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의 대한적십자사 봉사활동이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연말 이웃 돕기 적십자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 등 국무위원 부인들이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연말 이웃 돕기 적십자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 등 국무위원 부인들이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은정 논란 가열되자 한동훈 장관 측 16일 오후 입장문 발표...“사진 제공한 적 없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그 출발점이다. 여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진 변호사 관련 기사에는 다양한 관심을 표방한 수 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장관 측은 급기야 16일 오후 입장문을 발표해 진 변호사의 봉사활동 사진 보도와 관련해 “일부 민주당 측 인사들이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한동훈 장관 측에서 언론을 부르거나 사진을 뿌린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을 마구 유포하고 있다”면서 “그 어떤 언론과도 접촉하거나 사진을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언론에서 자발적으로 보도한 것일 뿐 사진을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진 변호사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2023 사랑의 선물’ 제작 행사에 참석했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했지만, 부인의 동정이 언론에 노출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불쑥 진 변호사의 봉사 사진이 각 매체에 일제히 보도됨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한 장관이 취임한 지 1년 6개월만이다.

[사진=TV조선 캡처]
[사진=TV조선 캡처]

그런 만큼 세간의 관심은 진 변호사에게 쏠렸다.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한 ‘사랑의 선물’을 제작한 이번 행사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부인 김희경씨, 김영호 통일부 장관 부인 남미경씨 등 장·차관 배우자, 15개국 주한 외교대사 배우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는데, 진 변호사 한 명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 변호사가 참치 캔, 목캔디, 방한용품 등으로 구성된 선물 꾸러미를 만들거나 빈 상자를 옮기는 모습 등이 세밀하게 보도됐다.

해석1= 국무위원 배우자의 통상적 활동?...사전 일정 공개해 ‘화제의 인물’로 부상

진 변호사는 1975년생으로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1973년생인 한 장관보다 두 살 적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난 뒤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법학 석사를 이수하고 2006년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미국변호사로서 환경과 소비자보호 등의 분야를 담당한다고 한다. 1남1녀를 두고 있는데, 1녀는 미국 명문대인 메사추세츠공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 변호사의 출현에 대해 ‘통상적 활동’이라는 게 공식적인 설명이다. 법무부는 15일 “국무위원 배우자는 대한적십자사 수요봉사회의 당연직 회원이다”고 밝혔다. 진 변호사가 역대 모든 국무위원 배우자들이 늘 해오던 활동에 참여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 장관도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 변호사의 공개 활동에 대해 “국무위원 가족은 적십자 관련 봉사활동을 오래전부터 모두 다 해왔다. 통상적인 활동 같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사진=TV조선 캡처]
[사진=TV조선 캡처]

한 장관 측은 16일 입장문에서도 "(진 변호사는) 이전 월례봉사에도 다른 국무위원 배우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강조했다. 국무위원 배우자로서의 봉사활동 참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일정을 언론에 공개해 진 변호사에 대한 집중적인 사진촬영 등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측면도 있다고 보여진다. 결과적으로 진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에 버금가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해석2=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을 겨냥한 ‘애드벌룬’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진 변호사의 봉사활동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한 장관이 연말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기용되면서 정계에 입문할 것이라는 관측을 강조하면서 ‘진 변호사의 등장’을 연관지으려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16일 YTN 뉴스라이더에서 “국무위원 배우자들이 봉사활동 하는 건 늘 있던 일이라 하더라도 왜 모든 언론이 주목해서 진 변호사의 사진을 찍어서 냈을까” 반문하면서 “사진을 보면 진 변호사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설을 또 다시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이 살아온 삶은 검찰에 있을 때도 상관을 모시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립이 강한 대통령 밑에서 법무부 장관 일을 하고 있다”면서 “당의 비대위원장이나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건 당내에선 만인지상(萬人之上)”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15일 BBS 라디오에서 최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친윤 및 중진 인사들을 향해 험지 출마와 불출마 요구 등을 압박하는 것과 관련해 “한 장관을 위한 카펫을 깔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1~2주 안에 김기현 대표의 거취가 정리되면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자고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취임을 앞둔 애드벌룬 정도로 진 변호사의 등장을 해석하는 것이다.

해석3= ‘검핵관 시대’를 열어갈 한동훈의 부상을 감지한 언론이 배우자에 주목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체제가 무너진다면 비대위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윤핵관’의 시대에서 ‘검핵관(검찰출신 윤핵관)’의 시대로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법무부-서울시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설치·운영 업무협약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법무부-서울시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 설치·운영 업무협약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국공신들인 권성동, 김기현,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들의 권력이 약화되고 ‘검핵관 시대’가 열리는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그 신호탄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박 전 원장은 진 변호사가 카메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데 대해 “그렇다. 한 장관 부인까지. 김건희 여사를 봐라. 얼마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나”라면서 “기자와 언론은 그런 후각이 발달돼서 한 장관 부인 보도를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검핵관 시대를 열어갈 한동훈 장관의 부상을 감지한 언론이 배우자인 진 변호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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