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별도로 심리하기로 했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후원금’ 재판과 병합하지 않고 따로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이 대표 정치 생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조기 변수’가 출현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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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이 비교적 단순한 위증교사 사건을 별도 재판으로 진행할 경우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재판부, 분리 심리 결정하면서 병합 선고 가능성은 열어둬...여론 향배가 결정적 변수 될 듯

이 대표가 집행유예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민주당 내 리더십 상실 상태를 초래해 갈등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이 대표가 무죄 선고를 받게 되면 국민의힘이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13일 오후 2시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이재명 외에) 또 다른 피고인(김진성)은 대장동과 전혀 관련이 없고, 사건 분량 등을 볼 때 따로 분리해서 심리를 해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다만 심리 경과에 따라 사건을 병합해 선고할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이 발언은 경우에 따라서 1심 선고를 늦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위증교사 혐의 재판 선고 시기를 두고 재판부와 정치권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재판부의 선고 시기는 여론 향배에 달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한 판사도 ‘혐의 소명’ 인정...검찰은 ‘위증 교사’ 별도 재판 요구

‘위증교사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증인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백궁 파크뷰 특혜 의혹’을 취재하면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2018년 토론회에서 “검사를 사칭하지 않았고 누명을 썼다”고 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이 대표는 당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씨에게 위증교사를 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16일 김씨와 함께 기소됐다. 이 대표에겐 ‘위증교사’ 혐의, 김씨에게는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사진=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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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당시 이 대표와 김씨 사이 통화 녹취를 확보했고,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영장전담 판사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된다고 봤을 만큼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다. 또, 성남시장 시절에 벌어진 대장동과 백현동 의혹은 범행 구조와 피고인이 비슷하지만, 위증교사는 완전히 별개여서 합칠 이유가 없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따라서 검찰은 줄곧 ‘위증교사 사건’은 따로 재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위증 범행은 백현동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없어 별도 심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병합이 필요하다’는 이 대표 측 주장에 대해서는 “심리가 분리돼 진행돼도 충분히 본인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어 방어권과는 상관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측은 병합 재판 요구하며 지연작전 구사...위증 혐의 김진성이 재판병합 반대의견 낸 게 주효

반면 이 대표 측은 김씨가 로비스트 김인섭씨와 백현동 사업에 관여해 관련성이 있고, 하나의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다퉈야 방어권이 온전히 보장된다며 병합 심리를 촉구했다. 병합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대표 측의 이런 주장은 내년 총선 이전까지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지지 않게 하려는 재판 지연 전술로 풀이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김진성씨도 백현동 사업에 관여해 관련성이 있다며, 병합 심리를 촉구했다. [사진=YTN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김진성씨도 백현동 사업에 관여해 관련성이 있다며, 병합 심리를 촉구했다. [사진=YTN 캡처]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증인 김씨가 최근 자신과 이 대표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 ‘재판 병합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재판과 ‘대장동·위례신도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백현동 특혜 개발’ 재판을 병합시켜달라고 요청하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9일 “김씨가 의견서에서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으로 재판이 지연되면 피해가 커서 병합을 원치 않는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증교사 사건 분리 심의는 법조계 예상을 깨는 결정...정치권, 촉각 곤두세우며 주목

재판부가 13일 위증교사 사건의 분리 심리를 결정한 것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것은 당초 예상을 깨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병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중앙지법 차원에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후원금 재판을 심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한 것 자체가 ‘병합을 하라는 시그널’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김정중 중앙지법원장은 지난달 24일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배당과 관련해 "단독 사건으로 접수된 위증교사 사건은 법관 사무 분담 예규에 따라 합의부에 다시 배당한 것"이라며 다른 의도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사건배당 주관자(형사수석부장)는 1심 단독 사건 중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등은 재정결정부에 회부해 합의부에서 심판할 사건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법원장의 이같은 답변에 비난의 목소리가 거셌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배당권은 법원장에게 있고, 법원장은 수석부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형사합의33부에 배당한 사실 자체가 논란이 되자, 김 법원장이 형사수석부장에게 책임을 미룬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법원장의 이같은 발언에서 ‘재판이 병합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관측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김동현 부장판사가 김 법원장의 ‘병합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병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김 부장판사가 일단 분리 심리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향후 사태 흐름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위증 혐의 김진성, 빠른 재판 희망...위증 교사 혐의 이재명, 재판 지연 전략 실패해

결정적으로 김진성씨가 재판부에 ‘병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제출함에 따라, 법원이 병합을 하지 않았다는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본인이 위증한 사실을 전부 인정한 김진성씨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재판을 받고 죄값을 치른 다음 불안한 지위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 대장동 사건에 병합되면, 적어도 3년 이상을 이 재판에 매달려야 한다. 헌법 제27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로 규정돼 있다. 김씨는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의 당사자인 김진성씨는 '재판 병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사진=YTN 캡처]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의 당사자인 김진성씨는 '재판 병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사진=YTN 캡처]

김씨에게 더욱 문제가 되는 상황은 ‘재판이 병합됐을 경우’ 2027년 대선까지 1심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씨 입장에서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대표가 위증교사하는 내용을 녹취하고, 검찰이 백현동 사건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녹취록을 뺏기고, 위증교사 사실을 인정해 이 대표를 위증교사범으로 만든 죄가 크기 때문이다.

형사합의33부, ‘분리 심의’해놓고 ‘병합 선고’하겠다면 거세 여론 역풍 맞을 듯

더욱이 김씨는 자발적으로 위증을 한 게 아니라, 이 대표가 지속적으로 위증을 요구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위증을 한 정황이 인정되고 있다. 물증과 증인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재판이 진행된다면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은 두세 번의 재판으로, 즉 한달 이내에 끝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 대표가 공판준비기일을 길게 잡아 총선 전에 1심 결론이 나오지 않도록 재판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다음달 11일 잡았다.한달뒤다.통상적인 경우보다 늦게 잡았다.재판이 늘어질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재판이 늦어질수록 재판부인 형사합의33부는 분리 심리해놓고도 선고를 다른 형사재판과 병합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위증교사 혐의 사건을 분리 심리해놓고 대장동 등 다른 사건과 병합해서 수 년 뒤에 선고하겠다고 할 경우, 여론의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어찌됐건 이 대표가 총선 전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중대 변수로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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