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3일 당무에 복귀하면서 ‘통합’을 당내 메시지로 강조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한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이 대표는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무에 복귀하며 '통합' 메시지를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무에 복귀하며 '통합' 메시지를 내놓았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대표가 내놓은 통합 메시지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표리부동(表裏不同)’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말로는 ‘통합’을 외치지만, 행동은 ‘숙청’과 ‘선동정치’를 부추기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

말로는 ‘통합’ 외치지만 행동은 ‘숙청’과 ‘선동정치’로 쏠려

우선 이 대표가 통합 메시지를 내놓기 직전인 23일 오전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결파 징계’를 강도높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은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며 “당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야 징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가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런 주장과 요구에 대해 과감하게 제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가시적인 제지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전직 원내대표단, 개딸의 ‘비명계 처단’ 선동 중단 호소...이재명 대표는 묵묵부답

26일 개최된 이 대표와 전·현직 원내대표단의 오찬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를 공격하는 데 대한 이 대표 책임론이 제기됐다. 당무 복귀 일성으로 내건 ‘단합’ 메시지를 강조하고, 전·현직 원내대표로부터 조언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는 홍익표 현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태년·박광온·박홍근·우상호·우원식·윤호중·이인영·홍영표 전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전직 원내대표단은 “(강성 권리당원들의 비명계에 대한) 테러 수준에 가까운 공격을 방치하지 말라”는 요구를 이 대표 면전에서 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 그룹에 의한 ‘비명계 처단’ 선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인 제동조치를 취해줄 것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침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선 홍영표 의원은 “중도 확장적인 메시지와 정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위해서는 의원들에 대한 테러 수준에 가까운 공격을 당에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홍 의원은 지난 24일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 걸린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매국노(비명계)를 처단할 것’이라는 대형 현수막 등을 문제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현수막에는 이상민·설훈·박광온·이원욱·김종민·박용진·송갑석·조응천·윤영찬 의원의 얼굴에 깨진 수박을 합성한 사진이 들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에는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매국노를 처단할 것’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채널A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에는 ‘나에게 한 발의 총알이 있다면 매국노를 처단할 것’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사진=채널A 캡처]

홍 의원은 이 대표가 강조해온 혁신의 방향에 대해서도 “부도덕 부패와 단절하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나 김남국 코인 문제에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한 참석자는 이를 들은 이 대표가 묵묵부답했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거의 참석자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으로 요약된다. 이 대표가 듣기만 하면서 침묵을 지킨 것은 비명계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개딸의 숙청 공세는 비명계 입장에서는 당장 해결돼야 할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가 진정성을 얻지 못하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SNS 게시글 1000건 이상이면 만점...트위터, 페이스북 등 중복 게재해도 무방

최근 민주당 내부에 공지된 ‘21대 현역 의원 평가 기준’ 또한 비명계를 겨냥한 또 다른 잣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68석의 민주당은 최근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현역 평가에 ‘SNS 활동 실적을 강화하는 기준’을 발표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일인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총 40개월 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에 올린 게시글이 모두 합쳐 1000건 이상일 경우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공지했던 20대 현역 의원 평가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등 공개형 사회관계망을 매개로 한 소통실적’이라고만 돼 있고, 별도 글 개수 제한은 없었다.

디지털·언론 소통실적 평가는 전체 1000점 중 20점에 해당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1∼2점 차로 순위가 갈리기 때문에 의원들 대부분 무조건 개수를 맞추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개수 외에는 다른 기준이 없다 보니 ‘질보다는 양’을 늘리기 위해 SNS 글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실에는 1000건 이상 게시글을 올렸는지 확인하느라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같은 내용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따로따로 올려도 3건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합쳐서 개수로 평가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라는 불평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전·현직 원내대표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정식 사무총장, 박홍근·김태년·홍영표·우상호 전 원내대표, 이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우원식·이인영·윤호중·박광온 전 원내대표,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전·현직 원내대표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정식 사무총장, 박홍근·김태년·홍영표·우상호 전 원내대표, 이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우원식·이인영·윤호중·박광온 전 원내대표,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SNS 평가 강화, 지지층 입맛을 추종하는 ‘강성 정치’ 부추겨

당안팎에서는 이러한 평가 기준이 SNS와 유튜브 등에 기반한 ‘강성 정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SNS가 자신의 국정 활동과 성과를 알릴 좋은 수단이긴 하지만, 내용보다는 개수로만 평가를 하게 되면 ‘고심해서 정책 자료를 만들기보다는 감정적 메시지 작성에만 치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는 강성 지지층의 입맞에 맞는 자극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 평가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을 갖게 될 우려가 크다. 강성 지지층의 댓글이 많이 달릴수록 자신을 향한 지지의 강도가 더 세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 우려도 높아, 국회활동의 질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SNS 활동, 친명계 초선 의원에 비해 비명계 다선 의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강성 정치’의 우려보다도 더 큰 문제는 ‘비명계 솎아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비명계 다선 의원들은 친명 초선 의원보다 SNS 활동을 적게 하는 편이다. 각종 언론 인터뷰를 비롯해 대면 활동에 치중하는 경향이 크다. 민주당 평가 기준대로 40개월 동안 1000건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흘에 두 건 정도는 게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SNS 활동 실적을 강화하는 기준’은 최근에 신설된 조항으로, 20점이 만점이다. 문제는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이러한 기준을 더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1~2점으로 공천의 당락이 갈리는 상황에서, 친명계가 고득점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몇 개만 더 만들어도 ‘시스템에 의한 비명계 배제’는 어렵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조항이 최근에 신설됐다는 점에서 이런 의심을 더욱 굳히고 있다. 그간 강성 지지층을 향해 SNS 활동을 열심히 한 친명계 의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발상이 졸렬하기 그지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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