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라고? HSBC 아르헨티나 수석 경제학자 출신
진짜 전기톱 들고 좌파 포퓰리즘 제거 퍼포먼스하기도
"오늘 아르헨티나의 재건이 시작된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각) 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각) 투표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 좌파 여당 후보를 꺾고 역전승을 거뒀다. 밀레이 당선인은 거친 입담과 전기톱을 흔드는 등의 파격적 선거유세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도 불린다. 하지만 밀레이 당선인은 영국계 HSBC의 아르헨티나 수석 경제학자 등을 지내며 20여년 넘게 활약한 경제학자로 극우와는 거리가 멀다. 

아르헨티나 중앙선거관리국(DINE)은 19일(현지시각)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86.59% 현재 밀레이 후보가 55.95%를 득표해 여당 후보 세르히오 마사(44.04%)를 꺾고 당선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마사 후보는 "저의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한다"며 "밀레이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달 본선 투표에선 29.99%의 득표율로 마사 후보(36.78%)에 뒤쳐졌다. 하지만 이날 1, 2위 후보 맞대결로 치러진 결선에서 다시 전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뒀다. 밀레이 당선인은 다음달 12일 취임해 앞으로 4년간 아르헨티나를 이끌게 된다.

이번 대선 결과는 150% 가까운 인플레이션, 40%대에 이르는 빈곤층, 바닥난 정부 재정 등 최악의 경제난에 견디다 못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심판한 걸로 평가된다. 밀레이 당선인은 정부 복지 삭감, 중앙은행 폐쇄, 미국 달러 통화 채택, 민영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진짜 전기톱을 들고 퍼주기 복지 등을 잘라 없애버리겠다는 퍼포먼스도 했다. 좌파 포퓰리즘 정책과의 과감한 결별을 시도하겠다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밀레이 당선인은 1970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벨그라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경제학자로 21년여 동안 활동했다. 50여 편이 넘는 논문과 9권에 달하는 책을 썼으며 경제학자로서 방송 인터뷰에 자주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밤 대선 결선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엘리베르타도르 호텔 선거캠프에 준비된 단상에 올라 "오늘 아르헨티나의 재건이 시작된다"면서 "19세기에 자유경제로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잃어버린 번영을 되찾겠다"고 외쳤다.

이어 "그들(현 정부)은 파탄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겼다"며 "내 정부는 약속을 엄격히 준수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하며, 자유무역을 추구한다는 3가지 매우 간단한 명제를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 19세기에 자유시장경제를 통해 35년만에 아르헨티나를 세계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게 한 건국의 아버지 후안 바우티스타 알베르디(1810-1884)를 강조해왔다. 

이런 밀레이 당선인을 극우라며 흔히 낙인찍곤 하지만 그는 자유주의를 신봉할 뿐 극우와는 거리가 있다. 밀레이 당선인은 중국·브라질 등 자신의 이념과 상반된 국가들에 비판적이고, 자국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유혈 독재 공산주의자들과 친한, 더러운 좌파"라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성애나 트렌스젠더 등과 관련해선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냐" "당신이 나에게 비용을 내라고 하지 않느다면 문제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혼으로 자식도 없다. 개만 여러마리를 키우는데 개들에게 머레이 로스바드,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루카스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이름을 붙여줬다.

밀레이 당선인은 이날 점진적 방식이 아닌 급격한 변화를 추구한다고 밝히며 "(기존의) 아르헨티나는 오늘 끝났으며, 새로운 아르헨티나가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을 세계 모든 국가에 알린다. 우리는 모든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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