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명계 공천 학살에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여론조사꽃은 유튜버 김어준씨가 대표인 업체로, 지난 10월 16일부터 ‘총선 특집’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자에서 물러난 최민희 전 의원은 다음날인 8일 김어준의 유튜브에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자에서 물러난 최민희 전 의원은 다음날인 8일 김어준의 유튜브에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매주 총선 특집으로 일주일에 두 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 곳은 경선이 주목받는 곳, 한 곳은 본선이 주목받는 곳이라는 컨셉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윤영찬, 이원욱, 조응천 등 ‘비명계 저격 여론조사’, 향후 ‘공천 학살’ 명분 제공해

문제는 ‘경선이 주목받는 곳을 선정하는 기준’이다. 경선이 주목받는 곳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10월 16일에는 성남시 중원구로, 비명계 윤영찬 의원이 현역인 곳이다. 23일에는 화성을로, 비명계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이다. 30일에는 설훈 의원의 지역구인 부천을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11월 6일에는 비명계 조응천 의원의 지역구인 남양주갑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모두 비명계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친명계 원외 인사가 도전장을 내민 곳이다. 성남시 중원구에는 현근택 변호사가, 화성을에는 진석범 이재명 당대표 특별보좌역이, 부천을에는 서진웅 전 비서관, 한병환 전 선임행정관, 김기표 변호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남양주갑에서는 최민희 전 의원이 조응천 현 의원을 대상으로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조사 결과는 대부분 ‘현역 의원을 제치고 친명계 원외 인사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친명계 원외 인사가 1명으로 압축된 성남중원과 화성을, 남양주갑에서는 모두 비명계 현역 의원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반면, 친명계 원외 인사 3명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부천을에서는 설훈 의원이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비명계를 저격하는 김어준의 여론조사는 ‘숫자 음모론’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지역구 지지율에서 비명계가 낮고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높다는 프레임을 고착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 최민희가 돌연 방통위 상임위원 사퇴한 이유도 김어준 여론조사 때문?

심지어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자에서 사퇴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주목됐다. 지난 3월 후보자로 지명된 지 7개월 7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가 전날 김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조응천 의원에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이다.

여론조사꽃이 실시한 남양주갑 지지율 조사에서 최민희 전 의원은 39.1%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심장수 당협위원장에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유튜브 캡처] 
여론조사꽃이 실시한 남양주갑 지지율 조사에서 최민희 전 의원은 39.1%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심장수 당협위원장에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조선일보 유튜브에서 박은주 기자는 “최민희 전 의원은 방통위원이 되기 위해 엄청 뛰고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만둔 이유가 궁금하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함께 진행하는 신동흔 기자는 “방송통신위원회 쪽 취재원에게서 ‘김어준에게 물어봐’라는 말을 들었다”고 대답했다. 최 전 의원이 방통위 상임위원을 그만둔 이유가 김씨의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김씨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심장수 현 당협위원장과 붙었을 때 조응천 의원도 당선되고, 최민희 전 의원도 당선된다. 하지만 최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득표율이 훨씬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과 심장수 후보의 대결에서 조 의원은 32.9%를, 심 후보는 23.3%를 획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전 의원과 심 후보가 맞붙는 경우 최 전 의원은 39.1%를, 심 후보는 28.7%를 얻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과 최 전 의원 모두 본선 경쟁력은 있다는 결과인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설명한 박시영씨는 경선에서는 당원들의 의견이 50% 반영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최 전 의원이 41.5%로 높고, 조응천 의원은 25.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반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론조사꽃이 실시한 남양주갑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32.9%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심장수 당협위원장에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유튜브 캡처] 
여론조사꽃이 실시한 남양주갑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32.9%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심장수 당협위원장에 우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박은주 기자는 “남양주갑에서는 ‘현역인 조응천 의원보다 최민희 전 의원이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이다’라는 논리 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최 전 의원을 띄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조응천 의원을 저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광온, 김종민, 이상민, 전해철 등 다른 비명계 의원 겨냥한 ‘숫자 음모론’도 예상돼

박 기자와 신 기자는 ‘수박 지역구에 도전장 내미는 친명계’ 리스트에 따라, 김어준씨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비명 학살’ 여론조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광온 의원의 수원정, 김종민 의원의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이상민 의원의 대전유성을, 전해철 의원의 안산상록갑 등에서 도전장을 내민 친명계 원외인사들의 활동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면서 박 기자는 “이재명 대표가 자기를 방탄해주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서 ‘비난하지 맙시다’라고 포용하는 듯한 말을 했지만, 뒤로는 김어준과 내통해서 저런 일을 벌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김어준씨가 말로만 직업적 음모론을 펼쳤다면, 이제부터는 ‘객관적인 것같은 수치’로 사람들을 미혹해가는 방법을 구사한다고 평가했다. ‘숫자로 음모론’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어준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현역 의원에 경쟁력이 있는 친명계 원외 인사’들은 김씨의 여론조사 결과를 공천 신청의 근거로 삼을 소지가 농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럴 경우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의 ‘비선 공천관리위원장’이 되는 셈이다.

돈 많이 드는 김어준 여론조사, 민주당 강성 지지층 회비로 운영돼

이런 총선 특집 여론조사에 대해 김어준씨는 “총선 지역구 조사를 매주 할 예정이다. 이거 다른 데서는 못한다. 돈 많이 들어가지고”라며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다. 김씨의 유튜브에서 총선 여론조사 결과를 해설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선거사적으로 굉장히 대단한 일”이라며 힘을 실었다.

‘총선 특집 여론조사’에 돈이 많이 든다는 김씨의 자평은 마치 자기 돈을 들여서 조사를 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꽃은 특이하게도 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회비를 걷어 운영하고 있다.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를 구독하는 데 매달 1만원을 회비로 지불해야 한다. 김씨는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회비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셈이다. 그 콘텐츠는 결국 공천 심사에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의 여론조사가 김씨의 자발적인 의도인지, 민주당 지도부와의 교감 혹은 묵인 하에 진행되는지 알 수 없지만, 한국 정치를 위협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최민희 전 의원의 경우 방통위 심의위원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남양주갑 지역의 후보자로 거론되며, 각 언론에서 조응천 후보와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여론조사꽃의 총선 특집 여론조사를 근거로 조응천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당내 상황에 대해 조응천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질식할 것 같다’며 탈당 결심의 마지노선을 12월로 밝힌 바 있다. 비명계의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면, 김어준씨는 친명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공천위원장으로서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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