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10분간 최후진술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도록 기회 부탁
...합병 관련 개인 이익 염두에 둔 적 없어"
"때로 자책" 목메는 듯 중간에 말 더듬기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결심 공판에서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은 맹세코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이 시작된지 약 9시간 만에 최후 진술을 했다. 저녁 6시40분께다.

준비해온 원고 3장을 꺼내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목이 메는 듯 중간중간 말을 더듬었고, 이건희 선대회장과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언급할 때는 살짝 울먹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106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때로는 어쩌다 일이 이렇게 엉켜버렸을까 하는 자책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며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으로 임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서 더욱 신중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 조차 한 적 없다"며 "합병은 두회사 모두에 도움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 선택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보완,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이처럼 예측 못 한 미래에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회사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돼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게 제 목표였고 두 회사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국 경영자, 투자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에게 일자리 제공할 책무가 있다"며 "초일류 기업과 경쟁·협업하며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하는 경영, 소액 주주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 관계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면서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삼성이)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이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실질적 이익이 귀속됐다며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은 징역 4년6월과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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