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년 총선 200석’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가장 먼저 ‘범민주 세력과 국민의힘 이탈 세력 연대로 200석 희망’ 화두를 던진 이래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차례로 가세했다.

범야권에서 내년 총선에 대한 낙관론으로 섣부른 '200석' 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범야권에서 내년 총선에 대한 낙관론으로 섣부른 '200석' 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정 상임고문은 지난 1일 KBC광주방송에서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했고, 이 의원도 지난 3일 MBC 라디오에서 “연합 200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당이 지나친 낙관론에 빠져 있다며 겸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고강도의 당내 혁신이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 험지 출마론’까지 나온 실정이다. 이재명 대표의 아바타로 불리는 김두관 의원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진화에 나선 상태이다.

그러나 입법독재에 맛들인 민주당 내에서 200석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것은 균형과 견제를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김두관 의원,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가면 100석도 못 건질 것” 경고

김두관 의원은 5일 자신의 SNS에 “우리도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다선 의원을 험지로 보내는 내살 깎기를 시작해야 한다.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며 “장군들이 앞장서지 않고 병사들만 사지로 몰면 누가 따르겠느냐. ‘친명 안방, 비명(비이재명계)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와 친윤 인사 등 40여명이 수도권 등 험지에 출마하거나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6일 국회방송 <국회라이브1>에서 당내 내년 총선 낙관론과 관련해 “중도층이 떠나고 국민 입장에서는 ‘민주당 안 되겠다’ 하는 것”이라며 “그런 목표야 당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건방진 소리는 하지 말자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자는 내부의 의견을 의식해, 이재명 대표도 6일 총선기획단 1차 회의에 참석해 “절박하고 낮은 마음으로 겸허하게 총선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조정식 사무총장도 “분열과 오만은 민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라고 했다.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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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독재를 누려온 민주당, 200석 거론하는 진짜 이유는?

21대 총선에서 180석으로 출발한 민주당은 현재 168석으로 입법 독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대다수의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렇게 힘을 과시해온 민주당이 ‘200석’을 거론하는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채널A에 출연한 정혁진 변호사는 “200석이면 개헌 발의가 가능하고,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하다”면서, 민주당이 200석을 거론하는 진짜 이유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불체포특권 폐지’ 등이 논의돼야 하는 개헌 발의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을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와야 되는데다 현재 윤 대통령은 탄핵 당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반면 입법 독재를 계속하고 싶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하게 만들기 위한 200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180석을 갖고도 저렇게 일을 했는데. ‘200석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될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명길 전 국회의원은 지난 4월 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쌍특검법’을 들어 설명했다.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법제사법위원회 18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240일의 심사 기간을 거쳐 12월에 표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전 의원은 “대통령이 이 두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의결하는 의석수가 200석”이라며, “이만큼의 힘을 주어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것으로 이슈를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 200석이 자꾸 거론되는 데는 이러한 심리적인 기저가 있다는 것이 최 전 의원의 설명이다.

노인 폄훼 발언했던 정동영, 이번에는 200석 발언으로 민주당을 어렵게 해?

정동영 민주당 고문이 200석을 거론한 것을 두고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목적 외에,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에게 아부하기 위한 용도”라고 주장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정 고문이 과거 노인 폄훼 발언으로 민주당을 어렵게 만들었던 점을 거론하며, 이번에 또 200석 발언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 고문이 그런 발언을 한 데 대해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200석을 하니까, 나는 공천해 줘도 괜찮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민주당이 외부적으로는 200석 발언에 대해 경계령을 내렸지만, “속내는 다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신 전 의원도 민주당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가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으로부터 “내년 총선은 (민주당이) 크게 이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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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는 여전히 불안하고, 수능을 망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킬러 문항 난리’ 때문이라고 정부를 원망할 것이라는 게 이유라고 신 전 의원은 전했다.

오만함을 싫어하는 민심, 민주당의 섣부른 200석 논란을 심판할까

민주당 내부에서 200석이 자꾸 거론되는 데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박수현 전 의원은 6일 채널A에서 과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1대 총선 직전 ‘180석’을 거론한 것을 두고 “국민들은 오만한 걸 가장 싫어한다”면서, “당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으로 본투표에 보수표가 결집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수석은 정동영 고문의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공식 의견이 아닌데도 저렇게 얘기하면, 민주당 전체가 오만한 것으로 비쳐진다”며, “과거 노인 폄훼 발언으로 당을 어렵게 했는데, 지금 200석 발언을 왜 하느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박 전 수석은 살얼음판에서 얼음이 깨질까 노심초사하며 험지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이 덜컥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석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말씀하신 분(조국, 정동영, 이탄희)들에게 상당히 유감을 표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200석 발언은 과거 이해찬 전 대표의 ‘20년 장기집권 구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20년 장기 집권을 거론하던 이 전 대표는 2018년에는 ‘50년 집권’까지 내비치기도 했다. “앞으로 (대통령) 몇 사람을 더 (당선) 시켜야 되겠습니까? 한 10번은 더 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한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2019년 2월, 이 전 대표는 '2022년 재집권으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앞으로의 100년이 전개되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100년 장기집권에 대한 비전을 밝히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 이후, 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세 번 참패하는 결과를 안았다. 오만한 당을 향해 국민들이 냉엄한 심판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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