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또다시 사법리스크, SK LG 경영권 분쟁, 롯데 자금난

지난 1월 대한상의 신년회에 모인 5대그룹 총수 등 재계인사들 모습/연합뉴스
지난 1월 대한상의 신년회에 모인 5대그룹 총수 등 재계인사들 모습/연합뉴스

2023년 연말 한국 재계가 그 어느때 보다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과 SK, LG 롯데 같은 최상위 기업들이 하나같이 오너의 사법리스크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거나 자금난을 겪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한국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17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및 회계법인 관계자 13명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결정, 권유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문 검사들이 대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을 기습적으로 기소한지 3년2개월 만에 법원의 심리가 마무리된 것이다.

이 재판은 피고인만 14명, 검찰 측 수사기록 19만 페이지, 증거목록만 책 네 권에 달해 재판만 100회에 넘게 진행됐다.

이에따라 이재용 회장은 문재인 정권 초기 이루어진 국정농단 수사로 두차례 구속 수감된데 이어 또다시 사법리스크를 안게됐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당초 다양한 증인요청 등 재판 장기화 전략을 구사해오던 이 회장 및 삼성측 변호인단이 검찰 및 재판부의 심리종결에 동의한 것이 지난해부터 무죄 쪽으로 기우는 이 사건의 법정분위기를 반영한데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재판에 출석한 국내외 회계 전문가 등 증인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자산평가가 부당하게 높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의 합병 또한 경영권 강화를 위해 외국에서도 흔히 이루어지는 경영 행위라는 취지의 증언이 주를 이뤘다.

이와함께 검찰이 이 회장에게 구형한 징역 5년이라는 형량의 의미 또한 적용된 죄목의 최대 형량에 비해 한참 낮은데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병과(竝科)할 수 있는 범위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년 1~2월쯤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계 2위와 4위의 SK. LG는 나란히 가족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당초 불륜을 둘러싼 이혼책임 공방,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던 SK 최태원 회장과 전 부인 노소영씨간의 재산분할 소송은 지난 9일 항소심 시작과 함께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노씨는 최 회장에게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한 분할이 아닌, 최 회장이 보유중인 SK(주) 주식 중 42.29%, 650만주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SK(주)는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과 노씨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이 낳은 1남2녀가 노씨의 편에 서고, 이혼소송의 원인이 된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활동이 부각되면서 SK그룹 안팎,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재산분할 소송이 사실상 노씨와 김 이사장이 그룹의 미래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반도체 불황으로 인한 SK 하이닉스의 대규모 적자 누적과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은 자동차용 배터리사업의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같은 가정사가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 발휘에 발목을 잡고있다는 지적이다.

5대그룹 중에서는 현대차 정의선 회장과 함께 LG전자 및 자동차용 배터리 LG엔솔의 눈부신 실적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던 구광모 회장 또한 가족분쟁에 휘말린 상황이다.

당초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소송 양상이 구 회장쪽으로 기우는 양상이었다.

지난달 5일 있었던 첫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고 구본무 전 LG 회장의 지분을 전부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해야 한다는 구 전 회장의 유지가 있었다는 것을 세 모녀도 알고 있었다는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6일 2차 변론기일에서 김씨 등 원고측에 의해 구 회장이 세 모녀가 ㈜LG의 경영권을 위한 지분을 갖고싶어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녹음증거가 제시되는 변수가 생겼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가 구 회장측에 원고측과의 조정을 권고함으로써 이 재판을 통해 상속의 적법성 및 경영권의 정당성을 확인받고 싶다는 구 회장측의 입장을 온전히 관철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게 됐다. 조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원고측이 원하는 바, 즉 ㈜LG의 지분을 얼마간 양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LG그룹의 경영이 구광모 회장 뿐 아니라 친딸들에 의한 공동경영체제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함께 실질적 재계 5위의 자리에 있는 롯데는 롯데건설에서 시작된 자금난이 그룹 전체로 번지면서 롯데 계열사중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롯데케미칼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몇 달간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석유 화학제품을 가공, 수출하는 롯데케미칼의 부진은 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무려 2조7천억원에 인수하면서 1조3천억원을 차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2021년 3조6천억원 수준이었던 차입금 규모가 올 1분기 말에는 8조3천억원까지 폭증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과도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모회사뿐만 아니라 롯데지주, 심지어 신동빈 회장의 개인 돈까지 쏘며 롯데건설 살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2023 한국 재계의 기상도가 최근 초겨울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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