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민주당 분당설에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다 그러면 결심해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각종 분당 및 신당 시나리오가 속출하고 있다. 여러 설들이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건 민주당 분당 현실화 여부이다. 현역 의원 수십명이 이탈할 경우 공고한 거대 양당 독점 질서에서 제3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선 공천 실무를 종합하는 당 사무총장 진퇴를 놓고 계파 갈등을 벌이고 있으며 주요 비명계 정치인들의 지역구를 노리는 친명계 인사들의 참전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30일 조정식 사무총장 거취 공방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이라며 직격탄을 던졌다. 그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나 이 대표 체제가 갖고 있는 중대한 한계나 결함 때문에 앞으로 있을 공천이나 여러 가지 당무 운영에 있어서 공정치 못한 불공정한 처사들이 많을 것이란 깊은 불신을 하는 것"이라며 "저는 목소리를 안 내고 있지만 이 대표 체제의 결함이 크기 때문에 대표 전체가 퇴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분당 가능성에 대해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다 그러면 사실은 결심을 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무총장을 친명(조정식 사무총장)이 아닌 인사로 바꿔야 한다'는 비명계 주장을 일축했다. 친명계 인사들은 이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으로부터 '조정식 사무총장이 관례대로 총선기획단장을 맡는 것에 비명계가 공천 파동을 우려한다'는 질문을 받고 "그분(비명계)들의 주장인데 대세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정치적으로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조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친명계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비명계 솎아내기'를 목표로 한 불공정한 공천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명계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당장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들이 줄줄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지역구에 대거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하면서 당내 분위기는 한껏 요동치고 있다.

강성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인사들의 참전이 우선 주목을 받는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송갑석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거쳐 지난 대선 때 당시 이재명 후보 비서실에서 재직한 강 사무총장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달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한 유튜브에 출연해 "이번에 가결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고심 중이고,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경기복지재단 대표를 지낸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는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전해철 의원 지역구(경기 안산상록갑)에는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종민 의원 지역구(충남 논산계룡금산)에는 황명선 전 논산시장, 윤영찬 의원 지역구(경기 성남중원)에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상민 의원 지역구(대전 유성을)에는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출마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 8월 이 대표가 특별보좌역으로 임명한 인사들도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를 노리고 있다. 이 대표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박균택, 김문수, 정진욱 특보는 각각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갑),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윤영덕 의원(광주 동남갑)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 엄호의 목소리를 목청껏 외쳐온 비례대표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김의겸·양이원영 의원 등은 각각 비명계인 신영대 의원(전북 군산), 양기대 의원(경기 광명을)을 밀어내기 위해 일전을 준비 중이다.

비명계 사이에선 이재명 지도부의 '자객 공천'을 우려한다. 이 대표는 연일 '통합'을 말하지만 말로만 그칠 뿐이라는 불신이 깊다. 

친명 성향의 유튜버들은 친명 인사들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비명계 축출용 영상을 쉴새없이 올리고 있다. 송갑석 의원의 공약을 평가절하하는 영상 등이 지난 28일 약 8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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