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오는 30일 재발의해 12월1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9일 탄핵소추안을 1차로 처리하려다 불발된 이후 민주당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탄핵추진이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데다,검사들까지 탄핵대상에 끼워넣음으로써 이재명 대표 방탄탄핵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9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9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9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이정섭 차장검사 등 총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초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던 한동훈 장관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중독증’에 걸린 민주당의 이같은 탄핵소추안 발의는 국민의힘에 의해 막혔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3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전격 포기함으로써, 이 방통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차단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일방 처리를 막기 어려운 만큼 필리버스터로 법안 부당성을 호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 야당은 의석수를 내세워 24시간 이후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한 후, 당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 노란봉투법 등 필리버스터 포기로 이동관 방통위원장 등 탄핵안 표결 무산시켜

하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음에 따라, 본회의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표결 이후 종료됐다. 여야가 합의한 다음 본회의는 오는 23일이다. 보고 이후 72시간 이내 본회의가 열리지 않게 되면서, 탄핵소추안이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토론 기회마저도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악의적, 정치적 의도를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방통위원장을 탄핵해 국가기관인 방통위 기능을 장시간 무력화하겠다는 나쁜 정치적 의도를 막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의 예상치 못한 결정에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자동 폐기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과 여당에 10일 본회의 개의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여당이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진표 의장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안건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진표 의장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안건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이날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윤 원내대표는 "오늘 표결이 끝나면 본회의가 끝나는 거다, 24시간 이후 72시간 내에 본회의가 잡힐 수도 없고 탄핵안은 자동 폐기되는 거다. 국회법에 규정된 법 취지에 맞게 의장이 운영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을 추진해서 처리하려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가능성도 없진 않았지만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고, 법안 표결 직후 본회의는 산회했다.

국민의힘의 보안유지로 탄핵소추안 표결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필리버스터를 안하기로 언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제가 오늘 아침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노골적인 이재명 구하기?...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 중인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도 발의

탄핵소추안 표결은 불발됐지만, 민주당이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이 차장검사는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민주당의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탄핵소추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고 대상자들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할 책무와 의무가 있다"면서 "국회가 위법한 범죄, 중대한 비위행위가 명백한 국무위원, 검사에 대해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의원총회 분위기를 전했다. 이 차장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자녀 위장 전입 문제 등에 대해 야당의 공세에 몰린 바 있다.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이 대표 관련 수사에 차질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 관련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해 이런 저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도 정치공세적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이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이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하지만 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려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위법한 범죄 행위가 분명하고 비위 행위가 명백함에도 이러저러한 정치적 고려로 국회가 해야할 일을 못하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 “정치적 목적의 반복적 검사 탄핵은 법치주의 파괴”

민주당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검은 "정치적 목적의 반복적 검사 탄핵은 법치주의 파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주장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이다. 제1당의 권력을 남용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명백하다고 보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검찰을 공격하는 건 ‘사법 정치화’를 시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대검은 이날 ‘검사 탄핵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발표해 “검사들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외압을 가함으로써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적 목적과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을 공격하고 검사들을 탄핵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사법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 “탄핵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직무상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인정된다”면서 “민주당의 탄핵주장 사유는 의혹이 제기된 단계이거나 재판절차에서 다퉈지고 있는 사안으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의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은 사유 및 절차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및 재판 방해 의도가 명확하다는 게 대검의 입장인 것이다.

이정섭 차장검사. [사진=채널A 캡처]
이정섭 차장검사. [사진=채널A 캡처]

정혁진 변호사,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용 탄핵”...민주당은 탄핵안 재 발의할 듯

여론도 비판적이다. 정혁진 변호사는 9일 채널A에서 “헌법에 맞지도 않다. 우리나라 헌법 65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에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이 차장검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돼,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공수처의 수사 결과도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안 발의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탄핵 대상인가? 이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탄핵될 사람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정말 염치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딱 5번밖에 불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에 의해 발의됐다. 임성근 부장판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또 다른 검사 1명이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은 각하됐고,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포기 전략으로 민주당의 탄핵 시도를 막았지만, 사태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오는 30일 재발의해 12월1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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