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핵심 의원 4명이 16일 '원칙과 상식'이라는 별도 모임을 결성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지향한다. 당의 무너진 원칙과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며 '원칙과 상식' 출범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왼쪽부터), 윤영찬, 김종민, 조응천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왼쪽부터), 윤영찬, 김종민, 조응천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비주류인 비명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독자 행보'에 나선 것으로, 향후 공천 등의 과정에서 이들을 중심으로 일부 비명계의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들의 독자 행보가 분당(分黨)으로까지 연결될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당초 합류가 예고된 이상민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 터줏대감’ 이상민, 원칙과 상식은 ‘온건파’로 인식...국민의힘으로 갈 가능성 높아져?

이상민 의원은 당내 5선으로, 비명계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게다가 가장 먼저 탈당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됐다. 그런데 이 의원이 ‘상식과 원칙’에 합류하지 않음으로써, 비명계 내부의 균열 조짐이 확인된 셈이다.

이 의원은 17일 채널A에 출연해, “(라디오 방송에서) 12월초까지 거취를 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복잡 미묘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2004년 열린우리당에서 시작해 5선을 한 당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슬로건이 ‘깨끗한 정치와 골고루 잘사는 나라’였는데, 지금도 설렌다. 그런데 지금은 변질돼 그냥 이재명 사당이 됐고, 개딸당이 돼버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에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라며 무력감을 느낀다는 고백과 함께, 자기 검열도 하게 된다고 밝혔다.

16일 출범한 ‘원칙과 상식’에 합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은 “문제 인식과 당이 나아가야 될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지만, 결이 좀 다르다”면서 자신은 원칙과 상식에 합류한 4명 의원에 비해 ‘강경파’라는 점을 밝혔다. 그들은 당내에 남아 당내 개혁과 혁신을 위해 좀더 노력을 하자는 ‘온건파’라는 점이 다르다고 밝힌 셈이다.

당내에 남아 있으려면 당의 혁신을 위해 죽어라고 노력을 해야 하고 나갈 것 같으면 깔끔하게 나가야 하는데, 머뭇거리면 공천 문제와 결부해 ‘흥정하거나 구걸’하는 것처럼 비춰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에 남을지, 민주당을 떠나서 다른 정치에 새로운 도전을 할 건지’에 대한 질문에 이 의원은 “저를 반겨주고 따뜻하고, 제 정치적 꿈과 이런 걸 펼쳐나갈 수 있는 그쪽에 선택을 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6일 출범한 '원칙과 상식'에 합류하지 않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를 반겨주는 곳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16일 출범한 '원칙과 상식'에 합류하지 않은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를 반겨주는 곳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함께 출연한 정미경 전 의원은 “그럼 국민의힘이네”라고 응수했고, 이 의원은 “아직 국민의힘에서 따뜻하게 대해 준다는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따뜻하게 대해주는 쪽을 택하겠다는 이 의원의 발언에서 그간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공격에서 받은 상처의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 의원은 “지금의 민주당에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이 의원이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개딸들은 ‘수박 본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으로 빨리 가라’ ‘무능의 아이콘이다’ ‘박쥐다’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글에 대해 이 의원은 “맷집이 많이 늘어서 웬만하면 삭이고 넘어가는데, 그게 차곡차곡 쌓여서 마음의 상처가 되는 건 똑같다”고 밝혔다.

줄서기 안한다는 조응천, “당해왔던 것 중에서 가장 세다. 요즘이”

이 의원의 표현대로 ‘결이 달라서’ 합류하지 않은 원칙과 상식의 조응천 의원도 개딸들의 공격에 대해 “친문 팬덤, 친명 팬덤으로부터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아온 사람으로서 매운맛이 다르다. 제가 당해왔던 것 중에 가장 세다”고 표현했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원칙과 상식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조 의원은 ‘총선 공천을 위해 그러는 거 아니냐? 라는 의견도 많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 얘기를 들을 때면 정말 어이가 없다”면서 “가장 쉬운 방법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공천 승리하자 이렇게 얘기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렇게 하면 공천을 쉽게 받을 수 있지만,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그런 줄서기를 안한다고 밝힌 것이다.

4인방의 정풍운동 깃발, 최대 70~80명이 공감?

박수현 전 청와대 수석은 이들의 모임에 대해 “(원칙과 상식이) 정풍운동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진정성에 당 지도부가 화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명계 의원들의 진정성을 믿고 비명계 의원들의 외침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16일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 이후 김종민 의원은 “당내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40~50명에서 많게는 70~80명에 이른다. 그걸 표출하는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주민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제가 만나는 의원들 중에 그런 말을 하는 의원들은 솔직히 없었다. 40~50명이나 된다는 말이 진짜 그럴까?”라고 했다. 당내 분위기는 싸늘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친명계로 현재 원내수석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의 이같은 발언이 친명계의 입장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원칙과 상식'에 참여하는 의원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의원이 당내에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을 맡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원칙과 상식'에 참여하는 의원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의원이 당내에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캡처]

대선주자급 구심점 없어 분당 가능성은 일단 낮아...이낙연은 미동도 하지 않아

'원칙과 상식'은 일단 4명으로 출발했지만, 향후 다른 비명계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의 실정 탓에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지키며 관망하는 많은 의원이 있다"며 "향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향후 참여자로는 친문(친문재인)계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 4명에서 세를 불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16일 신지호 전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철수 의원이 갈라져나올 때와 달리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6월 귀국한 이후 김대중 정신의 전면 복원을 내세우며 세를 규합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현재 원칙과 상식에 이름을 올린 4명의 비명계 의원들은 나름 합리적이고 능력있는 인물로 평가되지만 대선 주자급으로 구심점이 될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풍운동이 2016년과 같은 분당(分黨)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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