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사건을 계기로 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전씨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은 15명에, 피해 금액만도 19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을 받는 전청조 씨가 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을 받는 전청조 씨가 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어쩌다가 사기를 당해서?’라고 피해자들만 비난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기를 치기 위해 작정하고 덤비는 사람에게 당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그 정도로 사기범의 수범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예방교육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기 피해 당했던 임채원 전 검사, “사기범죄 줄이려면 형량 올려야”

사기범이 기승을 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처벌보다 이익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고를 해도 잡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잡힌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임채원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사기범은 칼 안 든 살인범”이라며, 사기를 당해서 고통 받다가 우울증 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산범죄에 대한 사회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임 변호사는 성범죄 미투 운동이 일어나서 형량이 많이 올라간 것처럼, 사기범죄에 대한 형량도 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사기예방 솔루션’이라는 책을 펴낸 ‘33년’ 베테랑 검사 출신이다. 하지만 임 변호사도 현직 부장검사 시절에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이다. 그만큼 사기는 보편화돼 있고, 누구든지 당할 수 있다며 임 변호사는 경험담을 밝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기 범죄는 148만 2000건에이나 될 정도로,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라는 것이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9%에 달한다는 것이다.

사기범죄에 관대한 한국 현실= 100억 규모의 사기를 쳐도 5억원만 기소돼

이처럼 사기가 만연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임 변호사는 ‘사기를 치면 무조건 남는다, 사기는 남는 장사라는 점’을 꼽았다. 사기를 쳐서 처벌을 받는 경우가 극히 약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기 피해자 중 고소를 하는 사람은 25.8%에 그친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사기 피해자에게 설문을 한 결과, ‘금액이 적다,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고소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명을 상대로 1억원씩 사기를 칠 경우, 7억 5천만원에 대해서는 고소 없이 넘어가는 셈이다.

그리고 고소가 되더라도 기소되는 경우는 20%에 그친다고 한다. 예를 들어 100명에게 1억씩 사기를 친 경우 25(25.8%)명만 고소를 하고, 그 중에서 5명(25.8%의 20%)이 당한 5억에 대해서만 기소되는 셈이다. 100억을 사기쳐도 5억에 대해서만 기소가 되므로, 엄청나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

이렇게 기소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임 변호사는 “애초에 민사 사안이거나, 문서로 남겨놓지 않고 구두로 하니까 증거가 없어서”라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문서로 남기지 않는 ‘구두 문화가’ 대한민국을 사기 공화국으로 만든 중요한 원인이라고 꼽았다.

‘형량이 너무 낮다’는 점도 사기범이 기승을 부리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임 변호사는 지적했다. ‘베트남에서 취업 사기 피해 금액이 8억 6000만원인 경우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반면, 우리나라에서 4억 취업사기에 대해 실형 3년형에 그친다’는 점을 들며, 임 변호사는 “형량이 너무 낮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나중에 피해자와 합의를 하게 되면 형량이 또 확 줄어든다는 점을 지적했다.

소시오패스 성향을 띠는 사기범의 5가지 특징을 기억하라

임 변호사가 사기범에 대해 ‘소시오패스 경향’을 띤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기본적으로는 양심이 없고, 모든 행동 지침은 ‘이익과 손실’이라는 것이 사기범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도덕을 바라면 백 퍼센트 당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임채원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6일 CBS라디오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임채원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6일 CBS라디오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임 변호사는 사기꾼의 전형적인 특징으로는 다섯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미안할 정도로 과잉 친절을 베푼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은 목적의식이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이익과 손실’의 행동 지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도움이 안 되는 사회적 약자를 굉장히 무시한다는 점이다.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막 대하거나,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과할 정도로 혼을 내고 무안을 주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사소한 약속을 사전 통보 없이 안 지킨다는 점이다. 더 큰 이익이 발생하는 약속이 생겼기 때문에, 사전 약속은 무시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파격적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세상 이치에 맞지 않는 파격적인 제안과 특혜 수익 보장은 무조건 의심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차용증을 써주는 경우에도 주민등록번호를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용증에 주민등록번호를 쓰지 않은 경우, 이름도 가명이고 휴대폰도 대포폰으로 드러난 사례도 있다고 한다.

3가지 예방법= 차용증에 ‘빌려가는 돈의 용도’, ‘변제 방법’ 기재하고 ‘계좌이체’ 선택하라

따라서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차용증을 쓸 때에도 ‘두 가지를 물어보고 한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임 변호사는 강조했다. 차용증에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인적사항을 쓰고 원금, 변제 날짜, 이자 약정 등을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만으로는 민사소송에서는 이길 수 있지만, 80%는 불기소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통상적인 차용증은 돈을 줬다는 부분에 대한 증거만 될 뿐, 속였다는 부분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빌려가는 돈의 용도’ ‘변제 방법’ 등의 2가지를 물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실천해야 하는 한 가지는 ‘현금 거래를 하지 않고, 계좌로 입금해 돈에 꼬리표를 달아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차용증뿐만 아니라 투자 계약서에서도 이 3가지를 명확하게 해 놓을 경우, 사기를 방지할 수 있고 사기범에 대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돈 벌 수 있는 좋은 제안이 있다면 ‘열 중의 열은 사기다’라고 의심하는 습관을 들이면, 피해를 막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되는 셈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