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연대 성명서]

‘이동관 탄핵’ 무리하게 집착하는 민주당, 그러다 국민 탄핵 받는다

국회 일사부재의 원칙 어기고 ‘기상천외 꼼수’로 탄핵안 재발의 기도

방송·통신 대혼란 유발해 정치적 이득 노리는 ‘총선용 무리수’임 분명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무리한 탄핵 시도가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과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고민정 의원이 어제(14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시간 동안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서며 민주당의 장외투쟁도 시작됐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저지와 방통위원장 탄핵 관철을 위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게 시위의 목적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재발의 예정일 하루 전인 오는 29일까지 소속 의원 24명을 동원해 매일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행동은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서울 시민은 물론 국민의 공감과 지지는커녕 조롱과 반대를 받아야 마땅하다. 민주당은 지난 9일 방통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자당 의원총회에서 결의한 후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보고해 발의했다. 그러나 같은 날 본회의에서 표결 예정이었던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계획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전격 취소하면서 탄핵안의 발의 72시간 내 표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았다.

국회법은 발의된 탄핵소추안에 대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 표결이 불발될 경우 부결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당황한 민주당은 다음날인 10일 자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의 묵인 아래 탄핵소추안을 부랴부랴 철회하는 ‘희대의 촌극’을 빚었다. 그래놓고는 국회사무처를 압박해 이번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을 뿐 ‘정식 의안’에 오르지 않았으며, 이 경우 발의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성사되지 않아도 부결이 아니어서 동일 회기에 재발의가 가능하다는 억지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이를 근거로 168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오는 30일 다시 발의해 이날 또는 12월 1일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법은 탄핵소추안이 정해진 시간 안에 본회의 표결을 거치지 못할 경우 부결로 간주해 폐기하고, 같은 회기 중에 동일 탄핵안을 재발의 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또 발의된 의안을 자진 철회할 경우 국회 본회의 의결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의사가 배제된 상황에서 민주당의 일방적 탄핵안 자진 철회는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서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조만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식적 수준에서 봐도 민주당이 국회법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마디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눈엣가시 같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에 눈이 멀어 우리 헌정사에 길이 남을 ‘기상천외의 꼼수’를 부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시쳇말로 경로당 고스톱에서도 ‘낙장불입’이란 규정이 있는데, 하물며 제1야당인 민주당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자당이 발의한 국무위원 탄핵안을 꼼수를 동원해 자진 철회하고 같은 회기에 이를 재발의 한다는 게 타당하냐고 다수 국민과 언론이 묻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1954년 있었던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의 21세기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서의 법적 절차 문제와는 별도로 민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에 왜 이렇게 목을 매듯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방통위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가짜뉴스 및 허위 정보 보도와 관련해 방송사 등의 진실검증 검증 시스템을 실태 점검하거나, 가짜뉴스 기획단(TF)을 운영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지침을 내리는 것을 법률 위반 행위로 판단했다고 한다. 또 5명이 정원인 방통위에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남았는데도 주요 안건을 의결함으로써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게 한 방통위법을 이 위원장이 위반했다는 주장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다. 방통위법은 안건 의결을 위한 위원 최소 정족수를 2명으로 정하고 있어 불법이 아니다. 나머지 3명의 방통위원이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것도 위원 추천권을 가진 여야의 사정과 미결정 때문이다. 그런 비상 상황 속에서 방통위가 부족하지만 2명의 위원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또 이 위원장이 지난 8월 취임 후 기울인 각종 노력은 그간 좌편향으로 기울어져 가짜·왜곡·편향 뉴스를 양산한 공영방송사들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고 이들의 역할을 정상화하기 위한 당연한 책무였다.

사정이 이럼에도 민주당이 끈질기게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그간 언론노조 등을 앞세워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었던 공영방송들이 그의 등장으로 공정한 방송으로 거듭나는 게 싫고,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 편을 강력히 들어줄 방송들이 사라지는 데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 분야의 규제·감독기관인 방통위의 법률 위반과 불공정, 직무유기로 따지면 전임 한상혁 위원장 시절에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그런데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방통위와 한 전 위원장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영방송들의 일탈과 편파 방송을 적극 방조 또는 주문했다는 사실은 웬만한 전문가와 국민이면 기억하는 사실이다.

170석에 육박하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끝내 국회에서 가결되고, 그의 직무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곧바로 정지될 경우 엄청난 국가적 손해가 예상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아무리 빨라도 6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에서 합의제 정부 기관인 방통위원회 수장의 직무정지는 방송·통신 분야의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 뿐인데 나머지 1명이 위원장직을 대행한다 해도 각종 안건 의결에 상당한 어려움과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방통위에는 연말까지 KBS 2TV·MBC·SBS UHD·MBN 등의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 YTN의 최고액출자자 변경 심의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방통위가 정상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 방송·통신계에 막대한 업무 차질이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앞으로 난무할 가짜뉴스와 왜곡·편파 보도를 감시·단속할 담당 부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 따른 엄청난 혼란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이 하마평이 돌 때부터 ‘방송장악 기술자’로 지목해 공격하고, 취임한 지 채 3개월도 안 된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집요하게 탄핵하려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이런 혼란을 이용해 과거 선거 때처럼 가짜·왜곡 뉴스 등을 범람하게 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속셈으로 판단된다. 취임 100일도 안 된 이 위원장이 지금까지 한 공영방송 이사진 일부 개편과 만연한 가짜뉴스 척결을 위한 단속 조치는 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될 중요한 숙제였다.

미디어연대는 민주당이 정당한 명분 없이 공영방송에 대한 기득권 유지와 총선용 공세 목적으로 벌이는 방통위원장 탄핵 시도를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만일 이를 거부하고 끝내 절대다수 의석을 동원해 탄핵안을 가결하는 ‘의회 폭거’를 저질러 내년 총선 전후까지 방통위를 ‘식물기관’으로 만들 경우 그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현재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과 비판 능력은 매우 높고 매섭다. 민주당의 불의하고 무모한 탄핵 추진은 당장 눈앞의 자당 이해는 지켜줄지 모를지만,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마침내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할 것이란 얘기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과 총선 승리라는 정치적 이득만을 노려 수사 검사 등 그 외 다른 정부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벌이는 탄핵 시도도 이쯤에서 멈추는 게 마땅하다. 마구잡이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무정부 상태를 만들려 한다는 국민의 지적에도 민주당은 이제 겸허히 귀를 기울일 때다.

2023년 11월 15일

미디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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