몰표로 브렉시트라는 국가적 결론에 이르렀다.

일본의 자민당 초()장기집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고령층에 의한 실버민주주의가 큰 원인이다. 일본 정부가 재정파탄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령연금을 꾸준히 상향, 확대하는 등 노인복지에 신경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도 이같은 실버민주주의 시대가 열리면서 향후 세대간 갈등 및 증오심이 확산되고 정치권으로 번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몇 달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발언,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1표를 행사하느냐가 그 서막이다. 일본에서도 젊은층의 표 가치를 줄이는 대신 젊은층의 표 가치를 늘이자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과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젊었을 때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고 가난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은 세계 최빈국에서 단시간에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압축성장, ‘한강의 기적에 숨은 희생 때문이다. 지금의 고령층은 자신의 노후대비 보다는 자녀교육에 몰빵을 했던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이어 IT강국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높은 교육수준이다. 자신은 굶어도 자녀의 교육은 포기하지 않았던 부모들의 희생이 오늘날 30대 초반의 대기업 사원이 억대 연봉을 받는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따라서 노인들 뒷바라지 하느라 미래세대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민주당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식의 발언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전면적 진실이라고 볼 수 없다.

실버민주주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22대총선에서 노인복지와 같은 세대이슈가 어떻게 전개될지, 각 정당의 대응방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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