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전략 탓에 日에 성장률 뒤져" 文, 북중러에 속하잔 건가
獨 경제, 친중·친러 노선에 발목 잡혀...반면교사 삼아야
韓, 對中 협력 낮추고 '해양세력' 일원 되어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우리나라에서 대통령만큼 격무에 시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문재인 전(前)대통령(이하 문재인)은 퇴임 후 잊혀지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은 임기가 2년이나 남은 2020년 1월 14일, 신년기자회견 자리를 빌어 "대통령 이후는 상상하지 않는다"며 "현실 정치에 연관된 일을 일체 하고 싶지 않으며,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은 식언(食言)하고 있다. 그는 툭하면 현실정치의 뒷다리를 잡는다. 인간적 신뢰감이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다.   

O 文, 올해 성장 일본보다 못한 것은 ‘한·미·일 동맹 탓’

 문재인은 27일 페이스북 포스팅에서,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일본에 역전당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미·일 동맹 탓’에 쪽박 차게 생겼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살펴보자. 그는 “올해 우리 경제는 1%대의 성장률에 그치면서 일본의 경제성장률에 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본보다 경제성장률이 뒤지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외에는 처음 있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난(문재인) 정부에서 우리의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이 일본을 추월했고, 명목국민소득도 추월을 앞두고 있었는데 격차가 거꾸로 더 벌어지게 됐다”고 했다. “올해 한·일 양국의 경제상황은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로 압축되며” ‘우리 정치와 외교전략’이 경제 발목을 잡아서 그렇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7%로 추정하며 사상 최초로 1%대로 낮춘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선진국들의 일반적인 경제성장률이 2%대인데, 우리의 성장률이 그보다 더 떨어져 1%대로 고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O 동의할 수 없는 ‘아전인수적 해석’

 한 해의 한·일간 예상 성장률 비교를 통해 비관적 전망을 내리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기저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주지하다시피 장기간 저성장을 겪었다. 따라서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서 한국보다 유리하다. 반면 한국은 그런대로 성장률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경제침체 시 ‘역(逆)기저효과’가 걸릴 수 있다. 분모에 이미 높은 숫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수치 해석에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7%로 추정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다.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에 그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 좌파들은 태생적으로 남 탓하기 바쁘다. 

 문재인이 말하는 ‘우리의 경제를 발목 잡았다는 외교전략’의 실패는 무엇을 말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북·중·러’의 일원이 되지 못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말인가?

O 중·러에 치우친 독일의 처참한 실패에서 배워야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비틀거리고 있다. 또 다시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림>은 주요국가의 2023년 실질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비교한 것이다. 독일만 유일하게 마이너스 0.3%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주요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독일 경제는 1990년 통일 이후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고질적인 고실업·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해, 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슈뢰더 좌파정부의 우파적 ‘하르츠 개혁’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실업률이 크게 하락하고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2010년대 중반에는 유럽의 우등생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에서 값싼 에너지를 수입해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수출하며 성장하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 독일 경제의 부활을 이끌었던 친중·친러 노선과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독일 경제가 ‘나 홀로 역성장’ 위기에 빠진 데는 크게 세 가지가 패착으로 꼽힌다. ‘높은 중국 의존도’와 ‘전기차로의 전환 부진’ ‘높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이 그것이다. 

 높은 중국 의존도는 치명적이다. 독일은 중국에 최종 수요와 원자재 조달을 모두 의존했다. 2006년 이후 7년 연속 독일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었다. 독일 무역투자청(GTAI)에 따르면 2022년 독일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3000억 유로에 달했다. 중국이 대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자급자족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중국 경제에서 독일의 비중은 낮아졌지만 독일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졌다. 특히 독일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친중·친러’ 정책을 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16년 장기 집권을 끝내고 2021년 독일 정부의 새 수장에 오른 올라프 숄츠 총리는 대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힘을 쏟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국가 안보 전략을 도입하면서 중국을 ‘파트너에서 경쟁자, 체제 라이벌’로 규정하고 ‘디리스킹’(dirisking)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새삼스레 독일이 러시아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독일은 그간 천연가스 수입의 55%, 석유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해 왔다.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가 서방제재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2022년 8월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을 걸어잠그자 독일은 심각한 에너지 대란을 겪었다.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해지면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기료·난방비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탈원전’에 적극적이었던 독일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독일은 가장 핵심적인 NATO 회원국이었음에도 가장 비회원국 같은 정치·외교행태를 보였었다. 독일은 그 후과(後果)를 지금 치르는 중이다.  

O 한국, 한·미·일 해양세력의 일원이 되어야 

 한·미·일 결속에 태생적으로 거부 정서를 가진 문재인은 중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혼밥’이라는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대접을 받았음에도 중국에 대해 “큰 봉우리, 작은 봉우리‘ 운운하면서 노골적인 ‘사대(事大)’를 표했다. 국민들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중국은 선린이고 일본은 잠재적 적국(敵國)인가? 문재인은 그리 믿는 듯하다. 징용자 국가배상 문제로 일본과 마찰을 빚으면서,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소·부·장에 대한 의존을 줄였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은 높아졌다. 중국에의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겪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한국은 중국에의 의존을 낮춰야 한다. 그 대안은 해양세력이어야 한다.   

 문재인은 2017년 7월 독일에서 ‘쾨르버 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생각하지 않으며, 남북 간에 평화가 찾아오면 통일은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의 구상에는 ’비현실적인 가정‘이 들어가 있다. ‘남북 간의 평화가 찾아온다면’ 이란 가정이다. 이는 망상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의 쾨르버 선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천명한 ‘대한민국 헌법 제 4조’를 위배한 것이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고작 1년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인용하면서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가 최근 한국경제 저성장의 원인이라는 문재인의 주장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전임 대통령으로 진중하게 행동했으면 한다.

  경제는 땀과 눈물 그리고 위험부담의 산물이다.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그리고 경제 실리적으로 북·중·러 대륙세력이 아닌 한·미·일 해양세력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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