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경영권 승계 성공"
"최고 기업집단 행태 참담"
최지성 징역 4년6개월·장충기 3년 구형
오후엔 피고인 최후진술
선고는 내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및 회계법인 관계자 13명의 결심 공판 재판에서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는 점, 의사 결정권자인 점,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날 검찰 구형은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는 목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2개월 만이다. 기소 요인에는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프로젝트-G (Governance·지배구조) 승계계획안'을 짜고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물산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며 "우리 사회 구성원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1등 기업인 삼성에 의해 무너진 역설적 상황이 펼쳐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최고 기업집단인 삼성이 이런 행태를 범해 참담하다"고 했다.

검찰은 "만약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 구조 개편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부디 우리 자본시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합병 단계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이 이뤄졌고 이를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옛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합병 업무를 총괄한 최지성(72) 전 실장과 김종중(67) 전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장충기(69) 전 실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검찰 구형에 이어 오후 변호인들의 최후 변론과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로 이어진다.

한편 이 회장 등의 재판의 경우 검찰 수사 기록만 19만 페이지, 증거 목록만 책 네 권에 이를 정도로 증거가 방대하고 쟁점이 많다. 또 오랜 기간 심리가 진행됐기에 내년 1~2월께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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