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60)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한동훈(50) 법무장관을 ‘어린 놈’, ‘건방진 놈’ 등으로 비하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발언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악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돈봉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송 전 대표가 오히려 법무장관을 막말로 공격한 것은 누가 봐도 ‘적반하장’, ‘내로남불’이기 때문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 등으로 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채널A에서 방송된 내용.  [사진=채널A 캡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 등으로 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채널A에서 방송된 내용.  [사진=채널A 캡처]

특히 한 장관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나이’가 어린데 건방지다는 단순 무식한 화법을 동원함으로써 86세대 전체의 이마 위에 ‘꼰대’ 낙인을 찍는 치명적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송열길 발언 1= 586세대 이마 위에 ‘꼰대’ 낙인찍은 송영길, 한동훈만 키우다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저서인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의 탄핵을 주장하며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 놈이 국회에 와 가지고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냐"고 비난했다.

송 전 대표가 ‘한참 검찰 선배’라는 표현을 동원했지만, 정작 자신과 한 장관의 사법시험 기수는 1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송 전 대표는 36회 사법시험(1994년), 한 장관은 37회 사법시험(1995년)에 각각 합격했다. 송 전 대표의 나이가 10살이나 더 많지만, 법조인으로서의 출발시기는 대동소이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벼슬이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보임으로써, 정치인으로서 바닥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6세대는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민주당은 86세대가 기득권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정당이다. 2000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대거 국회에 입성했던 ‘젊은 피’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권력층이 된 것이다. 5선 의원 출신이면서 인천시장을 지낸 중진인 송 전 대표도 2000년에 정계 입문했던 그 젊은 피 중의 한 명이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꼰대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어린 놈’ 발언을 통해 스스로 ‘꼰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규탄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검찰 규탄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꼰대에게 봉변을 당한 한 장관의 몸값만 올라가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송영길 발언 2= 검찰을 ‘암세포’로 규정한 ‘운동권 카르텔’ 선민의식, 거센 역풍 몰고와

송 전 대표가 출판 기념회에서 ‘운동권 카르텔’의 선민의식을 드러낸 것도 거센 역풍을 몰고 오고 있다. 그는 검찰을 ‘암세포’라고 단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일본 유학을 갔다 온 연대 교수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 법대 가서 술 먹고 놀면서 고시도 여덟 번 떨어지다 겨우 합격했다”면서 “이 나라를 위해서 뭘 했냐.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기를 했나, 평생 갑질만 하고 접대받고”라고 힐난했다. 86세대의 공통분모인 ‘운동권 선민의식’을 여과없이 토로한 것이다.

운동권 출신이 아니면 나라를 위해 한 게 없는 집단이라는 뿌리깊은 편견은 일과성 발언이 아니다. 송 전 대표가 내면화시킨, 삭제 불가능한 편견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좌파성향 매체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송영길의 선전포고’에 대해 “이 책의 핵심은 윤석열 정권, 검찰 범죄 카르텔 전체주의 세력과 왜 싸워야 하는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무기로 싸워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면서 “우리가 이 투쟁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그게 전부가 아니다. 검찰 개혁을 어떻게 이뤄내야 할지를 비롯해 외교·경제·주거·기후·농업 등 지금 우리나라에 산적한 문제에 관한 나만의 철학과 해결책을 함께 담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범죄 카르텔’이라는 단선적이고도 극단적인 편견을 기반으로 한국정치의 미래를 논하겠다는 송 전 대표의 사고방식은 86세대 정치인들의 존재가치에 조종(弔鐘)을 울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송 전 대표의 발언을 통해 86세대가 ‘젊은 피’에서 ‘꼰대’ 혹은 ‘독불장군’으로 전락했음이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송영길 발언 3= ‘돈봉투 사건’을 반성하는 대신 검찰에게 쌍욕하는 파렴치한 면모 드러내

자신뿐만 아니라 민주당에게 치명타를 가했던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반성하지 않고 검찰에게 쌍욕을 해대는 파렴치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출판기념회에서 돈 봉투 사건에 대해서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XX를 하고 있는지. 미친 놈들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선거 캠프 안에서 돈 봉투를 뿌린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거친 언사를 동원해 검찰을 비난하는 행태를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검찰을 욕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채널A 캡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검찰을 욕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채널A 캡처]

나의 ‘작은 비리’는 큰 흠결이 아니라는 86세대 운동권의 선민의식이 2030세대에게 얼마나 큰 비난의 대상인지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 먼저 입문한 탓에 원조 86으로 꼽히는 김민석 의원은 돈 봉투 사건이 발생하자 “송영길은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보증한다”고 서슴없이 감싸기도 했다.

한동훈 관점= 국민 위에 군림해온 운동권 인사 끌어내리기를 정치 과제로 제시

한 장관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면서 "송 전 대표 같은 분들은 굳이 도덕적 기준으로 순서를 매기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 중 제일 뒤쪽에 있을 텐데, 이런 분들이 열심히 사는 다수 국민 위에 군림하고 훈계해 온 것이 국민 입장에서 억울할 일이고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표현은 온건하지만 내용은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다.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오랜 세월 동안 다수 국민 위에 군림해온 송 전 대표와 같은 86세대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정치적 과제를 제시한 셈이다.

이재명의 선택= 송영길 망언 사태를 86 공천 학살 빌미로 삼을 가능성 높아

국민의힘은 13일 송 전 대표의 망언 사태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정치력은 물론 인성까지 의심하게 된다"며 "존중받아야 할 국무위원에게 나이를 앞세워 억지스러운 훈계를 늘어놓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행태인가. 그것이 소위 운동권의 특권의식인가"라고 따졌다.

정진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운동권 세력의 오만과 우월감 하늘을 찌른다"고 비판하면서 "40대 50대는 운동권 정치인들 앞에서 고개 들지 말고, 숨도 크게 쉬지 말고 살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했다.

2000년에 송 전 대표와 함께 정계에 진출한 86세대는 우상호, 윤호중, 이인영, 정청래 의원, 임종석 전 의원 등이다. 이들 중 우 의원만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다. 나머지는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천 혁신의 기치 아래 친명계 인사들을 대거 발탁하려는 상황에서 송 전 대표의 망언 사태는 86세대 공천 학살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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