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국정감사를 사유로 불출석했다. 지난 13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도 이 대표는 국정감사 참석을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당시 재판부는 27일로 재판을 연기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3.8.11. [사진=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3.8.11. [사진=연합뉴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두 번 연속 불출석하자 한숨까지 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 없이 재판을 진행했다. 원칙상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이 열릴 수 없다.

강규태 부장판사, 불출석한 이재명 대신 변호인만 참여한 궐석재판 진행

그러나 혐의가 공직선거법 위반인 경우는 신속하게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궐석재판을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의 2에 따른 것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일단 다시 기일을 정한다. 이후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예외적으로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 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날 이 대표 없이 변호인만 참여한 채 재판을 진행한 것이다.

일반 피고인은 재판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자기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감히 불출석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연속으로 2번 불출석을 하면,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강규태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대신 ‘궐석재판’을 선택했다. 강 부장판사의 이런 선택과 이 대표의 불출석에 대해 정미경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7일 채널A에서 “이 대표는 자기가 불출석해도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 전 최고는 전 국민이 재판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판사들이 저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저격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지난 8월 25일 마지막으로 열렸다. 이후 지난달 8일과 22일에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의 단식으로 재판부가 기일을 변경했다. 8월 25일 이후 2달 만에 열린 재판에 이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보기 드문 상황” 인정

이 대표의 이런 행태에 대해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보기 드문 상황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재판 지연 의도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그것까지는 제가 판단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정중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4. [사진=연합뉴스]
김정중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4. [사진=연합뉴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임명된 김 중앙지법원장 눈에도 ‘이 대표는 보기 드물게 행동하는 피고인’인 셈이다. 이 대표가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270조 2항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 변호사는 27일 채널A에서 “공직선거법에서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두 번 안 나오면 궐석재판이 가능한 반면, 일반 형소법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형소법에서는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다. 판사는 피고인이 계속 불출석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결국 이 대표는 대장동 재판은 구속을 염려해 꼬박꼬박 출석하는 대신, 공직선거법 재판은 2회 연속 불출석하는 ‘선택적 출석’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TV조선 캡처]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대표가 국정감사를 사유로 불출석한 만큼, 국정감사가 끝난 다음 재판에는 기존과 같이 출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가 이처럼 제멋대로 출석하는 데는 강규태 부장판사의 탓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공직선거법 강행 규정 무시한 강 부장판사, ‘무죄 선거’ 가능성까지 관측돼

지난해 9월 8일 ‘김문기 성남도개공 처장을 몰랐다’는 것과 관련해 기소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지난 3월 초에 첫 재판을 시작했다. 당시 강 부장판사는 ‘2주일에 한번씩’ 재판을 하겠다고 밝혔다. 6개월에 1심을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강행규정을 감안하면, 애시당초 강 부장판사가 이 대표를 봐주기로 작정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정혁진 변호사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에 불출석하는 것에 대해 ‘이미 재판 지연 전략’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가 없어도 재판부가 재판 진행을 공언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출석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28일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이 대표가 재판 결과에 대해 확신하기 때문에 불출석하는 것”이라며, “심할 경우 무죄까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규태 부장판사가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어서 ‘무죄’까지 안 간다면, ‘벌금 80만원이나 90만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벌금 80‧ 90만원이 나오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국민의힘을 공격하는 양상이 될 수 있다고 정 변호사는 진단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무죄 선고받는 최악의 시나리오 막을 수 있나

게다가 정 변호사는 강규태 부장판사가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내리는 시기는 2월, 구체적으로는 법관 인사이동이 있기 전인 2월 중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넘게 재판을 지연시켜온 강 부장판사가 갑자기 궐석재판을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유창훈 영장전담판사의 영장 기각’도 거론했다. 유 판사가 영장을 기각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는데도 판사 1명의 판단으로 사법시스템이 흔들렸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정 변호사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강규태 부장판사에 의해 국민의힘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이재명 사법리스크 전체를 부정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는 당연히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 재판부의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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