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2030세대의 분노와 반발을 부른 ‘현수막 논란’이 민주당의 현 실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2030 청년세대 비하 논란을 자초한 정당 현수막에 대해 “업체가 한 것”이라며 해명을 했지만, 업체의 반박으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공개한 새 현수막. [더불어민주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공개한 새 현수막. [더불어민주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7일 공개한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티저 현수막, 2030을 ‘모순충’으로 비하...문재인, 이재명 합성한 패러디도 등장

민주당이 지난 17일 공개한 티저 현수막이 화근이었다.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명이 붙은 이 현수막에는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2030세대를 앞뒤가 다른 ‘모순충’으로 비하한 셈이다.

당 사무총장 명의로 각 시도당에 이 현수막을 게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을 홍보하는 목적의 티저 현수막”이라면서 “이번 캠페인은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2030 세대 위주로 진행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초록색 사용을 최소화하고 당명이 눈에 띄지 않게 하는 혁신을 시도했지만, ‘최악의 홍보물’이라는 비난이 당안팎에서 쏟아졌다.

19일 여당 지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민주당 현수막 문구에 야권 정치인들의 얼굴을 합성한 조롱성 패러디가 게재됐다.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을 합성했다.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그리고 무소속인 윤미향과 김남국 의원의 사진을 합성했다.

이 같은 민주당 현수막 논란을 키우는 핵심 키워드는 5가지로 정리된다.

① 당내 모든 세력이 비판=‘청년 능멸’, ‘최악의 홍보물’, ‘이재명 체제 흔들 빌미 제공’, ‘이재명 사과 필요’

현수막을 두고 민주당 내부 청년당원 의견그룹 ‘파동’내에서도 ‘청년 비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근래 민주당의 메시지 가운데 최악이며, 저질이다. 민주당은 청년세대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가? 청년은 돈만 많으면 장땡인 ‘무지성한’ 세대이며, 정치도 모르는 ‘멍청한’ 세대인가?”이라며 “조롱 일색인 현수막을 기획하고 제작한 자는 대체 누구인가”고 직격했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현수막"이라며 "도덕성, 민주주의가 상실된 민주당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이재명 민주당의 청년세대에 대한 인슥 능력의 결여 증거”라고 비판했다.

19일 국회에서 '원칙과 상식'의 간담회 '민심소통, 청년에게 듣는다'를 하고 있다. '원칙과 상식'은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결성한 모임이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국회에서 '원칙과 상식'의 간담회 '민심소통, 청년에게 듣는다'를 하고 있다. '원칙과 상식'은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결성한 모임이다. [사진=연합뉴스]

친명 성향 김두관 의원도 "청년 비하가 아니라 청년 능멸 수준"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외 친명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조차 "현수막 사태를 빌미로 당내 반혁신 세력이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들 빌미를 제공한 점도 심각한 문제"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련 책임자를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② 거짓말 해명=당과 무관한 업체의 작품이라고 해명...실제로는 최고위원회의와 이 대표에게도 보고돼

당내외 비판이 이어지자, 한준호 민주당 홍보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새 현수막은) 당에서 한 게 아니고 업체에서 캠페인 준비를 위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연구원에서 준비해온 캠페인에 대해 진행하는 업체에서 (현수막을) 달던 것이고, 당은 행사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 검토를 받아야 해서 기술적으로 공문만 조치하는 과정이었다”며 “업무상 실수는 맞지만,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말씀 주신 그대로 시안”임을 강조하며, “의견수렴 과정에 있다”고 변명했다. 강 대변인은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도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며 “시안이 유출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하지만 한 위원장의 해명이나 강 대변인의 변명과 달리, 최고위원회와 이재명 대표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19일 국회에서 청년 간담회를 열고 당의 대응 과정에 대해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은 '당과 관계가 없다'는 대변인 해명에 대해 "당에서 보낸 공문서를 보면 '사무총장, 홍보위원장 한준호' 이렇게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시민은 연합뉴스에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더 하고 싶어', '국회의원 하고 싶댔지 정치하고 싶댔나'라고 바꾸면 민주당의 생각이 드러난 현수막 문구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비꼬았다.

③ 자체 모니터링 기능 상실=꼰대의식과 86운동권의 선민사상이 지배

‘청년 능멸’ 수준의 문구가 홍보위원회에서 통과되고 이재명 대표와 총선기획단에도 보고가 된 것을 보면, 민주당 내부의 자체 모니터링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유튜브 채널에서 신지호 전 의원은 “86세대의 꼰대주의에 당이 마비가 돼 있기 때문에, 자체 모니터링 기능이 완전히 실종된 것”이라며, 어디선가 비상벨이 울렸어야 하는데 게이트 키핑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민주당의 주류인 ‘86 운동권 세대’를 향한 비판이 나왔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18일 페이스북에서 “30년 기득권을 누린 586 운동권 꼰대들이 ‘이게 요즘 유행이라며? 어때, 나 아직 살아있지?’라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며 “586 운동권의 선민사상을 버리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청년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④ 급조된 아이디어 의혹= 국민의힘 청년할당제에 대항하기 위해 성급하게 기획?

‘급조된 아이디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대응에 전념하느라 정책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내놓은 청년할당제에 맞서기 위해 서두르다가 나온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3호 혁신안이 ‘청년할당제’”라며 “그에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급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진=TV조선 캡처]
[사진=TV조선 캡처]

인 위원장의 청년할당제가 발표된 시점은 지난 9일이고, 민주당의 청년 현수막이 내걸린 시점은 지난 17일이다. 청년할당제는 공공기관 등에서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 취업자로 뽑는 제도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비슷한 방식을 총선 공천 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⑤ 민주당의 청년 예산 80% 삭감 조치=2030의 더 거센 분노 부를 듯

현수막으로 2030세대의 분노를 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청년 예산을 80%나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용부가 편성했던 '청년 취업 진로 및 일 경험 지원' 예산과 '공정 채용 문화 확산' 사업비는 2382억1300만원 전액이 통째로 삭감됐다.

교육부의 '한미 대학생 연수' 사업 예산은 63억200만원 중 18억5000만원이 깎였고, '한일 대학생 연수' 사업 예산은 5억8600만원 전액 감액됐다. 복지부의 '청년 마음 건강 지원사업' 예산은 37억8000만원 중 1억8900만원이 줄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해당 감액안을 단독 의결했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에 대해 국민의힘 이민찬 대변인은 18일 채널A에서 “2030세대는 정당에 별로 일치감이 없다. 그냥 효용성이 중요하다”면서, “어느 정당이 어느 후보가 나에게 정책을 제시하고 그거를 관철시키는 능력이 있느냐, 이걸 보고 정당을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캠페인성 현수막으로 젊은이들의 환심을 사려다가 실패한 민주당이 청년예산의 80%를 삭감했다는 사실이 공론화될 경우 더 거센 2030세대의 분노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