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4월 총선 목표 의석수를 대폭 내려서 잡는 발언을 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대전을 방문한 후 상경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반드시 1석이라도 더 얻어서 과반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대전을 방문한 후 상경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반드시 1석이라도 더 얻어서 과반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진=채널A 캡처]

21대 총선에서 180석으로 출발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151석을 목표로 잡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의 방탄에 집중하느라 총선 준비가 미비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현실을 인정한 것 아이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자신의 재판리스크를 의식해서 ‘목표를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뜻으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측은 표면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이 대표가 역대 제1야당 대표 중 누구도 갖지 않았던 최악의 사법리스크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속뜻’을 알 수 있다.

이상민 지역구 방문 후 상경한 이재명, “민주당이 1석이라도 더 얻어서 과반을 해야”

이 대표는 지난 15일 현장 최고위원회의 참석차 대전 중앙시장을 찾았다. 이 대표의 이날 대전 방문은 ‘대정부 단식’ 직전인 8월30일 전남 최고위원회 이후 3개월 만이다. 당무 복귀 후 첫 번째 지방 방문이었다.

특히 ‘원칙과 상식’이라는 비명계 모임이 최근 발족한 데다, 5선인 이상민 의원이 탈당을 시사하는 등 비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대전은 이상민 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이 대표가 이 의원을 겨냥하는 동시에 대전 지역 기반을 다지기 위한 발걸음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시장 방문에 앞서 현장 최고위원회의, 연구개발(R&D) 예산 관련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R&D(연구개발) 예산 복원과 주 4.5일제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대덕특구를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뒤엔 "R&D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은 단기적 성과나 이익이 생기지 않더라도 필요한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라며 "일부 문제점이 있으니 아예 이 판 자체를 없애 버리자는 건 무지의 소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현장 방문보다 더 주목을 끈 대목은 상경하면서 유튜브 채널 ‘이재명 TV’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한 내용이다. “총선이 정말 중요하다, 민주당이 반드시 1석이라도 더 얻어서 과반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 얻은 민주당, 151석이 목표면 비명계 30석은 날려버린다는 뜻?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친명과 비명 간의 전쟁을 공언한 것’으로, 비명계에게는 단 한 석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18일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지금 민주당은 169석이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했기 때문에, 그보다 목표를 높여잡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과반만 하겠다고 한다. 그 얘기는 30명은 날려버리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무섭다, 이게 이 대표의 본심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이 대표는 비명 필요없고, 친명과 똘똘 뭉쳐가면 된다라고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200석보다 사법리스크 돌파할 방탄국회 만들어줄 151명의 호위무사가 더 절실

이에 대해 함께 출연한 정혁진 변호사는 “최근 민주당이 200석 운운했다가 반발이 심했다. 거기에 대해서 나름 겸손한 자세를 취한 것”이라면서도 “과반은 이 대표 방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과반은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미”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 대표는 대장동과 백현동 사건, 위증교사 혐의, 선거법 위반 등 6개 재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첩첩산중 사법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이 대표로서는 내년 총선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방탄 국회’를 만들 수 있는 친명계 의원들로 과반을 만드는 게 최대 목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오합지졸 같은 200명보다 자기를 지켜줄 151명의 호위무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진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진짜로 그렇게 될 경우 151명의 의원들을 홍위병처럼 자기 마음대로 쓰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당의 대표로서 지난 총선보다 낮은 목표치를 이 대표가 당당하게 공언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분은 앞으로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인 방탄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신동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찾아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신동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찾아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명계 김두관까지 나선 ‘이재명 험지 출마론’...‘현역 의원 신분’이 절박한 이 대표에겐 소귀에 경읽기

실제로 이 대표는 친명계 내부에서조차 이 대표를 향해 제기되는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서도 묵살하고 있다. 세력화를 추진 중인 비명계 의원들에 더해 당 중진 김두관 의원까지 나서 험지 출마를 압박했다.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을 출범한 윤영찬 의원은 18일 CBS라디오에서 "총선이라는 게 결국은 혁신 경쟁"이라며 "민주당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당과의 혁신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가 험지 출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 출마를 권하면서, 이 대표가 험지 출마를 결단하면 자신도 험지에 나가겠다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원욱 의원은 15일 MBC라디오에서 “이미 이 대표의 최측근 위원장이기도 한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도 안동 출마를 권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친명계인 김두관 의원조차 이 대표가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출마할 험지로 경기 성남시, 경북 안동시, 대구 등을 꼽았다.

당내 일각의 ‘이 대표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친명계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 지휘를 위해 인천 계양을에 재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16일 MBC 라디오에서 "우리 대표가 보궐선거로 들어와서 1년 조금 넘었는데 0.5선에게 기득권이라고 얘기하는 거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기득권이라는 거는 미리 권한을 많이 갖고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분들을 보통 이야기하는데, 이재명 대표가 기득권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장경태 의원은 17일 JTBC 유튜브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는 불공정“이라며, ”전국 지원 유세 다녀야 한다"고 밝혔다. 한 지역구에 매몰돼 선거운동을 하기보다는 전국에서 유세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대표가 험지 출마로 의원직 신분을 유지하지 못하는 게 최대 리스크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역 의원 신분 유지’와 ‘151명의 호위무사 확보’ 등이 내년 총선 이후에도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대 과제라는 게 이 대표의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대표에게 ‘타협’은 없다?...비명계 탈당 가능성은 더욱 높아져

따라서 이 대표가 계양을이 아닌 다른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방탄을 위해서는 151석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의 ‘1석이라도 이겨서 과반’ 발언에 따라 비명계에게 공천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에 따라 비명계의 탈당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재명 대표의 머릿속에는 통합이라는 단어는 없다. 이상민 의원이 현명하다. (원칙과 상식) 해봤자 소용없다, 빨리 나와서 뭔가 하자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함께 출연한 서정욱 변호사도 “이상민 의원은 12월에 탈당하면 국민의힘으로 올 가능성이 제일 많다고 보인다. 나머지 원칙과 상식 의원들도 공천 탈락이 거의 확실시 되면, 탈당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