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비명(이재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가칭)이 이르면 이번 주 출범을 예고했다. 이원욱 의원이 지난 10일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을 하겠다고 밝힌 이후 집단행동이 가시화되는 분위기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dl 지난 7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됐다. [사진=채널A 캡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dl 지난 7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됐다. [사진=채널A 캡처]

현재 모임에는 이상민, 조응천, 김종민 의원 외에 윤영찬 의원까지 뜻을 모으고 있다. 비명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이들은 현재 5명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 공천 배제가 노골화될 경우 세력이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이들은 ‘민주당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탈당’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뜻이 엇갈리고 있어, 이들의 집단행동이 어느 정도로 영향력을 가질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할 경우 당내 갈등은 보다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탈당 가능성’ 시사한 이상민 의원, “국민의힘과 손잡을 수도 있다”

이들 가운데 탈당 가능성을 가장 분명하게 언급한 인물은 5선인 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이다. 이 의원은 현재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지대 주자들과 함께 ‘금요연석회의’ 모임에서도 활동 중이다.

지난 7일 이 의원은 한 달 내 거취 결정을 하겠다고 공식 표명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혀 주목됐다. 특히 이 의원은 ‘국민의힘과 손잡을 수도 있다’고 해,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더이상 (거취 결정을) 미뤘다간 마치 공천을 구걸하는 듯한 그런 비루한 모습을 보이는. 나 자신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라며, 탈당을 시사했다. 이 의원은 "다른 사람들과 연대해서 당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기존에 있는 당을 선택해서 거기에서 힘을 댈 것이냐. (제3지대 연합) 그럴 수도 있고. 또 국민의힘과 손잡을 수도 있다”면서, 어떤 선택이든 지금의 민주당보단 낫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만난 사실을 공개해, 신당 창당에 합류할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원욱 의원, 탈당 및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 등을 일축

하지만 다른 비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의 행보와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원칙과 상식’ 모임을 처음 주도한 이원욱 의원은 탈당 가능성은 물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10일 MBC 인터뷰에서 "탈당보단 가까운 의원들이 일단 가시적으로 공동 행동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내 비명(이재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가칭)의 출범을 예고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 내 비명(이재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가칭)의 출범을 예고했다. [사진=채널A 캡처]

‘바깥에 나가 신당을 꾸리는 것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가 있나’라는 질문엔 "전혀"라고 잘라 말하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가장 큰 희망과 바람은 혐오 정치를 없애는 것이다. 국민 통합 정치를 하라는 것인데 이 대표는 혐오 정치를 양산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태도와 철학의 문제, 보수 정당 등 민주당 지지자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칙과 상식’의 1차 행보= 이재명 험지 출마 요구, 친명 공천 우려 불식 등 내부 투쟁에 집중

현재 ‘원칙과 상식’에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은 일단 내부 투쟁에 집중하는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 ‘친명 공천’ 우려 불식 등의 개혁을 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9일 CBS라디오에서 “질식할 것 같다. 12월까지 거취에 대해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진행자가 “떠난다면 신당으로 가느냐, 혹은 무소속으로 가느냐 혹은 김장 공장 하느냐”라고 질문하자, “12월까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내 민주주의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한국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다하는 게 먼저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따라서 원칙과 상식에 참여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별 의원마다 온도 차이가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다른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탈당'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다른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탈당'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13일 채널A에 출연한 안영환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들의 발언 수위가 쎄다. 정당 구성원들이 저 정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지역구 사정에 따라 최소한 몇 명은 탈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들이 한꺼번에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도 변동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다목적 포석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진단했다.

함께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이들이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팬덤 정치를 하고 당을 사당화한다는 점을 비판하며, 당을 바꿔보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특히 조응천 의원을 예로 들며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거니까, 노력을 하는 거에 집중할 것”이라며 탈당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익표 원내대표, 비명계 집단 행동 사태에 낙관적인 인식을 드러내

홍익표 원내대표는 비명계의 집단 움직임에 지도부 대응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사태해결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13일 YTN 라디오에서 “(비명계가 탈당하는)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지도부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공천에 대해서도 “(공천) 룰에 대해서는 지난 4월에 공개됐을 때 다 동의했던 방식이고 그 룰대로 관리하면 공천에 대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정해진 룰에 따라 공천을 하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홍 원내대표의 주장은 ‘친명 공천’ 우려를 불식시키라는 비명계의 ‘비명’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런 발언이 홍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인지, 지도부 전체의 의견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총선정국 변수= 이재명 대표의 탕평책 가능성은 희박, 비명계의 ‘최종 선택지’는 당 밖으로 향할 가능성 높아

따라서 원칙과 상식이 요구하는 강성 지지층 문제 해결, 도덕성 회복 방안 마련 등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계파 갈등과 당내 내분은 보다 심화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달래기 위한 탕평책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특히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비명계 현역 의원들과 공천 경쟁을 벌이는 만큼, 이 과정에서 원칙과 상식을 구심점으로 한 별도의 집단행동이 촉발될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유튜브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이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절대 이들에게 공천 안 준다. 명분을 만들어서 탈당해야 하는데, 12월과 1월이면 아마 그런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이 분들이 딴 데 가기보다 국민의힘에 오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의 지역에는 영남 분들이 30%가 넘는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 위원의 이같은 논평은 ‘이상민 의원이 국민의힘을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의 민주당’ 내에서는 ‘원칙과 상식’이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에, 당 내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노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위원의 주장인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 사라진 원칙과 상식을 바로세우기 위해 출범한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향후 총선 정국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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