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등판론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17일 오후 동대구역 대합실에서는 정치인으로서 한동훈의 인기를 보여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 장관은 국무위원이라기보다는 표밭을 누비는 정치인 같은 행동을 보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강력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대구스마일센터’ 방문을 마친 한 장관이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시민들이 몰리면서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인 법무장관이라면 몇 사람과 사진을 찍은 뒤 열차에 올랐을 것이다. 그렇게 해도 시민에 대한 예의를 충분히 지킨 게 된다. 비난할 사람은 없다.

‘보수 심장부’ 대구 갔던 한동훈, 열차표까지 취소하며 3시간 동안 사실상 ‘팬미팅’ 진행

하지만 한 장관의 대응은 예상과 상당히 달랐다. 예매한 열차표를 취소하고 환호하는 시민들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한 장관의 사인을 곁들인 사진 촬영은 무려 3시간 정도 지속됐다고 한다.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놀랍다.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드러난 ‘한동훈의 높은 인기’가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 장관이 3시간 동안 대구의 팬들과 사진촬영을 자청했다는 점이다. “꼭 대통령이 돼라”, “멋있다”, “잘 생겼다” 등등의 환호성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열차표를 취소하면서까지 장시간 사실상의 ‘팬미팅’을 가진 데 대해 “기다리는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한 배려 차원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한 장관의 언행은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한 장관은 “평소 대구 시민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왔다”고 밝혔다. 단순한 아부성 발언이 아니라 두 가지 분명한 이유를 댔다. “대구 시민들은 처참한 6·25 전쟁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이긴 분들”이고 “전쟁 폐허 이후 산업화를 처음 시작했고, 다른 나라와 산업화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총선 등판 부인하지 않는 한동훈... 후임 법무장관 인사 검증 돌입 관측도

한 장관이 이날 자신의 총선 등판론에 대해서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여권에서 총선 출마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의견은 많을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지난 15일에도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에 대해 “저에 대해 예측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내용들을 다 보진 못했다”고 말을 돌렸다. 정면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지난 17일 여권 고위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한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한 장관 후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국가보훈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도 인사 검증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뿐만 아니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민식 보훈부 장관 등도 내년 총선 차출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각료들이다.

한 장관은 12월 중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내년 총선 비례대표로 전국 선거를 지원하거나 서울에서 야권 거물인사와 대결해 수도권 바람몰이를 하는 역할 등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다.

한동훈 등판을 긍정평가하는 이준석 화법 1= 12살 많은 ‘소띠 띠동갑’ 등판을 ‘86세대 물갈이’로 인식

흥미로운 것은 이준석 전 대표가 한동훈 등판에 대해서 연일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독설가로 소문난 인물이다. 여권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난과 독설을 퍼붓는 게 트레이드마크로 굳어져버렸을 정도이다. 2030세대 남성 표심에 대한 소구력을 가진 게 장점이지만 생산적인 정책논쟁보다는 조롱과 비난에 능한 구태정치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한 장관에 대해서만은 예외이다. 이 전 대표는 17일 MBC에서 “한 장관의 정치적인 모습을 벌써 폄훼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표현을 또 다시 동원하기도 했다.

한 장관의 대구 방문이 자신의 ‘대구 출마설’에 대한 견제인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저는 한 장관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재밌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말한 ‘재밌는 관계’란 무엇일까. 한 장관은 1973년생이고 이 전 대표는 1985년생이다. 소띠 띠동갑이다.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정치세력은 ‘86세대’로, 60년대생 80년대 학번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다. 70년대생인 한 장관의 정치권 등판은 ‘86세대 물갈이’라는 총선 이슈를 전면에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인식으로 보인다.

이준석의 화법 2= ‘갈라치기’ 시도?...윤 대통령 비난하면서 한 장관은 치켜세워

‘정치인 한동훈’의 가능성을 성급하게 예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을 보였다. “한 장관이 매력적인 정치 캐릭터로 발돋움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면서 “법무부 장관의 영역을 넘어서는 질문들이 쏟아질 텐데,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거나 지지층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한 장관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답할 지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보면 능수능란하게 한다”고 호평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난하기 일쑤인 이 전 대표가 한 장관의 정치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하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부하’인 한 장관을 치켜세움으로써 윤 대통령과의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 전 대표는 15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당 지도부 및 친윤 인사들의 험지 출마 압박에 대해 “한 장관을 위한 카펫을 깔려는 것이고, 앞으로 1~2주 안에 김기현 대표의 거취가 정리되면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자고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장관을 후순위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하면서도 ‘이미 다 긁어본 복권’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여권 내 대표적인 ‘86세대’ 중의 한 명이다.

이준석의 화법 3= 한동훈을 ‘천재형’이라고 암시하며, 이회창에 견주어 띄우기도

이 전 대표는 16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한 장관의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에 대한 첫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사진을 보면 진 변호사도 예상한 듯 준비한 모습이다. 어느 정도 공적인 활동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적 기획이라는 식으로 비난하기보다는 정제된 발언으로 논평하는 데 그쳤다.

한 장관이 ‘노력형’이 아니라 ‘천재형’이라는 식의 평가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의 ‘국힘의힘 비상대책위원장설’과 관련 “모든 일에는 천재형 타입이 있고 노력형 타입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긁어보지 않은 복권은 모르는 것”이라면서도 “한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 당시 임명될 때 기수 초월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상당히 젊다 보니까 우려가 있었지만 법무부 장관을 자기 스타일의 영역으로 구축한 건 맞다”고 말했다. 기수 초월해 임명된 법무장관직을 자기 스타일로 수행했으므로 ‘천재형’이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풀이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통보수정당 대선후보로 두 차례나 출마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견주면서 한 장관의 가능성을 높게 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예전에 이회창 총재도 공무원 하다가 바로 들어와서 총재되고 대통령 후보까지 지냈다”면서 “(한 장관이) 알고 봤더니 천직이 검사가 아니라 정치인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준석의 계산법= 한동훈의 부상은 ‘86세대의 퇴장’과 ‘MZ세대 정치인 시대’ 도래 이끌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광화문 김 전 비대위원장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광화문 김 전 비대위원장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한 장관이 뜰수록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위축된다고 볼 수 있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의 바람몰이를 해줄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한다면, 이 전 대표가 추진하는 신당은 급격하게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정치 혁신’이나 ‘86세대 청산론’ 등을 내년 총선 어젠다로 설정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면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 등은 대중의 관심권 밖으로 멀어질 개연성이 높다.

이 전 대표로서는 한 장관의 상품가치에 상처를 낼수록 정치적 반사이익을 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준석의 계산법은 다른 것 같다. ‘정치인 한동훈’이 총선지형을 바꾸는 태풍으로 작동한다면, 민주당의 중심축인 ‘86세대 퇴장론’이 본격화됨으로써 이 전 대표와 같은 MZ세대 정치인들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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