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회복에 나서겠다며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정치행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지난 20일 진행된 조 전 장관의 항소심 5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선고 가능한 날짜를 2월 8일로 전제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년 총선 전인 2월 중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MBN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년 총선 전인 2월 중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MBN 캡처]

서울고법 형사13부 재판장인 김우수 부장판사는 20일 조 전 장관 재판에서 “이 사건은 기록이 방대하고 쟁점이 많기에 공판기일을 무한정 끈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전에 조 전 장관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고 여기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나온다면, 조 전 장관의 출마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맥도널드 교수 부르는 조국의 재판지연 전략, 재판부의 내년 2월 8일 선고 방침에 무력화

조 전 장관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조 전 장관은 총선 전에 2심 선고가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3일에는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를 반박하기 위해 아들의 대학시절 지도교수인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2016년 아들이 다니던 조지워싱턴대의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따라서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세워 이를 반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당시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맥도널드 교수는 증인을 요청한다니 깜짝 놀라 ‘그것이 왜 형사재판 대상이 되느냐’라며 본인이 경험하고 운영한 학교 제도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11월이나 내년 1월까지는 영상 증언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직접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만큼 내년 2월에 재판 일정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2월 8일 선고하기 위해 2월 1일을 맥도널드 증인 신문일로 제안

하지만 검찰은 이미 재판부가 12월 18일을 마지막 공판기일로 정해놨는데, 재판을 2∼3달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더욱이 지난 5월 25일 항소심 공판기일이 시작된 이후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공판기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증인신청을 했다는 점이 ‘재판지연’ 의혹을 사고 있다. 게다가 영상 증언도 가능한데, 굳이 내년 2월로 미뤄 직접 출석하게 하는 점도 재판지연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12월 18일이 마지막 공판일로 정해졌기 때문에, 항소심 선고는 2월 중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 측이 갑자기 미국인 교수를 증인으로 내세운 데 대해 ‘재판을 지연시켜, 항소심 선고가 총선 이후로 미뤄지도록 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조 전 장관의 재판을 마음껏 지연시켜준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이 이제서야 미국인 교수를 증인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비판을 받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이 지난 20일 재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MBN 캡처]
조국 전 장관이 지난 20일 재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MBN 캡처]

그런데 20일 재판부는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가 내년 2월 1일 재판에 출석한다면 신문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증인 채택을 허락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이 맥도널드 교수의 소환을 요청한 2월 5일 대신, 재판부는 "2월 8일을 선고일로 전제했을 때 절대적인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같은 달 1일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재판부, ‘맥도널드 교수의 증언, 대세에 지장없다’고 미리 판단한 듯

재판부는 현재 맥도널드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날 맥도널드 교수가 출석해 증언할 수 있다면 신문을 위해 (기일을) 배정하겠다. 가능한 하나의 안"이라고 설명했다. 출석 상황을 봐서 진술이 성사될 경우 증언을 듣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맥도널드 교수가 당일 불출석할 수도 있는 만큼 조 전 장관 측이 그에게 미리 질문 사항을 보내 답변받은 후 진술서 형태로 재판부에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은 "맥도널드 교수의 법정 증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만약 맥도널드 교수가 그날 출석하지 않는다면, 조 전 장관 측이 선고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서는 12월 18일 모든 재판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내년 2월 1일 조 전 장관 측이 요청한 증인에 대한 신문이 이뤄지는 것을 두고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재판부가 그 1주일 후에 선고를 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부는 내년 2월 8일을 선고일로 전제하고, 조 전 장관 측이 신청한 미국인 교수를 사실상 증인으로 채택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항소심 재판부는 내년 2월 8일을 선고일로 전제하고, 조 전 장관 측이 신청한 미국인 교수를 사실상 증인으로 채택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미국인 교수의 증언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재판부는 12월 18일을 끝으로 판결문 작성에 들어갈 계획이고, 2월 8일 선고를 하겠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측이 미국인 교수를 증인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재판부는 ‘미국인 교수의 증언이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의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모펀드 관련 비리 등 13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판결은 2019년 12월 기소 이후 3년 2개월 만인 올해 2월에 선고됐다. 1심 재판을 맡았던 재판장이 재판을 질질 끌다가 갑자기 휴직하면서 ‘늑장 판결’이 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혐의 13개 중 8개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는 7개 중 6개가 유죄가 됐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유죄였다. 또 민정수석 당시 딸이 부산대 의전원에서 장학금으로 200만원씩 세 차례, 총 600만원을 받은 부분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정됐다.

내년 2월 8일 조국 법정구속 가능성 대두...조희대 대법원장, 속전속결 택할 듯

당초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 측이 신청한 미국인 교수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조 전 장관에 대한 선고가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밀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총선 전에 항소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심과 같은 징역형이 유지될 경우 조 전 장관의 법정구속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조 전 장관이 항소를 하더라도, 대법원에서는 빠른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부결할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 대법원장이 취임해 향후 재판 일정이 정상화 된다면, 통상 3심은 2심 이후 4개월 이내에 선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조 전 장관이 비례전문 신당을 창당해 국회의원 배지를 성공적으로 달게 된다고 하더라도, 단 며칠 만에 신분이 바뀔 가능성이 점쳐진다. 항소심 선고가 예상되는 2월 8일 이후 4개월 후면 6월초가 된다. 국회의원 임기가 내년 5월 30일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조 전 장관의 꿈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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