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진변호사 "세월호 참사가 ‘고맙다’는 문재인을 연상시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한 발언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 대표는 추도사를 마치며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사하고 있다. 2023.10.29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사하고 있다. 2023.10.29 [사진=연합뉴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10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서 방명록에 쓴 글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의 “미안하다. 고맙다”가 이번에는 “고맙다. 미안하다”로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다.

문 전 대통령,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고맙다’고 써...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받은 날

문 전 대통령이 방명록을 작성한 날은 2017년 3월 10일인데, 방명록에는 날짜가 잘못 기재돼 4월 10일로 되어 있다. 3월 10일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의해 파면 선고를 받은 날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차기 대통령 = 문재인'이라는 공식이 실현되기 직전이었고,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이라는 표현이 회자됐다.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던 그 시점에 문 전 대통령이 ‘고맙다’라고 쓴 것은 ‘내가 정권을 잡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로 해석될 소지가 컸기 때문에, 쓰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문 전 대통령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풀이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방문 날짜는 2017년 3월 10일인데, 방명록에는 4월 10일로 적혀 있다. [사진=나무위키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방문 날짜는 2017년 3월 10일인데, 방명록에는 4월 10일로 적혀 있다. [사진=나무위키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실망한 세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방명록의 고맙다’를 꼽은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도대체 '고맙다'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직도 나는 그 말의 뜻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명은 이태원 참사 추도사에서 “고맙다”고 써...문맥상 나올 수 없는 표현 지적

이 대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기억, 추모, 진실을 향한 다짐’에 참석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59개의 우주, 159개의 세계가 무너진 그날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권력은 오로지 진상 은폐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등이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오늘 이 자리조차 끝끝내 외면했다”고 했다.

추도사를 마무리하며 이 대표는 유가족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문제가 된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이 대표의 이 발언을 두고 정혁진 변호사는 30일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1주기 추모제에서 ‘고맙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라며, “사망해서 고맙다라는 식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세월호 사태 당시 문 전 대통령이 고맙다고 한 표현을 상기시키며 “당시 그 아이들이 우리집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여서,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면서 “문 전 대통령의 표현에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10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10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그런데 이번에 이 대표가 똑같은 말을 한 것을 두고 “학습효과도 없나? 아니면 진짜로 마음 속에 고마움이 가득차 있어서, 그게 밖으로 나온 건가?”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정 변호사의 발언에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본심이 나온 것”이라고 동조했다.

이 위원은 “내가 구속될 뻔했는데, 너네들의 죽음으로 방탄했어, 얘들아 고마워”라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이 세월호 방명록에서 ‘고맙다’고 한 것도 결국은 박근혜 정권을 흔들어서 고맙다는 걸로 읽혔는데, 이 대표의 발언도 똑같은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는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처장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면서 발인식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상기시켰다. 스스로 ‘안면인식장애’까지 있다는 점을 밝히며 김 전 처장을 끝끝내 모른다고 발뺌한 이 대표가 일면식도 없는 159명의 희생자들의 죽음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조금의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추모사였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공보실 관계자는 1일 펜앤드마이크에 이 대표가 “고맙다”고 말한 대상은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젊은이들이 아니라 1기 추모대회 참석자라며, “참석자에게 ‘경청해줘서 고맙다’ 또는 ‘참석해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구체적 대상을 생략했지만 “고맙다”는 참석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사망자나 유가족들에게 각각 한 말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추도사가 고인의 명복을 기리는 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족을 포함한 참석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한 점은 납득이 되지만, 참석자들을 향해 ‘경청해줘서 고맙다’라고 표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배포한 이재명대표 추도사의 마지막 부분
민주당이 배포한 이재명대표 추도사의 마지막 부분

김기현, 핼러윈 참사 직후 웃음기 가득한 이재명 태도 비판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대하는 이 대표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태도를 지적받은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인 11월 3일 SNS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온갖 비리 의혹으로 죽상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이라며 “세월호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비정상적 사고(思考)가 여전히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참 씁쓸하다. 민주당은 자중하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무슨 호재라도 만난 듯 연일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며 선동질에 여념이 없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시 이 대표는 ‘고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9월에 기소됐고,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협박을 했다’는 허위 발언으로 10월에 기소된 직후였다. 따라서 자신을 옥죄어 오는 검찰을 향한 국민의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검찰이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조차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엉터리 검수완박법을 날치기 처리한 자들이 이제와서 무슨 낯짝으로 책임 운운하는지 그 뻔뻔함이 부끄럽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었던 2014년 발생한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16명 사망), 이 대표가 경기지사였던 2020년 이천물류센터 화재 사고(38명 사망) 등을 열거한 뒤 “이 대표와 민주당이 과연 이번 사고에 정부 책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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