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표측 대장동 백현동 성남FC사건에 위증교사 병합요청

충북동지회 창원간첩단 사건 관련자들은 재판부 기피신청 반복 시간끌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인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사건 병합을 신청했다. 형사합의33부에서 심리 중인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재판에 최근 기소된 위증교사 사건도 병합해달라는 취지다.

검찰이 지난달 기소한 위증교사 사건이 이 대표의 기존 사건 재판이 진행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 배당된 것이 빌미가 됐다. 형사합의 33부는 당초 별도의 사건으로 분리 기소됐던 대장동 사건과 백현동 사건을 검찰의 요청에 따라 병합해서 재판하기로 했다.

여기에 위증교사 사건까지 같은 재판부에 배당되자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단이 대장동 백현동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인 위증교사 사건의 병합재판을 요구한 것이다.

지금까지 법원은 한 피고인이 여러가지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경우 신속한 진행과 피고인의 편의를 위해 가급적 병합심리를 해왔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변호인단의 위증교사 사건 병합신청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반대, 시간끌기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판이 병합되면, 한 사건에 대한 심리가 일찍 끝나더라도 판결 선고는 다른 사건과 한꺼번에 해야 한다. ‘검사사칭 위증교사 사건’은 매우 단순해 심리가 일찍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 주변에서는 이 대표측이 위증교사 사건으로 유죄가 일찍 확정돼 내년 총선출마 등 정치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비 재판지연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증교사(5년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 범죄의 경우 구조가 간단해 선고가 빨리 이루어질 수 있고, 1심 결과만으로도 출마 등 정치활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지난 9월, 기소된지 4년7개월만에 1심 재판을 마쳤다. 법정에 출석한 증인만 100명이 넘었다.

대장동 백현동 사건의 구조가 복잡한데다 제1야당 대표라는 이재명 대표의 신분 때문에 재판부가 각종 증인신청 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 내내 재판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대장동 백현동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병합심리에 반대하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막상 형사합의33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전직 법관 등 법원 주변에서는 피고인과 재판부의 편의, 그리고 신속하고 원할한 재판진행을 위해 병합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몇 년전 잇달아 적발된 자생적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재판부 기피신청이라는 또다른 재판지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생적 간첩단 ‘충북동지회’ 사건은 1심 재판만 26개월을 끌고 있다. 이 사건 재판이 진행중인 청주지법의 합의부가 형사재판 1심을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00일 정도였다.

최근 이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 4명 중 박모씨가 지난달 23일 ‘법관 기피(忌避) 신청’을 냈다. 법관 내지 재판부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인용 및 기각 여부는 별도의 재판부가 판단해야 하고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정지된다.

앞서 이 사건의 다른 피고인 3명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세 차례나 내면서 재판이 8개월동안 중단된 바 있다.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이 기피신청을 시차를 두고 나눠서 내는 ‘쪼개기’ 방식으로 재판 지연을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재판부 기피신청이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피고인의 권리라는 점에서 제재할 방법은 없다.

결국 재판부는 다른 피고인 3명의 재판을 따로 떼내 진행하기로 했다. 박씨가 낸 기피 신청 결론을 기다리다가 재판 전체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리 재판’을 하더라도 피고인 전원에 대한 1심 판결 선고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당초 박씨를 제외한 공범 3명은 작년 1월 4일 1심 재판부에 첫 기피 신청을 냈다. 이 기피 신청은 1심(심리 기간 17일), 2심(21일)에 이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작년 3월 4일 최종 기각했다. 그러면서 재판이 2개월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이어 작년 3월 법관 인사로 판사들이 바뀌자, 9월 23일 공범 3명이 두 번째 기피 신청을 냈다. 기피 신청은 재판부가 변경될 때마다 낼 수 있다. 이 기피 신청은 1심(60일), 2심(19일) 이후 올라간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에서 심리 84일 만인 올해 3월 22일 최종 기각됐다. 기피 신청으로 6개월간 재판을 멈춘 것이다.

올해 4월에는 재판장이 아닌 배석 판사들을 상대로 기피 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와함께 공범 중 2명은 국보법이 위헌이라는 내용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2021년 9월 신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재판이 늘어지면서 당초 구속됐던 피고인 3명은 모두 보석 등으로 풀려났다.

다른 국보법 사범들도 재판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 지난 3월 기소된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자통) 민중전위’ 피고인들은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자 항고, 재항고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 국민참여재판 허용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진행될 수 없다.

피고인들은 지난 8월 대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기각되자 곧바로 보석을 신청했다. 또 수원 ‘민노총 간첩단’, 제주 ‘ㅎㄱㅎ’, 전북 전주 ‘시민단체 대표 사건’의 피고인들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지난 9월부터 자통, 제주, 전주 사건의 재판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민노총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은 지난달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에따라 당초 1년도 걸리지 않던 국가보안법 사건 1심재판 평균 기간이 2016년에는 11개월이었는데 최근에는 30개월 이상으로 3배 가까이 길어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에따라 고의적으로 재판 지연을 막는 장치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피의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형사소송법에 마련된 각종 제도를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는 만큼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이와관련, 법무부는 최근 “피고인 신청으로 공판 절차가 정지된 기간은 구속 기간에 산입(算入)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형사소송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위헌소지를 안고있어 실제 추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