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마약 수사 ‘발목잡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마약 수사권을 대부분 박탈한 것도 부족한지, 법무부의 마약 수사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전액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마약 수사 발목잡기가 아니라 투명한 예산 편성 및 집행을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내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유독 마약 수사 관련 특활비만 사용처를 입증하라고 법무부를 윽박지르고 있는 모습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마약 수사 관련 특활비를 삭감하려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마약 수사 관련 특활비를 삭감하려는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사진=채널A 캡처]

민주당, 수많은 특활비 중 꼭 집어서 ‘마약 수사 특활비’만 인정 못하겠다고 나서

그러나 특활비는 그 구체적 집행내역을 밝힐 수 없는 정부 활동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다. 사용처를 입증하지 못하면 전액 삭감하겠다는 민주당 주장은 개념없는 억지에 가깝다. 마약 수사에 관한 한 특활비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로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사건수사 및 정보활동, 그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돼 있다.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영수증 첨부도 불필요하다. 이로 인해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눈 먼 돈’이라는 비판을 받는 측면도 있다. 투명한 예산 집행이라는 대의명분에 밀려서 그 규모도 급감해왔다. 2010년 8천 647억원으로 집계됐던 정부의 특활비는 10년 뒤인 2020년 2천 536억으로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2023년 특활비는 1천254억원으로 다시 반토막이 났다.

한동훈 장관, 마약 수사 특활비에만 시비를 건 민주당 태도 강력 비판

문제는 국회가 지난 3일부터 내년 정부 예산안 심의를 시작한 가운데 민주당에서 내년 검찰의 마약 수사 특활비 2억7천500만원을 전액 삭감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이와 관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이 특활비가 2억7천500만원밖에 안 된다고 해서 놀랄 것 같고, 2억7천500만원밖에 안 되는 수사비를 민주당이 전액 깎겠다고 하는 것에 놀랄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상당한 규모의 정부 특활비 중에서 유독 마약 수사 특활비에만 시비를 거는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장관 발언에 대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느냐”라면서 “2억7천만원 마약 수사비를 없앴다고 하는데 마약 수사비를 10억원쯤 해 주면 마약을 근절시킬 수 있느냐”라고 따졌다. “마약 수사비가 필요하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하면 그 예산을 더 올려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마약 수사 특활비 삭감 추진을 비판했는데, 홍 원내대표는 마약 수사비로 둔갑시켜놓고 사용처 자료를 소명하라고 반박한 것이다. 또 부적절한 특활비 등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0억원을 주면 마약 근절시킬 수 있나?"라는 발언으로 법무부의 마약 수사 능력을 조롱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채널A 방송 화면. [사진=채널A 캡처]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0억원을 주면 마약 근절시킬 수 있나?"라는 발언으로 법무부의 마약 수사 능력을 조롱했다. 사진은 지난 9일 채널A 방송 화면. [사진=채널A 캡처]

홍 원내대표의 지적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약 범죄 집단에게는 일종의 청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일선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거대 야당이 정부의 마약 수사 특활비까지 전액 삭감할 경우, 검찰의 마약 수사 역량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지적이다. 마약을 제조, 유통, 공급하는 범죄집단들이 검찰 수사를 깔보면서 활동영역을 대대적으로 확대해도 좋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거대 야당의 원내대표가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주장이 관철될 경우, 마약 범죄단체들만 환호성 지르게 돼

홍 원내대표 주장대로 마약 수사 특활비 용처를 공개한다면, 마약 범죄단체들로서는 검찰 등의 마약 관련 기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홍 원내대표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쪽은 다수의 선량한 국민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황폐화시키는 마약 범죄단체들이 될 수밖에 없다.

법무부가 마약 수사 특활비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서 민주당이 내년 마약 수사 특활비 전액을 삭감한다면, 마약 범죄단체들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검찰 등의 마약 관련 기밀 수사 활동이 전면 중단된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약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에 따르면 정보원 관리, 우편·택배 종사자들 이용, 위장으로 마약 구입하기 등의 경우에는 ‘쌈짓돈’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일반예산처럼 지출을 증빙하면서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특활비와 같은 실탄이 없으면 검사나 수사관이 자기 월급을 써야 한다. 홍 원내대표가 마약 수사 특활비 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검사에게 월급을 쓰면서 기밀 마약 수사를 벌이라고 압박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법무부 마약 수사에 대한 홍익표의 조롱, 국민 피고름 빨아먹는 범죄자들만 깔깔댈 내용

더욱이 홍 원내대표가 “10억원 주면 마약 근절이 가능하냐”고 다그친 것은 법무부의 마약수사 능력 자체를 조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10억원을 들인다고 마약 범죄를 근절시킬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만한 일이다. 마약 범죄와 싸워야 하는 법무부와 검찰을 향한 홍 원내대표의 조롱 섞인 발언에 대해 깔깔댈 사람들은 선량한 국민들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의 마약 수사망을 피해서 국민들의 피고름을 빨아먹으려는 마약 범죄단체들이다.

명색이 거대 야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이처럼 아군과 적군도 구별 못하면서 막말을 쏟아내는 데 대한 여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장관은 9일 국회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특활비로 10억원을 주면 마약을 근절할 수 있냐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민주당이) 마약 막는 세금으로 갑질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정말 같잖게 생각하실 것 같다”면서 “마약 막는 세금으로 갑질까지하면 국가가 마약 범죄에 대해 연성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고 꼬집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같잖다'고 표현한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마약 막는 세금으로 갑질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정말 같잖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진=채널A 캡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같잖다'고 표현한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마약 막는 세금으로 갑질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정말 같잖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진=채널A 캡처] 

법무부 마약 수사 특활비 전액 삭감= 최대 피해자는 국민, 최대 수혜자는 마약 범죄단체

법무부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2억7500만원에 불과한 마약 수사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면 마약 범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용처 등 법원도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자료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특활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밀 유지가 필수적인 특활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특활비는 대표적인 '수사경비'이고 수사경비는 수사기관을 위한 돈이 아니라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쓰이는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특활비 전액 삭감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고 최대 수혜자는 범죄자들이라는 사실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마약 수사 환경을 너무 약화시켜 마약범죄 증가에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2013년도 마약사범이 5445명이었는데 올해 9월 기준 1만3933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국회의 내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민주당이 그 전에 마약 수사 특활비 전액 삭감이 마약범죄 단체들을 위한 큰 선물이 될 것이라는 잔인한 현실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봉착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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