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캐스퍼’ 생산중단, 전기차 전환 성공해도 ‘불씨’

문재인 정권은 노사문제에 시달려 오랫동안 국내에는 완성차 공장을 세우지 않던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을 압박해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스스로 최대의 업적중 하나로 자랑하고 싶을, 소위 지역 노사상생형 ‘광주형 일자리’다.

광주에 현대차 공장을 지어주고 싶어 다각도로 현대차를 압박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월10일 청와대 신년회견에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국내에 설립돼야 한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문 정부가 고용 창출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추진한 사업이다. 뚜렷한 제조업이 없는 광주시에 10만대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18년 내내 광주시와 현대차는 신공장 건립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순탄치 않았다. 광주시는 ‘초임 연봉 3500만원, 근로시간 주 44시간’의 조건에 노사분규까지 시가 나서서 막아준다는 조건을 내세웠지만, 현대차는 이를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낮은 임금에서 출발해도, 파업 몇 번이면 울산공장과 같은 임금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은 순식간일뿐더러 노사분규라는 것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막아줄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또한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비롯한 중·대형 고급차,SUV 생산으로 전략을 바꾼 시기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협상과정에서 지역 노동계가 개입하는 바람에 광주시 협상단이 ‘주 40시간 근무 시 3500만원에 특근비 지급’ 등으로 조건을 올렸다. 또 ‘5년간 임금·단체협약 유예 조항’을 삭제해 향후 임금인상 여지를 남겨 놨다. 여기에 울산의 민노총 현대차노조는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현대차를 압박했다.

당시 국내 자동차업계 또한 국내의 경차 수요가 부진한데 공장을 지으면 공급 과잉은 물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재계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감옥을 드나드는 것을 목격한 정의선 회장은 광주형 일자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가 나온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2년3개월 만인 2021년 4월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이 준공됐다. 이 회사가 만든 경차 캐스퍼 1호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구매했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캐스퍼 1호차가 생산된 모습에 들뜬 문재인 정권은 향후 51조원의 투자로 직간접 일자리 13만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이렇게 탄생한 캐스퍼는 이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현대차는 현재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캐스퍼 생산라인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바꾸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내연자동차가 아닌 전기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생산한다.

캐스퍼는 누적생산 10만대를 돌파하면서 한때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형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이미 우려했던 것처럼, 판매는 점차 줄어들었고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현재 캐스퍼의 재고소진을 위해 무려 20%나 할인해서 팔고 있다.

캐스퍼의 판매가 부진한 이유로는 금리상승, 경차 치고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한국인 특유의 대형차 선호경향 등이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출범할 때 이미 나왔던 “경차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을 무시하고 광주형일자리를 가급적 빨리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캐스퍼 생산라인을 전기차 생산용으로 전환하기 쉽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캐스퍼가 전기차로 전환된 이후의 전망은 엇갈린다. 캐스퍼 일렉트릭과 같은 “경형 전기차는 소형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연비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점이 없다”는 지적과 “소형 전기차 차종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교차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저가형 전기차로 생산되는 만큼 레이EV와 같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다. 레이EV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생산한 35.2kWh(킬로와트시) 용량의 LFP 배터리를 쓴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복합 205km, 도심 233km 수준이며 복합전비는 14인치 타이어 기준 5.1/kWh다.

캐스퍼의 전기차 변신이 열렬한 반응을 얻어 성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남아있다. 2021년 캐스퍼가 양산체제에 들어가고 시장의 호응을 얻자 당초의 철석같은 약속과 달리 지역 노동계에서 처우개선과 임금인상 문제를 제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 수십년간 국내에서 울산외에 그 어느곳에도 공장을 짓지않은 이유는 단 한가지 ,노조문제다. 고임금에 낮는 생산성, 반복되는 정치성 파업이 생산유발 효과 최고의 자동차공장을 더 이상 한국에 들어서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현대자동차 고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울산공장 문제를 놓고, 늘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운다“는 말을 해왔다.

기아차가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울산 현대차 노조 관계자들이 미국에도 울산형 노조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주겠다며 현지 근로자들을 접촉하는 일이 있었다.

현재 광주의 지역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끊임없이 광주글로벌코터스 노조를 자극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또한 울산형 일자리로 변하고 말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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