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코스 밟은 중국의 경제수장
2013년~올 3월까지 총리 재임
'소외계층' 위한 정책으로 민중들 호응 
시진핑 체제서 권한 뺏겨…'비운의 2인자'
BBC "시진핑 충성파 아니었던 유일 최고 관료"

지난해 10월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 시진핑 국가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 시진핑 국가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3월 퇴임한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사망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향년 68세.

CCTV는 "리커창 동지에게 26일 갑자기 심장병이 발생했고,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부고를 곧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대 경쟁자였던 리 전 총리는 재임 기간 중국 서열 2인자로서 절대 권력을 향해 여러 차례 쓴소리하며 소신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955년생으로 안후이성 출신인 리 전 총리는 중국공산당 내 주요 파벌인 공청단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당 내에선 비슷한 연배 가운데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후 주석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불과 38세에 장관급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에 올랐다. 

이어서 허난성 당위원회 서기 겸 성장, 랴오닝성 당위원회 서기 등을 거쳐 2007년 10월 17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당시 상하이시 서기와 함께 나란히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며 차기 최고 지도자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3월 시 부주석에 밀려 부총리에 임명됐다.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에 이어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후인 2013년 3월 원자바오로부터 중국 국무원 총리직을 넘겨받은 리커창은 지난 3월 퇴임까지 10년간 중국의 총리 자리를 지키며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혁명 원로 자제인 태자당 출신으로 국가주석에 오른 시진핑과 달리 엘리트 코스인 '공청단계' 출신으로 총리가 되면서 당시 실권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1인자 시진핑 국가 주석의 강력한 권력 독점으로 총리 영역이었던 경제와 내치의 영역 등도 시 주석에게 빼앗겼다. 

그처럼 실권을 빼았긴 중에도 빈부 격차를 줄이고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경제 정책을 통해 민중들의 호응을 얻었다. 

2020년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빈부격차를 직접 언급하고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던 2022년엔 "방역 지상주의가 경제를 망쳐선 안된다"고 지적하는 등 공개적으로 소신을 밝혔다. 

리 전 총리는 실용적인 경제 정책을 펼쳤다. 빈부 격차를 줄이고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경제 정책을 통해 소외 계층을 위한 리더로서 명성을 쌓았다. 리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중국 국민 6억명 이상이 한 달에 140달러 미만의 소득을 벌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득 불평등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권력이 점차 강화되며 결국 ‘충성’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고 지난 3월 '존재감 없는 총리'로 정치 인생을 마무리했다.

지난 3월 10년 임기를 마친 리 전 총리는 고별 연설에서 "사람들은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天在看)'고들 말한다"고 언급해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를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BBC 등 외신은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시진핑 충성파가 아니었던 유일 최고 관료였다"고 그를 평했다.

BBC는 "리커창 전 총리는 지난해 은퇴할 때까지 중국 공산당에서 이인자였다"며 "그는 아무런 권력 기반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직에 올랐고, 한때 주석으로도 거론된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어 "임기 마지막에 리 전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충성파 그룹에 속하지 않은 유일한 현직 최고 관료였다"고 덧붙였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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