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12월 정기국회 회기 중 추진하기로 해,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 탄핵안을 9일 당론으로 채택했으나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거부로 국회 본회의가 종료됨에 따라, 탄핵소추안은 폐기 수순을 밝게 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10일 탄핵소추안을 철회함으로써, 12월 재추진이 가능해졌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전체회의서 발언하는 이동관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통위 전체회의서 발언하는 이동관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급 인사의 탄핵소추가 추진되는 것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사유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장관 탄핵 소추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있음이 공인된 셈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이 위원장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고 해도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25일 임명돼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업무 시작단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 위원장에 대해 ‘무리한 탄핵소추’를 강행하려는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민주당, 상임위원 임명에 늑장 부리면서 방통위 안건 처리가 방통위법 위반이라고 이동관 탄핵?

민주당은 방통위의 위법적 운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독립적 운영 저해 등을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사유로 꼽고 있다. 5명이 정원인 방통위에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남았는데도 주요 안건을 의결함으로써,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게 한 방통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려면 공석인 상임위원을 신속하게 임명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늑장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서둘러야 방통위가 정상화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 의무를 등한시하면서, 방통위가 손을 놓고 놀아야 하는데 일을 했다고 위원장을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등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이 법원에서 잇달아 효력 정지된 점 등을 들어 이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9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리 찾아봐도 명확한 법적 탄핵 사유가 없는 이 위원장을 가지고 보복성 탄핵을 하겠다는 게 거대 야당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은 이 위원장이 취임하기 직전 대행 체제에서 결정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과방위원들은 "민주당의 속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장악한 공영방송을 영구히 지키겠다는 것이고 국기문란 행위를 자행한 친(親) 민주당 세력들을 위해 국회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탄핵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잘못의 실상을 논해 책망하다’는 뜻이다. 법률적으로는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이를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행위이자 절차’를 의미한다.

여당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지적대로라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도 기각 처리돼 역풍을 맞은 민주당이 이번에도 기각될 게 뻔한 이동관 탄핵 카드를 만지는 것은 오로지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상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은 직무 중 법률 위반에 국한...이상민 탄핵소추도 헌재 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 결정

헌법 제65조는 국무위원과 주요 입법, 사법부 및 기관장에 대한 탄핵을 규정하고 있다. 단 탄핵사유의 요건을 직무집행 중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로 국한한다. 즉 정책 결정이나 정치적 무능력으로 야기되는 행위 등은 탄핵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헌법은 탄핵의 인용에 신중을 기울인다. 대통령 권한으로 추천해 인사청문회를 거친 인사에 대한 탄핵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 직무가 정지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현재와 같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탄핵안이 남발할 경우를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우,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에서 만장일치로 기각이 되는 사례는 상당히 드물다’는 점을 들며,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이 장관의 손발을 묶어두기 위한 보여주기용 탄핵’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관 탄핵소추 진짜 목적은 방통위를 식물부처로 전락시키려는 작전

이 방통위원장의 탄핵에 대해서도 법조계에서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탄핵사유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이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구이다. 현재는 2명의 상임위원만 있는데, 이 중 이 위원장이 탄핵되면 1명만 남게 된다. 방송과 통신의 주요 정책을 위원회 회의에서 의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1인 체제로는 의결이 불가능해 사실상 식물부처가 되는 것이다.

방통위 기능 정지되면 KBS 등 지상파 방송 중단 사태 벌어질 수도

그에 따라 방송통신 업계에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11월말 진행해야 할 종편과 지상파들의 재승인·재허가 절차가 중단돼, 국민 시청권이 위협받게 된다. 연장을 위한 의결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스팸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통신사업자 부당행위 문제, 유명인 사칭광고 대응, 방심위 심의 사항에 대한 제재 등도 전혀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방통위원장이 탄핵당하면 앞으로 모든 방통위 권한 등이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종편은 사업권이 있으면 방송할 수 있지만, 지상파는 주파수가 없으면 방송을 못한다. 잘못되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전략= 방통위 직무 정지시켜 내년 총선까지 KBS, MBC를 ‘민주당 우군’으로 유지

9일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됐지만, 민주당은 ‘철회를 했기 때문에 일사부재의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었지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30일과 12월1일, 국회 본회의가 이틀 연속 예정된 시기에 탄핵안 상정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168석의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현실적으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표결을 막을 방도는 없다. 헌재가 탄핵 결정을 내리기까지 5~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4월 총선까지 KBS와 MBC를 민주당의 우군으로 붙잡고 있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9일 탄핵안이 자동폐기됨으로써 11월말까지 방통위의 직무정지를 면할 수 있는 20일간의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그 동안 방통위 상임위원 보임을 한다면, 설혹 이 위원장이 탄핵된다고 하더라도 방통위가 기능정지 상태에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방통위 상임위원 인선이 진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 5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1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국회가 추천한다. 3인 중 2인은 야당이 추천하고, 1인은 여당이 추천한다. 현재 이상인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최민희 전 의원을 상임위원으로 추천해,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최 전 의원은 결격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임명을 받지 못했다. 더욱이 최 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소통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지난 8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상임위원으로 추천했지만, 이 전 사장 추천건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모집 절차도 밟을 예정이지만 아직 내정자가 없어, 3인의 상임위원은 공석인 상태이다.

따라서 방통위 2인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재발의하고 표결에 부친다면, 방통위의 업무는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방송 지형 속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치르려는 민주당의 계획은 맞아들어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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