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를 타는 것처럼 보였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구상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와도 접촉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세 확산 분위기를 강조했으나, 비명계가 일제히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후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이언주 전 의원과 함께 진행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내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신당론을 살포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공천학살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비명계로서는 살 길을 찾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 전 대표의 들러리를 설 필요는 없다는 계산법이다.

이준석 만난 이상민의 ‘한 달 안 결판’ 발언, 신당 합류설로 해석돼

당초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10월 중순에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민주당 비명계 합류 가능성이 점쳐졌다.

게다가 이 의원은 7일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한 달 안에 결판을 낼 생각"이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 세력들의 계획, 진로, 행보 등을 명확하게 밝힐 의무가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달 중순 이 전 대표와 만나 당시 정국 관련 논의,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생각 등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전 대표도 국민의힘에서 좋은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저도 그렇다'며 "각각 속한 정당, 한국 정치의 양극단화 등에 대해 같은 생각들이 많았다"고 했다.

또 "이 전 대표가 갖는 강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충언했다"며 "상식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공통 분모를 찾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CBS라디오에서 "1달 이내에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CBS라디오에서 "1달 이내에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 의원의 이같은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비명계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합류하는지의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창당 문제와 관련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민주당 비명계와 소통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자신을 포함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과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선 "제가 비명계 의원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이 전 대표와의 정치적 연대에 대해 아직 그렇게 논의나 관심을 보이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설훈·이원욱·김종민·박용진·조응천 등 비명계, ‘이준석 신당’과 거리두기

실제로 설훈·이원욱·김종민·박용진·조응천 의원 등 다른 비명계 의원들은 ‘이준석 신당’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에서 “한두 달 전쯤 인사차 통화한 사실은 있다”며 “(정치가) 아무리 생물이라도 간극이 매우 넓다. (신당 합류는) 썩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김종민 의원 역시 8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라며 "기본적으로 저는 물론이고 민주당의 소신파 또는 쇄신을 주장하는 의원들 중에서, 이준석 전 당대표하고 만나 진지하게 정국 또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분은 단 한 분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와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됐다.

김 의원은 “민주당 몇몇 의원들이 '이재명 정치는 아니라고 본다' 이래서 탈당을 하든 신당을 만들든 그거는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정치를 하기 위해서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다"라며, 민주당의 다른 소신파 의원들도 대부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욱 의원 역시 8일 B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추진과 관련해 "이 전 대표 역시 혐오 정치를 기반으로 해가지고 정치를 하는 분"이라며 "신당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이 전 대표와 같이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지금은 거대 양당의 혐오 정치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민 통합의 정치 이런 걸 할 것인가가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상민, 8일 채널A에서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 일축...집단린치의 고통 호소해

민주당 비명계 중진 중에서 처음으로 거취를 표명한 이상민 의원은 8일 채널A에 출연해 ‘거취 표명 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거취 표명을 한 이유’에 대해 “5선으로 당내 터줏대감에 해당하는 저도 너무 힘들다”면서 “요즘에는 자꾸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공천을 받을까 말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검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말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 라는 무력감 때문에 검열을 한다”는 것이다. ‘내부 총질, 배신자’ 등의 집단린치를 당하면서 민주당에 계속 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으로 너무 힘들다며 “좀 잠잠하면 공천 때문에 그런다는 등 조롱 섞인 말에 모욕감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민주당 내에서 치열하게 싸우면서 민주당을 바로세우는 데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나가서 나름의 정치적 행보를 새롭게 할 것인지를 한 달 이내에 정하겠다’고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민 의원은 8일 채널A에서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진=채널A 캡처]
이상민 의원은 8일 채널A에서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진=채널A 캡처]

그런데 이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이 ‘이준석 신당 합류’로 몰고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색이 민주당에서 5선까지 한 인물이 어디 당에 합류할 처지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구멍가게나 포장마차를 차려도 제가 차려야지, 어디 가서 기웃거리고 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실제로 이 의원은 이 전 대표와의 만남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대표의 신당 합류 가능성을 최후의 보루로 열어놓을 수는 있지만 이 의원 입장에서는 무소속으로 남느냐, 아니면 비명계 중심의 정당을 만드느냐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과 대안을 놓고 본인도 명분을 축적해나가는 단계일 것으로 평가된다.

갓 출범한 ‘금요연석회의’ 기류도 복잡해... 이준석의 신당론 목적 두고도 해석 엇갈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최근 금태섭 전 의원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정태근 '당신과함께' 정치포럼 공동대표,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위원장과 함께 제3지대 규합을 위해 '금요연석회의(가칭)'를 구성했다. 그러나 구성원 간의 정치적 입장 차이가 적지 않아 향후 통일된 행보를 보일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양 의원, 금·정 전 의원, 조 위원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기극인 꼼수 위성정당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여야에 촉구했다. 특히 이 의원은 “제1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며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구 공천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 법안을 곧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7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주 세 번째권력 공동위원장,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 대표, 정태근 정치혁신포럼 공동대표.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7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주 세 번째권력 공동위원장,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 대표, 정태근 정치혁신포럼 공동대표. [사진=연합뉴스]

그 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이 의원은 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 의원은 “문제 해결 논의에 찬성한다면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금 전 의원 역시 8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이 전 대표와 관련해 "조만간 만나 얘기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전 대표가 저희가 하는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지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진짜 정치를 바꾸기 위해 힘을 합칠 생각이 있는지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요연석회의가) 신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한국 정치의 구조를 가지고는 혁신이나 개혁이 일어나기 힘들다. 이렇게 모여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신뢰와 결의를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 기반이 없는 이준석의 신당에 실제로 이들이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이 전 대표가 실제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할지에 대해서도 이론이 분분한 실정이다. 이 전 대표가 실제로 신당창당 결심을 굳히고 있다는 관측과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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