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미사일. 2022.03.30(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미사일. 2022.03.30(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미국의 대(對)한국 핵우산정책에 대한 개선연구 방안이 30일 나왔다. 핵심은, 적대세력에 대한 강압(coercion)을 기제로 한 핵전략의 핵심인 '전략적 모호성'이 이미 6번의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사실상 핵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북한에 대하여 '전략적 명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특히, 전세계 모든 핵국이 전개하고 있는 핵전략의 공통된 특징인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미북관계에서 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북핵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위협에 대해 억제하지 못하기에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맺었던 워싱턴 선언 속 '핵협의그룹(NCG)'의 존재만으로는 북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데에 있어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RAND)연구소는 30일,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공동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제언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 연구진은 "북한 김정은은, 2030년대가 되면 최대 300개∼500개까지 핵탄두를 보유하려 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이미 한국에 실제적인 위협을 가할 핵무기 전력을 확보했으며 미국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할 단계에 이르렀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한이 향후 대(對)미국 핵위협을 이용하여 한미동맹을 와해하거나, 또는 한국을 직접 침략하지 않고서도 지배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 채택된 '워싱턴 선언'을 통하여 미국 핵우산정책의 전략적 명확성이 강화되었지만, 한국에 대한 핵위협에 대한 안전보장 수준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 이행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동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핵우산정책의 '전략적 모호성'을 통한 미국의 핵전략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의 대북 억제력이 적절치 않게 되었다면서, 지난 1960년대 미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하여 추진했던 것처럼 '전략적 모호성'이 아니라 '전략적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들 연구진은 "4가지 단계의 단계적 접근 방법을 상정하여 북한의 핵무력 증강에 대응하고 핵무기 및 핵심 핵물질 생산 동결을 압박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첫 단계로는 한국 내 미 전술핵무기 저장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새로 짓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들은 "필요한 핵무기 저장시설을 마련해 둠으로써 향후 미국 핵무기 재배치를 실현가능한 방안으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무기 생산 동결을 거부하면 재배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음을 명백히 경고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동결을 거부할 경우 그 다음 단계로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에 적재된 미군 핵무기를 통하여 북한을 겨냥하도록 지정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공동연구진은 "미국의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발사가능 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 20기를 비롯하여 미사일 1기당 약 4발의 탄두가 탑재된다"라면서 "북한을 표적으로 이러한 잠수함 1대를 투입하는 것은 최대 80기의 핵무기(미사일)를 배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다음 3단계로는, 한국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여 미국의 B-61 전술핵무기 100여기 가량을 현대화 후 이에 대하여 '한국 안보 지원용 전술핵무기'로 지정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지정된 전술핵무기는 미국에 보관되면서도 한국에 신속히 배치될 수 있는 '한국전용태세'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연구진 등에 따르면 미국은 종래의 노후화한 B-61에 대하여 정밀폭격이 가능한 개량형 B61-12로 현대화해오고 있으나예산 제약을 문제를겪고 있다. 그에 따라 전술핵무기의 현대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은 "독자적으로 핵무기 100기를 생산하는 데에 쓰이는 잠재 비용보다 훨씬 적다"라는 게 연구진의 견해다.

북한이 계속 핵동결을 거부할 경우, 이에 대한 4단계로 한미 양국은 "제한된 수(약 8∼12개)의 미국 전술 핵무기과 핵무기 투발용 이중목적 항공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확약할 수 있다"라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기존 1단계에서 준비한 핵무기 저장관련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

이들 공동연구진은 "만약 이와같은 방안이 시행된다면 향후 수년 안에 약 180기의 미국 핵무기가 한국 안보 전용으로 지정될 것이며 이 중에는 상징적 혹은 실제 작전적인 목적으로 한국에 배치된 8~12기의 B-61탄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급속히 핵능력을 확장하고 미국 워싱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제 시간은 더 이상 한국과 미국 편이 아니므로 조속히 북핵에 대한 억제와 한국에 대한 확실한 안전보장이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 2021년부터 미국의 랜드연구소와 함께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공동연구를 해 왔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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