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김동관 부회장/연합뉴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김동관 부회장/연합뉴스

 

1980년대 대학생들을 운동권으로 만든 의식화 교재.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책에 따라 탄생한 재벌기업들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비호를 받으며 온갖 부문에 진출해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재벌을 비판하면서 대표적인 예로 든 기업은 한화다. "급기야는 포탄부터 아이스크림까지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해전사는 비운동권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언젠가 이 책을 읽고 세계관이 바귀었다는 식의 고백을 했을 정도로, ’운동권 정당더불어민주당의 영혼을 지배하는 이념서다.

그런데 책에서 악덕재벌의 대표로 예시했던 한화가 얼마전 민주당으로부터 예쁘다고 칭찬을 받는 일이 생겼다.

지난달 5, 김병욱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당 의원모임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 의원 모임은 국회에서 한화그룹의 방위산업·우주·항공·에너지 산업으로의 혁신적 도전이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 모임은 지난 4월 민주당이 반기업정당의 이미지를 벗기위해 김병욱 의원 등 전직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중심으로 만든 단체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오너 경영이 없었다면 다른 대기업들이 관심도 갖지 않고 성과도 불분명한 사업에 투자하는 한화그룹의 성공이 가능했을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라면서 김승연 회장을 칭찬했다.

김 의원은 특히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한화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두고 이쁘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홍익표 원내대표 또한  축사를 통해 태양광 사업 진출은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획기적 결단으로 이를 통해 글로벌 성장력을 강화했다핵심인재 영입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원동력을 갖췄다"며 김승연 회장의 리더십을 치켜 세웠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 정당도 이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국회 차원에서 한화 그룹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토론회는 글로벌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주당 의원모임이 열고 있는 민주당 글로벌 기업을 돕다의 일곱 번째 행사였다. 이 모임은 앞서 삼성, LG,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를 국회에 불러 오너 경영이 한국 기업 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으로부터 이같은 칭송을 받은 한화그룹은 난감한 모습이다. 이성수 한화그룹 지원부문 사장이 이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하기는 했지만, 참석 여부와 참석자의 직급을 놓고 고민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화그룹의 한 적직 고위 임원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 보다 여야의 대립이 첨예한 정국에서 야당으로부터 모범기업이라는 식의 칭찬을 받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그룹이 이처럼 민주당의 칭찬을 받은 것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태양광사업에 적극 진출했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점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한화의 태양광 사업 진출을 칭찬한데서도 드러난다. 이와함께 한화가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노조와 별 마찰없이 경영해가고 있는 점 또한 이런 평가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같은 몸집이 큰 회사를 잇달아 합병하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기준, 재계순위가 6위까지 오르면서 5위 롯데그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는 등 ‘K-방산붐이 일면서 김승연 회장이 1981년 불과 29세의 나이로 그룹을 승계한 이래 최대의 전성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문재인 정권때 태양광패널 개발 및 생산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태양광사업을 확장한 바 있다. 한화큐셀이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은 올해 1분기 미국의 가정용·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태양광사업에 대한 인식은 문재인 정권하에서 원전폐기와 패키지로 이루어진 일종의 정치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대적인 감사와 수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때만 해도 한화큐셀을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을 집중 홍보하던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후에는 방위산업 및 우주항공산업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바꿔가는 모습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로의 승게 및 그룹분리 작업을 앞두고 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등 그룹의 몸통을 맡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부문, 셋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백화점 등 유통과 레저부문을 맡아 분리 승계하는 구도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급진전된 김동관 대표로의 승계작업이 이후에도 탄탄대로의 길을 밟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화의 3세 승계과정의 문제점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제로 인해 가려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8월 과거 5년 동안 조사한 한화그룹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놓고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일이다.

공정위는 20208,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옛 한화S&C(현재 한화시스템)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와 관련해 전원회의를 진행한 결과 사실관계 확인과 정상가격 입증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한화S&C는 김동관 부회장등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했던 회사로 2018년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기 전까지 계열사의 시스템통합 등 IT업무를 담당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외형을 키워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한화그룹 사외이사로 수억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크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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