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경찰이 지난 24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청담동 술자리가 허위로 밝혀졌는데도 경찰이 김 의원을 불송치한 이유는 ‘면책특권’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을 보호하는 면책특권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며 "더탐사와 협업을 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사진=채널A 캡처]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며 "더탐사와 협업을 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사진=채널A 캡처]

더욱이 김 의원이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협업’을 했다고 밝힌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에 대해 경찰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달라며 검찰에 송치했다. 협업을 해서 ‘가짜 뉴스’를 생산한 좌파 언론사 대표는 죄값을 치러야하는 상황인 반면에 김 의원이 처벌을 피한 것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때문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이 만든 막장 드라마

김 의원에게 내려진 불송치 결정을 통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첫째, 가짜뉴스 제조기로 통하는 김 의원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처벌받을 방법은 없는가이다. 둘째,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통해 검수완박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국회의원의 발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헌법 조항이 가짜뉴스 책임을 피하는 도구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작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해) 7월 19일 청담동의 한 술집에 윤 대통령, 한 장관,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이 자정 넘은 시각까지 술을 마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술자리에 있었다고 한 여성 첼리스트 A씨와 전 남자 친구의 통화 녹음 파일도 재생했다. 이후 인터넷 매체인 더탐사는 두 사람의 통화 녹음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김 의원은 이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더탐사의 유튜브 영상을 재생했고, 각종 방송에 나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해 ‘한 장관이 빨리빨리 진전될 수 있도록 힘 좀 써달라’며 조롱했다. 지난해 12월 6일 한 장관이 자신을 고소했지만, 진행이 더디다는 점을 비꼰 것이다.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는데 국회의원이라고 면책특권을 인정받는 것은 막장 드라마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청담동 술자리’라는 가짜뉴스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대국민 기만극이다. 국민이 청담동 술자리를 아직도 사실이라고 믿게끔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에 대한 불송치는 경찰이 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만든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에서 비롯된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① 김의겸을 처벌할 방법은 없는가?...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면 처벌 가능성 높아져

우리나라 헌법 45조에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은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는 면책특권과 관련해 중요한 3가지 사항이 담겨있다.

이와 관련해 정혁진 변호사는 26일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방송에서 “첫째는 장소적인 요건이고, 둘째는 직무상 행한 발언이고, 셋째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한 발언은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국회 소통관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원의 술자리 의혹 제기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요건을 위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이었기 때문에 면책특권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후 각종 방송에 나가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첫 번째 요건에 위배된다. 또한 김 의원이 방송에 나가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은 ‘직무상 행한 발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으로서의 면책특권을 보호받을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당사자에게 통보가 된다. 경찰의 결정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1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게 되면, 검찰은 재수사에 들어간다. 따라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면 김 의원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이 송치한 강진구 대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박건욱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불송치한 김 의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90일 동안 검토한 후에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종결된다. 만약 검찰이 불송치 결정과정에서 위법 부당하게 수사가 진행됐다고 판단하는 경우, 재수사 요청을 하게 되어 있다. 현재 검찰은 면책특권을 이유로 불송치된 김 의원에 대해 재수사 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불송치된 김의겸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채널A 캡처]
검찰은 불송치된 김의겸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채널A 캡처]

② 검수완박의 폐해가 단적으로 드러나...허위사실 인지했다면 면책특권 적용 안돼

김 의원이 국회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시점은 지난해 10월 24일이다.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6일 고소를 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지난 24일 강진구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고, 김 의원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거의 10개월 이상 수사한 것이다.

‘불송치’는 검수완박법에 의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1차 수사 종결권이 있는 경찰이 종결한 수사를 검찰로 넘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김 의원에 대해 ‘면책특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는 데 10개월까지 걸릴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혁진 변호사는 “경찰이 면책특권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다면, 이 사안을 10개월이나 끌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법률 규정만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릴 거면 1달이면 된다는 것이다. 법리적인 문제일 뿐 따로 수사를 해야 되는 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경찰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지적이다.

경찰의 판단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은 더 있다. 김 의원은 더탐사가 유튜브로 해당 영상을 보도하기 전에, 국회에서 그 내용을 질의하고 이를 ‘협업’이라고 인정했다. 협업을 한 장소는 아마도 국정감사장이 아닌 외부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협업을 해서 김 의원과 더탐사가 ‘가짜뉴스’를 제작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이에 대해 “가짜뉴스를 제작했다는 것은 명백히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혁진 변호사는 26일 펜앤드마이크TV에서 김의겸 의원 불송치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정혁진 변호사는 26일 펜앤드마이크TV에서 김의겸 의원 불송치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캡처]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불기소를 결정한 것은 김 의원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 된다. 검수완박의 피해는 한동훈 장관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고스란히 안게 된 셈이다.

③ 구시대의 유물인 면책특권은 폐지되거나 수정되어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1987년에 개정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이다. 군사정권의 억압으로 언로가 막혀 있던 당시 시대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발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필요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구시대의 유물이다.

하지만 36년이나 흐른 현재 국회의원에게 무소불위의 면책특권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만 해도 가짜뉴스를 퍼뜨려 다른 사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지만, ‘면책특권’을 방패로 처벌을 면한 셈이기 때문이다.

명백한 가짜뉴스로 판명났기 때문에 일반인이라면 처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처벌은커녕 강성 지지층에게 후원금을 받아 1억5000만원 한도를 꽉 채웠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이 민주당 공천을 받는다면 가짜뉴스를 퍼뜨린 공을 높이 평가받아서일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국회의원 면책특권 포기를 공약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면책특권을 톡톡히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조계에서는 헌법 개정을 통해 면책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면책특권에 단서 조항을 달아 ‘중상적 모욕’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혁진 변호사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범죄를 가리기 위해서 남용되는 점을 막기 위해 여당이 ‘다음 총선에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 것을 제안했다. 정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도 그런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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