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200석을 만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마저도 무력화시키는 ‘정당 독재’를 실현하기 위해 ‘꼼수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성정당’ 난립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한편, ‘참칭(僭稱)정당’은 사실상 허용하자는 ‘자가당착적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하면서 ‘위성정당’만 제한?...‘정당 독재’를 겨냥한 노림수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 난립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2대 총선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국회는 아직까지 선거제도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총선에서 논란이 됐던 위성정당 문제가 다시 재현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위성정당 난립을 막아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위성정당 난립을 막아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성정당은 국회 의석에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작용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도 위성정당 난립을 막아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득표율 3%만 달성하면 원내 의석 배출 가능해

지난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해진 의석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로 채우는 제도를 말한다. 당초 거대 양당의 의석 독점을 막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지역구 의석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정당도 창당 후 최소 정당 득표율(3%)만 달성하면 득표율에 따라 원내 의석 배출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더욱이 기자회견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탄희 의원은 지난 1일 MBC라디오에서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병립형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도가 낫다”며 ‘야권 연합’ 200석을 만들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소수 정당의 진입이 유리한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재의결하는 데 필요한 200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탄희,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골목상권처럼 다양한 정당들이 가져가도록 보장”

이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골목상권처럼 다양한 정당들이 가져가도록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갑자기 제안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양당 카르텔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진입한 소수 정당과 손잡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얻을 수 있는 건 2020년처럼 180석이 최대치이기 때문에, 200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보수 세력, 진보야당과 협력이 필수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 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의원은 “(위성정당은) 제가 가진 모든 걸 걸고 막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법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하면 국민의힘 위성정당은 정당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위성정당과 참칭정당 난립 막기 위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주장

하지만 이 의원의 논리는 전형적인 ‘견강부회(牽强附會)’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 의원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가 소수 정당의 진입이 유리하다고 했지만,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47개 의석 중 36석을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가져갔다. 직전 20대 총선에서 양대 정당이 가져간 비례의석 30석에 비해 더 많은 의석을 거대 양당이 차지하면서, 소수정당 의석 보장이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위성정당 방지 장치 관계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10.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위성정당 방지 장치 관계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10.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지금과 같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지될 경우, 4년전 열린민주당과 비슷한 형태의 비례대표 정당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비판적인 입장이다. 강성 스피커 등 지명도 있는 인사들이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여야의 비례정당을 자임하는 ‘참칭정당’을 대거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원내에 입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위성정당과 참칭정당을 막기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별도로 실시해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면 위성정당이 출현할 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 등이 창당되면 ‘참칭정당’에 해당돼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은 위성정당이 아닌, 참칭정당으로 분류된다. 참칭정당은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작용으로 탄생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의 비례성을 개선하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그러자 거대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위성정당은 기존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한 정당으로, 당선 뒤 모(母)정당으로 돌아갈 것을 전제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미래한국당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참칭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당선만을 목적으로 창당되는 것으로, 특정 진영과 지지층의 지지를 표방한다. 하지만 모정당이 없다는 것이 위성정당과의 차이점이다. 현행 선거제가 개편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난립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 이준석 신당이 창당될 경우, 모두 참칭정당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 때의 열린민주당의 학습 효과에 힘입어 ‘참칭정당’이 쏟아지면 거대 양당도 관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려고 해도 곳곳에서 (위성정당이라고 자칭하는) ‘참칭정당’이 나올 수 있다”며 “위성정당은 우리가 관리·감독이라도 했지만 내년엔 아예 관리·감독이 안 될 수 있어서 걱정”이라고 했을 정도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6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신격청사에서 열린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6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신격청사에서 열린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 원내대표는 1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난 뒤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자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속셈= 참칭정당 난립 유도하고 총선후 연대해 200석 만들기?

하지만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 채, 위성정당 난립을 막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시당초 지키기 어려운 법안을 만들려는 민주당의 의도에 대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16일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당은 지금 의석을 많이 확보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참칭정당을 많이 만들어서 200석까지 갈 수 있다, 이렇게 구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 심지어 이준석 신당까지 참칭정당에 해당한다 보고, 이런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위성정당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탄희 의원의 주장은, ‘기존 정당이 모(母)정당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하는 위성정당만 해당되고, 모정당이 없는 참칭정당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연합 200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참칭정당과의 연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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