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4박6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빈 방문을 마치고 26일 오전 8시 40분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뒤,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고 곧장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가지 의미있는 내용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우선 윤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첫 번째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은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윤석열 현 대통령이다.

이들 중,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적(政敵) 관계였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 출신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특수관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마땅히 갔어야 할 사람” 중 추도식에 발길을 하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 세 사람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4년제 정규 육군사관학교가 처음 배출한 엘리트 장교 출신으로 두 사람 다 육군 준장 계급장을 달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테우 두 사람이 주축이 돼서 만든 군내 사조직 하나회의 후원자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은 육군 중령 시절,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30단 단장으로 근무할 때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하는 권투경기를 할 때면 늘 그를 불러 함께 TV를 시청할 정도로 총애했다고 전해진다. 특유의 입담, 재담(才談)으로 권투해설을 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군인 출신에, 12·12, 5·18을 통해 집권했다는 콤플렉스 때문인지 통치기간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과 더불어 노태우 전 대통령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샐러리맨의 신화’를 바탕으로 대통령까지 된 것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박정희 정주영 두 사람이 손잡고 추진한 산업화와 근대화가 없었으면, 애당초 ‘샐리러맨의 신화’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 한일회담 반대 등 자신의 고려대학교 학생시절 학생운동 경력을 다른 것 보다 앞에 내세웠다. 좌파들의 거짓뉴스 선동으로 광우병사태가 벌어지자 “청와대 뒷산에 올라 광화문의 시위대가 부르는 아침이슬을 되내이며...”라고 했던 대국민 호소문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7대 대선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지지율 22%P, 득표수는 무려 500만표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선거 전부터 압승이 예고됐고 결과 또한 역대 대선사상 유례없는 대승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에 400억원 이상의 사재(私財)를 기부했다. 그래놓고, 임기말이 되자 퇴임후 거처할 내곡동 사저를 건축할 돈이 모자랐는지 경호실 예산전용 시비에 BBK 실소유주 논란이 벌어졌다.

좌파세력과 민주당은 촛불사태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19대 대선과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자 수십년동안 준비해온 좌파개혁의 칼을 서슴없이 뽑아 들었다. 민주당의 입법독재를 기반으로 검수완박 언론개악 등을 통해 ‘민주당 30년집권’의 길을 열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좌파세력이 장악하고, 활개치는 것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돼놓고도 이념대립의 냉혹한 현실에 대한 나이브한 인식과 대응으로 일관했던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추도사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하면 된다는 기치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이 나라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하셨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사적 위업을 이루어내셨다”고 말했다. 이날 읽은 800자 분량의 윤 대통령 추도사는 본인이 직접 초안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여권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후폭풍에 휩싸여 있다.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를 만들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폭주한다. 특히 친민주당 계열의 언론과 일부 여당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 민주주의 행보’가 보궐선거 패배의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은 예상치 못한, 적지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지금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 상당수가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도사를 직접 써야만 했던 이유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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